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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제이 굴드는 유전자 결정론에 입각한 사회생물학의 주창자 에드워드 윌슨, 다윈주의 진화론과 자연선택을 중심으로 한 적응주의 진화론자 리처드 도킨스에 맞서 ‘문화적 진화론’을 역설한 진보적 생물학자였다.

굴드는 진화와 생명을 생물학적 개념으로 국한하지 않고, 역사와 사회 속에서 형성되고 투영된 과학으로 고찰하고, 그것을 통해 다시 인류사회를 성찰했다. 18세기와 19세기를 거치면서 형성된 생물학 이론과 개념에 들어있는 오류와 왜곡에 대한 비판은 그의 일관된 주제였다.

굴드는 자신의 전공 분야였던 고생물학과 진화생물학 연구뿐만 아니라 대중 과학서 저술을 통해 생물학적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데 앞장섰다. ‘인간에 대한 오해’는 그런 굴드의 생각과 활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다.

‘인간에 대한 오해’는 ‘인간’이라는 잘못된 척도로 인해 행해진 모든 종류의 인간 불평등 이론에 대한 비판서다.

인종, 계급, 성과 인간 집단 사이에 나타나는 행동규범과 사회경제적 차이를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으로 생각했던 골상학, 두개계측학, 우생학, 지능지수(I.Q.) 등이 주된 분석대상이다. 사람들은 억압받고 불리한 위치에 있는 집단들이 선천적으로 열등하며 그들의 낮은 사회적 지위가 당연하다는 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런 수치를 이용했다.

백인은 정신노동, 흑인은 육체노동에 적합하다고 주장했던 아가시, 범죄자는 타고난 천성에서 비롯된다고 했던 롬브로소 등이 대표적인 예다.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주의정책, 미국의 이민제한법 등도 모두 이런 종류의 생물학적 결정론에 의한 것이었다.

굴드는 아직까지도 끊임없이 재인용되고 있는 고전 연구에 대한 꼼꼼한 분석을 통해 수많은 자료에 담긴 오류와 왜곡, 그리고 사회적 선입관을 추적했다. 이를 통해 지능이라는 하나의 척도로 사람들을 서열화하는 것은 사회적 편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인간에 대한 오해’는 다양한 생물학적 사례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으면서도, 과학이론과 사회이론을 전방위적으로 넘나들고 있어서 만만치 않은 책이다. 굴드 자신이 말했듯이 ‘인간에 대한 오해’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이런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진지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굴드가 이 책의 중요한 의미라고 지적했던 다음과 같은 짧은 말을 통해서, 누구나 굴드의 생각에 조금은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이 세계를 단 한차례 지날 뿐이다. 비극 중에서도 생명의 성장을 저지하는 것만큼 비참한 비극은 없다. 또한 불공평 중에서도 내부에 있다고 잘못 인식돼 외부에서 부과된 한계에 의해 노력할 기회나 희망을 가질 기회조차 부정되는 것만큼 심각한 불공평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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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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