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일 수 없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곤충을 유인하는 다양한 기술을 습득한 식물들의 이야기
식물들이 철에 따라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향기를 발하는 것은 종의 보존이라는 그들대로의 뚜렷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 곳에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는 식물들은 무성생식을 하는 종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곤충들의 도움으로 화분 수정을 하여 씨앗을 만든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식물들은 곤충을 불러들이려는 여러가지 방법을 진화과정을 통하여 발달시켜 왔다. 여기 이러한 방법이 뚜렷이 눈에 띄는 몇 종류의 식물들을 살펴 보기로 한다.
물매화는 발달한 다섯 개의 무성수술(헛수술)에 묻어있는 끈끈한 진으로 일단 파리를 유혹하고 난 다음, 꽃잎에 나있는 유도선을 이용하여 암술이 있는 꽃의 내부로 끌어들인다. 그러나 밤에는 이것도 효과가 없으므로 저녁에 피는 일부 쥐손이풀과 식물 달맞이꽃 장구채종류는 빛의 파장 차이를 이용한다. 곤충들의 경우 자외선을 볼 수 있는 기능이 있으므로 꽃 바깥쪽보다 안쪽을 진하게하여 곤충을 유도하기도 하고 또 쥐손이꽃의 경우 유도선은 자외선을 반사하고 나머지 꽃잎은 자외선을 흡수하므로 유도선을 따라 모여들 수 있다.
천남성종류 중 어느 것은 버섯이 썩어갈 때 그것에 알을 까는 작은 곤충들이 천남성에서 나는 냄새를 버섯으로 착각하고 꽃 입구로 들어가다가 수직으로 되어 있는 꽃 밑으로 떨어져 화분 수정을 이룬다.
물봉선 송이풀은 주로 사나운 큰벌들이 수정해주는데, 벌들이 꽃속에 있는 꿀을 빠는 동안 벌이 안전하게 지탱할 수 있도록 순판을 넓고 튼튼하게 발달시켜 놓았다. 이는 꽃이 곤충에 적응한 예다.
그러나 꽃이 곤충에 적응하여 발달한 경우 단점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는 곤충이 멸종하면 식물도 따라서 멸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경우를 대비한 식물로 국화과의 쑥부쟁이 구절초 개미취 등이 있는데 꽃을 넓고 평평하게 만들어서 아무곤충이나 와 앉도록 해 놓았다.
그러나 이것도 모자라서 여기에 좀 더 보완을 한 식물들도 있다. 산형과의 어수리는 화정(花定) 주위의 꽃을 가운데 꽃보다 유난히 크게 하고 꽃잎을 두개로 갈라놓아 곤충들 눈에 잘 띄게 했다.
인동과의 백당나무와 범의귀과의 산수국은 여러개의 작은 꽃을 가운데 두고 주위에 큼직한 무성화를 치장하여 곤충들이 잘 보도록 했다. 이와같이 씨가 맺히지 않는 무성화의 기능은 말할 것도 없이 일종의 장식용인 것이다.
쥐방울덩굴은 처음 꽃이 피었을때 냄새를 강하게 풍겨 작은 곤충들을 모은다. 모인 곤충들이 꽃에 와서 앉자마자 수직으로 서있는 꽃속으로 미끌어 떨어진다. 꽃통 안쪽 벽에는 밑으로 향한 털이 밀생하여 일단 들어간 곤충은 밖으로 곧바로 나올 수 없게 된다.
꽃 밑바닥에 떨어진 곤충은 꽃 벽에 나있는 기공으로부터 신선한 공기와 적당한 습도 광선을 제공받고 식량으로 꿀을 먹어가며 수술이 성숙할 때까지 2~3일간 그 속에서 살게 된다. 2~3일 후 수술이 다 성숙하면 꽃밥이 터져 곤충은 밀가루를 뒤집어쓴 것 같이 꽃가루를 흠뻑 뒤집어 쓰게 된다. 그와 동시에 이때까지 수직으로 서있던 꽃이 수평으로 넘어지면서 털도 부드러워져 곤충은 아무 방해도 받지않고 슬슬 기어 유유히 밖으로 나가게 된다.
족도리는 볼품없는 꽃이 땅에 딱 붙어 피어있어 좀처럼 곤충들을 모으지 못한다. 그러나 강한 냄새로 밤에 땅을 기어다니는 야행성 곤충을 유혹하여 화분수정을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식물들은 그들대로의 기발한 방법으로 수정하여 번식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움직일 수 없다는 결정적인 단점을 슬기롭게 극복한 이 식물들은 동물보다도 오히려 번식본능이 더 강하다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