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서울대 3대 천재’.
올해 6월 미래창조과학부 2기 장관 후보자로 최양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지목되자 동료 교수들은 하나같이 그를 “천재”라고 표현했다. 경기고-서울대 71학번 동기인 오세정, 국양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들과 함께 그는 ‘전설적인 3대 천재’로 불리고 있었다. “온화한 품성이지만 카리스마와 추진력이 있다”는 평가도 많았다. 장관 취임 한 달 남짓한 8월 19일, 최 장관을 만났다. 그는 창의적인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Q ‘천재설’에 대해 들어봤는가.
(웃음) 아니다. 천재라는 얘기는 오히려 초등학교 때 많이 들었다. 일곱 살 때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한달쯤 돼서 담임선생님이 2학년 교실에 데리고 가더라. 누나가 2학년이어서 결국 같이 다녔다. 열 살에 중학교에 입학했고, 대학 입학했을 때는 열여섯 살이었다. KAIST에서 석사과정 밟을 때 열아홉 살이었는데, 당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강의하면서 다른 학생들보다 어려 보였는지 몇 살이냐고 물어보더라.
Q 이공계로 진로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한 독지가가 소포를 보내줬다. 지금도 그 분이 누군지 모른다. 소포를 뜯어보니 ‘알기 쉬운 우주 이야기’ ‘재미있는 생물 이야기’ 같은 과학전집이었다. 중학교 때까지 소포는 계속 왔고, 자연스럽게 과학에 빨려 들어갔다. 당연히 이과를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Q 전자공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뭔가.
경기고 재학 시절 친구들과 진로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나눴다. 다음 노벨 과학상은 누가 받을지 예측도 해보고, 어떤 분야를 공부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가 당시 혜화동에 있던 서울대 캠퍼스를 찾아갔다. 각자 관심 있는 과에 가서 교수님께 미래의 전공으로 뭐가 좋을지 직접 조언을 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물리학과 권숙일 교수님을 만났고, 정말 큰 도움이 됐다(권숙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과학기술처 장관을 지냈고, 현재 대한민국학술원 회장이다). 이런 경험 때문에 청소년 시절 누군가로부터 멘토링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청소년에게 길을 보여주고 문을 열어주는 일이 필요하다. 과학이나 소프트웨어를 어렸을 때 빨리 시작하고 눈을 뜨게 해줘야지 대학 가
서 하면 늦다.
Q 초·중·고교 소프트웨어 조기교육 실시도 같은 맥락인가.
소프트웨어 교육의 핵심 목적은 어린 시절 제대로 된 상상력을 키워주자는 것이다. 미래부의 역할 중 하나는 청소년과 대학생이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우고 적성을 찾아 소양을 갖게 하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을 융합한 좋은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이들이 나중에 연구나 창업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결과적으로는 건강한 창조경제 문화 생태계를 만들 것이다.
Q 소프트웨어 교육이 학생들의 공부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지금까지 소프트웨어 교육은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법이나 프로그램 언어를 가르치는 데 치중해왔다. 이 때문에 또 다른 암기과목이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것 같다. 하지만 현재 추진 중인 소프트웨어 교육은 완전히 다르다. 본질은 학생들의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교육 내용의 90%는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력, 알고리듬이나 ‘computational thinking’이라고 불리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가령 로봇
강아지를 목적지에 도착하도록 길을 찾아가게 만들 때 어떤 경로로 최단거리를 짤 것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입시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이런 창의적인 교육은 꼭 필요하다.
Q 창조경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가.
창조경제의 1단계는 새로운 스타일의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안정적인 연구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잘 안 나온다. 걸출한 아이디어가 탁탁 튀어나오는 ‘패러다임 쉬프트’나 ‘퀀텀 점프’가 일어나야 한다. 새로운 시각의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미지의 ‘뭔가’를 과감하고 도전적인 목표로 보고 수학 기호 ‘X’로 생각하자. X를 굴리고 확장하면 불안정하지만 훨씬 역동적이고 한번에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X를 실패하면 다른 방법으로 X를 찾고, 또 좀 더 높은 X에도 도전해보는 ‘X-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창조경제의 씨앗이 만들어지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