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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뉴스] ‘무서운 손’ 공룡, 50년 만에 정체 밝혀져

2.4m 앞다리만 발견됐던 공룡, 이융남 지질박물관장팀 복

‘무서운 손’ 공룡

공룡은 오로지 손으로만 이야기했다. 정확히 반 세기 동안, 공룡은 한 마디 말 없이 아파트 한 층 높이와 맞먹는 거대한 길이의 앞다리만을 보여준 채 비밀에 싸여 있었다. 손가락 하나로만 대화하는 선불교 일화 속 구지화상처럼, 공룡은 끝까지 무거운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50년 뒤, 공룡은 갑작스러운 결심이라도 한 양 갑자기 세상 밖으로 나왔다. 백악기에 살았던, 유례없이 독특하고 기이한 새로운 수각류 공룡이 현대에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오랫동안 전세계 공룡학자들이 정체를 기다려온 공룡, ‘데이노케이루스’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10월 24일, 이융남 지질박물관장이 이끄는 한국, 미국, 일본, 몽골 공동연구팀이 데이노케이루스의 전체 골격 화석을 거의 완벽히 복원하고 그 생태까지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데이노케이루스는 1965년, 폴란드와 몽골 국제공룡발굴팀이 몽골 고비사막 남부 알탄 울 지역에서 처음 발견한 공룡이다. 길이 2.4m의 거대한 양쪽 앞다리만 발견돼 ‘무서운 손’이라는 뜻의 이름을 얻었다(오른쪽). 하지만 전체 골격이 발견되지 않아 그 동안 몸 구조와 생태가 수수께끼에 싸여 있었다.

이 관장이 이끄는 한국-몽골 국제공룡탐사프로젝트는 2006년과 2009년, 알탄 울과 부긴자프에서 데이노케이루스 두 개체의 화석을 찾았다. 하나는 성체였고, 다른 하나는 몸 크기가 성체의 74%인 어린 개체였다. 이후 연구팀은 완벽한 골격을 복원하고 생태를 연구했다.

복원된 골격에 따르면, 데이노케이루스는 몸 길이 11m에 몸무게가 6t이 넘는 거대한 공룡이었다. 등에는 척추뼈 지름의 최대 8.5배까지 높이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 마치 부채를 등에 인 것처럼 보였다. 뒷다리로 걷고 목은 S자로 구부러져 마치 타조처럼 생겼지만, 상대적으로 앞다리는 크고 뒷다리가 작아 다른 타조공룡과는 생김새가 많이 달랐다. 식성도 특이했다. 갈비뼈 사이에 1400개 이상의 위석이 발견됐고 이가 없어 작년까지만 해도 초식 공룡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추가로 물고기 잔해가 위에서 발견돼 잡식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융남 관장은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공룡 연구가 뒤처져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10월 23일 ‘네이처’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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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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