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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공학 한국, 우리에게 맡기세요!

2006년 청소년 공학 프런티어 캠프

“하나,둘, 셋, 낙하!”

장맛비가 연일 이어지던 지난 7월 26일. 서울대 공대 39동은 갖가지 모양의 ‘달걀 바구니’를 떨어뜨리는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2006 청소년 공학 프런티어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고등학교 2학년 학생 50명이 바로 주인공. 300명이 넘는 지원자 중 엄격한 심사를 통해 미래의 공학자로 선발된 학생들이다.

과학기술자는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리스트의 항상 상위권에 있는 인기 직업군이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를 뒤로 하고 수학, 과학 성적 때문에 자연계 진학을 포기하고 있는 것. 진로를 선택하기 전에 이공계 분야의 전공에 대해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겠지만, 현재 교육 여건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서울대 공대와 동아사이언스가 글로벌 리더를 꿈꾸는 예비 공학도에게 비전을 제시하고자 공학 프런티어 캠프를 열었다.

“우리나라가 21세기에 한 번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공학자가 많이 있어야 합니다. 공학자의 꿈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이 세계를 무대로 자기 성취를 할 수 있어야죠. 그런 학생들의 꿈에 확신을 심어 주기 위해 이번 캠프를 마련했습니다.” 김도연 학장의 말이다.

이번 캠프가 단순한 대학 홍보 캠프가 아니라는 것은 참가신청서를 받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분야에 따라 10개 분야(전기공학, 컴퓨터공학, 기계항공공학, 재료공학, 화학생물공학, 지구환경시스템공학, 산업공학, 건축공학, 조선해양공학, 원자핵공학)로 나눠 지원하게 했던 것.

여기에 공대에 입학한 학생기자단 선배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재료공학부 김진철(22) 씨는 “고등학생 때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이제 후배들에게 공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 주고 싶다”며 도우미로 지원한 동기를 밝혔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나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친구들과 미래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그리고 내가 가고 싶은 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선배에게 평소 궁금했던 것을 물어볼 수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됐어요.” 전자공학 분야를 지원한 강민석(강원 정선고) 군의 소감이다.
 

항공우주추진연소 연구실의 비행시뮬레이터 앞에서 포즈를 취한 미래의 항공우주공학도들.


예비 공대생, 사회 속의 공학을 말하다

“친구의 생각에 부분적으로 동의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밤이 깊었지만 토론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예비 공대생들은 캠프 첫째 날과 둘째 날 밤 9시부터 ‘공학과 사회’를 주제로 열띤 심야토론을 했다.

첫날밤은 ‘과학동아’ 8월호 특집기사 ‘신토불이(身土不二) 과학인가, 미신인가?’를 읽고 농산물 수입에 대한 입장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토론은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분위기가 과열되기도 했다. 하지만 예비 공대생들은 “사회 문제에 대해 과학적인 해석을 시도하며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사회 문제를 접근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이공계 교육은 활동범위를 스스로 좁힌 것 같습니다. 공대 출신들은 조용하고 자기 일에만 열심인 외골수의 이미지였잖아요. 그러나 공대에서 배우는 것들은 공학의 전문기술이라기 보다는 합리적인 사고방식에 대한 것들이에요.”

김도연 학장은 미래 공학 한국을 이끌어갈 인재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사회를 보는 안목과 리더십을 강조하며, 프로그램을 마련한 이유에 대해 말했다.

‘삼성 반도체 연구소 견학’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도 그와 같은 취지. 보안을 이유로 일반인은 출입하기가 어려운 반도체 연구소라 예비 공대생들에게 견학의 의미는 더 컸다.

연구소 소개를 맡은 총괄인사팀의 김범동 부장은 “반도체 산업은 생명공학이나 자동차공학 등 전 방위 산업에서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공학자를 꿈꾸는 여러분들이 나중에 사회 곳곳에서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밀공학 및 제조연구실에서 자동로봇 제작 실험을 하고 있는 김성한 연구원(맨 오른쪽)과 학생들.


공대생으로 다시 만나요~

캠프를 마친 학생들은 3박 4일 동안 정들었던 친구들과 도우미와 헤어지는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2년 뒤 공대생으로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빼 놓지 않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진로 문제로 고민하고 있어요. 대입공부를 하기 위해 중요한 시기인 방학 때 이 캠프에 참여한 것은 그만큼 얻을 것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이 캠프를 후배들에게 ‘강추’할 겁니다.”

강경택(대전 충남고) 군은 이번 캠프를 통해 “목표 학과를 정했다”며 집으로 향하는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빛을 창조한 조물주는 최고의 전기공학자였다’(God is the greatest electrical engineer)고 하는 학장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제 꿈이 전기공학자거든요. 캠프에 와서 제 꿈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돌아갑니다.” 이유나(대전 대덕고) 양은 확신에 찬 모습으로 캠프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

캠푸에 참여한 학생들은 서울대 명예학생증을 받았다.


돈 주고도 못 할 체험

자신의 관심별로 '헤쳐 모여' 했기에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은 공학 특강, 서울대 공대 연구실 체험, 산업현장 견학 등 빡빡하게 짜인 3박 4일의 일정을 열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었다. 가장 인기 있었던 프로그램은 '연구실 체험'이었다. 서울대 공대의 최첨단 공학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실험을 해보고 그 결과를 발표한 것. 그 생생한 실험 현장을 엿봤다.

"파란 하늘 위로 훨훨 날아가겠죠. 어려서 꿈꾸었던 비행기 타고~:"

비행복을 입은 안한샘(경남 제일여고) 양은 유행가 가사처럼 들떠 있었다. F-86을 개조한 비행체에 F-16 부품을 조립해 만든 비행시뮬레이터에 탑승해 비행체험을 하게 됐기 때문. 항공우주추진연소연구시르이 정인석 교수가 실험에 참여한 예비 공학도를 위해 준비한 특별 이벤트다. 기계항공공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비행시뮬레이션 체험은 실험 이상의 감동이었음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한바탕 떠들썩하게 비행체험을 하고 본격적인 실험이 시작되자 학생들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할 실험은 초음속 풍동 장치를 이용해 충격파의 특성을 알아보는 실험.

“비행기가 초음속으로 날면 공기에 급격한 압력 변화가 생겨 강한 에너지를 가진 파를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충격파입니다. 비행기 엔진의 흡입구 부분에서 형성되는 충격파는 비행 특성이나 에너지 효율에 영향을 미치지요.”

김채형 연구원이 실험에 대해 설명하며 중요한 장치를 보여 준다. 이른바‘초음속 풍동 장치’. 고압으로 충전된 공기가 작은 관을 지나면서 초음속이 만들어지면 여기에 쐐기의 각도를 조절하며 충격파의 특성을 알아보는 장치다.

“공기는 눈에 안 보이는데 충격파는 어떻게 관찰하죠”

이승관(부산 금성고) 군의 예리한 질문이 바로 이어졌다. 김 연구원은 기다렸다는 듯 ‘슐리렌 시스템 ’을 소개한다. 크세논 램프에서 나온 빛을 이용해 공기의 흐름과 움직임을 카메라에 담아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주는 장치다. 뜨거운 열기 속에 실험과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친 미래의 항공우주공학도들은  “돈 주고도 못할 체험을 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제 꿈은 원자핵공학자예요!

“재료공학을 지원했는데, 원자핵공학 팀에 배정 받았어요.”정명윤(전남 정명여고) 양은 원하는 실험실에서 실험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사실 재료공학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지만, 원자핵공학은 왠지 더 생소하게 느껴졌다. 정확히 말해 실험에 직접 참여하기 전까지만 그랬다. 정 양은 원자로 설계공학실에서‘임계열속 측정 실험’을 했다. 끓는 물이 담긴 냄비에 계속 열을 가하면 냄비의 표면온도와 물의 온도 차가 점점 커지다가 갑자기 냄비의 온도가 급상승하는데 이 점을‘임계열속’(Critical Heat Flux)이라한다. 이는 끓는 물의 기포가 냄비표면을 덮어 냄비의 열이 물로 전달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

수조에 증류수를 담고 온도를 서서히 100℃까지 높였다. 그리고 구리조각에 전류를 흘려 열을 발생시켰다. 학생들은 이미 공학자가 된 듯 구리 시편의 온도변화가 표시되는 컴퓨터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순간 잠잠하던 온도 값이 갑자 기 솟구치기 시작했다. 정 양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바로 지금이야!”

“고온의 원자로에서 임계열속의 메커니즘을 알고 그 값을 높인다면 전기 생산 단가를 줄일 수 있다”는 원자핵공학과 노상우 연구원의 설명에 학생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원하는 팀에 배정을 못 받아 아쉬웠는데, 오히려 원자핵 공학 실험을 하며 내 안에 숨어있던 무언가를 발견한 듯한 충격을 받았어요. 이제 제 꿈은 원자핵공학자예요.”실험 결과를 정리하며 정 양은 다부진 표정으로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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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안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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