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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 희망을 드립니다

과학출판사를 만나다 3 - 경문사

수학에 희망을 드립니다


이공계 진로의 마지막 관문이라는 ‘수학’. 수학만 극복하면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더구나 이공계의 어느 학과를 선택하든 수학은 전공필수 과목이다. 기자가 다니던 대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영문으로 된 수학 교재를 끙끙거리며 붙들고 있다가 어디선가 전해진 비공식(?) 번역본을 보고 만세를 부른 적도 있다. 그런 학생들에게 경문사는 수학에 희망을 갖게 해준 출판사다.


수학 책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경문사


1979년 설립된 경문사의 목표는 오직 수학이었다. 처음에는 대학교 전공서적을 펴냈는데, 이 때문인지 대학교에서 수학 과목을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름을 봤을 출판사다. 지금까지 출판한 1800여 종중 1500종 가량이 수학전공도서며 나머지는 일반교양도서다. 지금도 매년 개정판과 신간을 포함해 100종 정도를 출간하고 있다.



[출판사는 책으로 말한다] 경문사의 대표작


우리나라 초기 대학 출판 시장은 지금과 달리 열악했다. 해외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교수들은 자신이 만든 간이 교재에 의존하거나 영어로 된 원서를 사용했다. 회사 설립부터 함께한 양정완 부사장은 “당시 수학전공서적은 불법 영인본(원본을 복제한 책)이 주를 이뤘다”며 “경쟁이 치열했던 공학·과학 분야와 달리 제대로 된 시장조차 없었던 수학전공서적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처음 시작은 원서를 정식으로 번역해 출간하는 것이었다. 이장우 한양대 수학과 명예교수가 번역한 ‘선형대수’와 ‘미분방정식’이 첫 번째 책이었다. ‘선형대수’를 시작으로 경문사는 여러 교수들의 요구에 맞춰 하나씩 번역책을 펴냈다. 198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국내 교수가 집필한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첫 번째 책은 이우영 현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가 집필한 ‘유클리드 기하학과 비유클리드 기하학’이다.


양 부사장은 “같은 과목이라도 학년에 따라, 혹은 영어 강의인지 국어 강의인지에 따라 강의 내용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강의 내용에 꼭 맞는 책을 만들기 위해 수시로 개정판을 펴낸다”고 답했다. 학생이 강의를 따라가기 쉽게 새로운 편집을 시도하기도 한다. 2006년 발행한 ‘집합론’이 대표적이다. 왼쪽은 영문, 오른쪽은 한글로 편집해 원서와 번역서를 같이 공부하도록 했는데,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 양 부사장은 “이우영 교수처럼 처음에 우리 책으로 공부를 했던 학생이 교수로 돌아와 책을 집필하거나 번역하는 일도 많다”고 말한다. 살아있는 수학책의 역사인 셈이다.


[경문사의 숨겨진 책] 진흙 속의 진주 찾기



적지만 꾸준하게, 수학 서적을 늘려간다


1990년대 이후 수학 전공 서적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경문사는 일반인을 위한 수학교양도서에도 눈을 돌렸다. 수학이 어려운 분야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지만 수학 도서를 찾는 수요도 꾸준히 있었다. 경문사가 처음으로 만든 수학교양 서적이자, 지금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경문수학산책’ 시리즈다. 1994년 처음 나온 뒤 현재 43권까지 나왔다. 수학전공자와 수학교사가 읽고 주변에 알리기 좋은 주제로 돼 있으며 지금도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기본적으로 1000부 이상씩 나가는 스테디셀러다. 대부분이 번역서이며 두 권을 국내 저술가가 썼다. 박수연 편집실장은 “앞으로 국내 저술가가 쓴 책을 늘려가는 것이 과제”라고 말한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수학은 공학이나 과학만큼이나 분야가 넓다.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고, 과학자만큼이나 위대한 업적을 남긴 수학자도 많다. 경문사는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와 함께 2000년 이런 수학의 숨은 이야기를 담은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를 펴내기도 했다. 지금까지 10만 부가 넘게 팔렸으며 곧 국외에도 출간이 된다.


가끔은 많이 팔리지 않을 걸 알아도 만드는 책이 있다. 곧 출간될 ‘수학사상사’ 같은 책이 그렇다. 세계적인 수학 저술가 모리스 클라인이 쓴 책인데, 수학이 왜 철학과 함께 논의돼야 하는지에 대해 쓴 책이다. 박 실장은 “수학과 철학을 동시에 이야기하는 책인 만큼 수학과 철학을 잘 알면서 번역 능력까지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한다. 번역된 원고도 어려워 교정과 편집에 어려움도 많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만큼 고난도의 작업이었지만 그래도 이 책에는 오랫동안 수학책을 만들어온 경문사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책이라는 자부심이 깔려있다.



좋은 수학 책을 고르는 방법


역시 수학은 조금 어려워하는 기자가 ‘좋은 수학책을 고르는 방법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하자 양 부사장은 단번에 답을 알려줬다. “책을 많이 사서 봐야 좋은 책을 고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는 것처럼 많은 책을 사서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좋은 책을 고르는 노하우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출판사가 독자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매력적인 제목을 짓고 눈에 띄는 표지로 포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책의 내용을 말하지는 않는다. 양 부사장은 “실수를 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양 부사장의 단호한 대답에 반성하는 기자에게 박 실장이 “굳이 방법이 있다면 실력이 검증된 저자와 번역을 잘하는 번역가를 보고 고르는 것이 비교적 낫다”고 덧붙였다.


[박수연 경문사 편집실장 추천도서] 다양한 분야 책과 함께 보자!


내게 가장 잘 맞는 책을 골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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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오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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