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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12면체로 이뤄진 축구공” 주장

미-불 공동연구팀, 윌킨슨 탐사선 관측 정보 분석해

대폭발 이후 중심에서 하염없이 영원의 시간속으로 멀어져 간다는 우주의 끝. 인간의 두뇌로는 감히 그 넓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그렇게 우주는 무한한 공간일까?

이 질문에 대해 오랫동안 사람들은 주저없이 ‘그렇다’고 답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보고돼 천문학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우주는 신들의 축구공?’


윌킨슨 극초단파 비등방성 탐사선(WMAP). 채 1톤도 나가지 않는 이 탐사선은 우주의 크기와 모습을 규명해내는 중요 임무를 띠고 있다.


과학전문지 ‘네이처’ 10월 9일자는 우주가 5각형 면이 맞물려 12면체의 축구공 모양을 띠고 있으며 크기도 당초 예상과 달리 무한하지 않다는 미국과 프랑스 천문학자들의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연구를 주도한 미국의 프리랜서 수학자 제프리 위크스 박사는 논문에서 “우주 탄생(빅뱅) 직후의 우주배경복사(CMB)를 조사한 결과, 우주가 유한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여기서 말한 배경복사파란 우주에서 날아오는 0.1mm-20cm의 마이크로파를 일컫는 말로 높은 등방성을 가진 우주 공간의 모든 전파의 근원이 되는 파동이다.

연구팀은 지난 2001년 미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의 끝에서 보내온 배경복사파 온도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쏘아 올린 윌킨슨 극초단파 비등방성 탐사선(WMAP)이 관측한 결과를 분석했다.

그런데 최근 윌킨슨 탐사선이 보내온 배경복사 정보를 분석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지금까지의 가설대로 만약 우주가 무한하다면 당연히 발견됐어야 하는 온도 파동들이 관측되지 않았던 것. 관측된 배경복사 신호 어디에서도 무한한 크기의 우주를 뒷받침할 만한 파동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연구팀은 5각형들로 이뤄진 12면체의 축구공 모양과 비슷한 유한 크기의 우주라야 이런 현상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러한 결론은 우주가 무한히 팽창한다는 기존 학설을 완전히 뒤집는 주장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천체 물리학자 제나 레빈 교수는 이와 관련해 “새 연구 결과가 우주의 모습을 규명하는 연구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주는 거울로 둘러쌓인 유한 공간


탐사선이 관측한 우주배경복사(CMB)지도 중 일부. 관측결과 우주는 볼록하게 굽은 5각형들이 모인 유한한 공간으로 추정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우주가 모든 파동을 수용할 만큼 충분히 크지 않다는 분석에서 비롯됐다. 위크스 박사는 “종이 작으면 그 소리도 크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우주 공간에서 파동도 이와 비슷한 특성을 갖는다”면서 “수집된 온도 파동에서 뜻밖에 우주의 무한성을 설명해줄 특정 수준 이상의 파장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같은 결과로 미뤄볼 때 우주는 둘레가 7백억광년에 불과한 상대적으로 작고 이상한 형태를 띤 유한 공간”이라고 풀이했다. 위크스 박사는 우주가 무한한 것처럼 보이는 까닭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우주가 축구공 모양의 유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내부가 모두 거울로 이뤄진 방 같기 때문에 계속 팽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주 공간 어느 한점에서 출발한 빛은 수백억년 동안 방황을 거듭한 뒤 다시 원래 시작점으로 되돌아오게 되며, 결국 이 때문에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별들 중 상당수가 반사된 이미지라는 주장이다.

케이프타운대 조지 해리스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가 볼록하게 굽은 모양의 기하학적 공간속에 살고 있다”고 설명한다.

공동 프로젝트 통해 우주 구조 밝혀

천문학계의 뜨거운 반응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선 이견을 가진 연구자들의 목소리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위크스 연구팀의 관측 결과가 매우 유력한 모델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확신할 만한 구체적인 정보들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우주 형태와 크기를 밝히려는 연구 조사 작업들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새 학설을 뒷받침하려는 다양한 실험들이 일부 연구소와 대학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내 2개 대학과 미항공우주국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를 중심으로 수퍼컴퓨터들을 동원한 우주배경복사의 분석 작업이 시작됐다. 아울러 유럽우주기구도 오는 2007년 플랭크 탐사선을 쏘아 올려 심층 탐사 활동을 벌인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플랭크 탐사선이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하면 지금보다 더 정확한 우주의 형태와 크기를 추측해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플랭크 탐사선은 특히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12면체 우주론의 사실 여부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탐사결과 이 이론을 뒷받침할 만한 명확한 증거가 확보된다면 인류의 천문학사는 다시 쓰여져야 할 운명에 처할 것이다.

기하학적 우주를 상상해낸 천재들

우주의 구조는 이미 과거 수천년동안 인류의 상상속에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져 왔다. 기하학적인 우주 형태설의 원조는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BC 429?-BC 347)이었다.

수학을 중시했던 그는 우주를 구성하는 다섯가지 물질(불, 공기, 흙, 물, 하늘)의 형상이 정다면체의 기하학적 도형으로 표현했다. 불은 정4면체, 공기는 정8면체의 형태를 띠며 흙과 물은 각각 정6면체와 정20면체로 묘사됐다. 특히 그는 제5원소로 불린 하늘을 뜻하는 기하학적 모양으로 최근의 연구 결과와 유사한 정12면체를 상상했다. 그에게 정12면체는 우주를 표현할 수 있는 완벽한 형태였던 것이다.

플라톤 이후 여러 수학자와 철학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기하학적 우주’를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 화가이자 천문학자, 수학자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가 그 다음으로 나섰다. 다빈치는 중세를 거치며 오랫동안 잊혀졌던 그리스의 ‘완성체’(Perfect Bodies)의 개념을 복원한 정12면체의 우주형태설을 주창했다. 신플라톤주의자였던 케플러(1571-1630)도 플라톤의 ‘다면체론’에 영향을 받아 타원 운동하는 행성 궤도를 표현하기 위해 기하학적 우주론이란 개념을 고안했다. 그는 자신의 첫 연구서 ``‘우주의 신비’에서 세상에는 오로지 다섯가지 정다면체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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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박근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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