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아기를 가질 때마다 선물로 내복을 사곤 한다. 아기용품점 점원은 선물을 받을 아기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묻고, 그 때마다 적절하게 계절에 맞는 옷을 추천해 주곤 했다. 10번이면 10번 모두 남자 아기면 줄무늬나 점으로 장식된 하늘색 옷을, 여자 아기라면 레이스와 꽃, 리본으로 장식된 분홍색 옷을 추천했다. 기자는 왠지 그 고정관념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베이지나 연두색 옷을 고르곤 했다.
그 아기들이 자라면서도 마찬가지다. 여자 아이에겐 공주 인형을 쥐어주지만 남자 아이에게 왕자 인형을 쥐어주지는 않는다. 주변에 의해 특정 물건만을 접하며 성에 맞는 취향을 학습받는 셈이다. 그런데 가만 살펴보면 ‘남자 형제에 둘러쌓여 공주처럼 곱게 큰 여자아이’가 있는가 하면 ‘남자 형제에 둘러쌓여 여느 남자아이 못지 않게 씩씩하게 자란 여자아이’도 있다.
본성이나 양육 중 어느 쪽이 성 역할에 더 많은 영향을 주는지는 오랜 시간 동안 과학자를 고민하게 했다. ‘브렌다’는 이 논란에서 무게추를 한쪽으로 기울어지게 만든 존재였다. 1965년 캐나다 위니펙에서 태어난 브루스와 브라이언은 일란성 쌍둥이였다. 생후 8개월 포경 수술 실패로 브루스가 성기를 잃기 전까지 말이다. 당시 미국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병원에 있었던 존 머니 박사는 브루스와 브라이언의 부모에게 알맞은 호르몬 치료와 교육으로 여성으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했고, 브루스는 브렌다라는 여자 이름으로 개명했다. 그것이 12년간 시작된 실험의 시작이었다.
저자인 존 콜라핀토는 브렌다를 취재해 1998년 롤링 스톤에 ‘존/조앤의 실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기고했으며 이 기사로 2000년에 전미 잡지편집자협회 보도 부분을 수상했다. 기사에 미처 담지 못했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바로 ‘이상한 나라의 브렌다’다.
콜라핀토는 머니 박사가 ‘성 역할은 양육에 의해 결정된다’는 자신이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행했던 행위들을 기자의 눈으로 담았다. 책을 읽다보면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던 브렌다와 그 가족들이 안쓰러워진다. 브렌다를 실험대상으로 삼은 머니 박사의 연구가 잘못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성과 양육이라는 두 추는 다시 균형을 이뤘다. 아니, 이 책만 읽는다면 본성에 좀더 추를 얹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책은 분명 흥미로운 책이다. 책을 펴든 순간 끝까지 책장을 넘기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자극적이고, 흥미로우며, 설득력이 있다. 머니 박사는 세상에 둘도 없는 악당으로 생각되며, 그가 주장한 양육설 또한 틀린 것으로 생각된다. 추천사에도 그런 시각이 담겨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을 독자는 주의해야 한다. 이 책은 한 쪽 주장을 편드는 책이다. 전세계에는 70억 명이 넘는 사람이 있고, 그들이 자라는 방법은 각기 모두 다르다. 성장 배경과 양육 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할 사례도 분명 존재한다. 브렌다는 그저 하나의 사례라는 것을 기억해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