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예뻐~?”
페키니스 ‘투투’가 다가와 그렁그렁한 눈으로 쳐다본다. 절대 반응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무릎에 고개까지 기대오며 애교를 떠는 통에 견디지 못하고 번쩍 안고 만다. 주인을 무장해제시키는 개의 이런 귀여운 행동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옥시토신은 일명 ‘사랑 호르몬’이다. 뇌의 시상하부에서 만들어지는 신경전달물질로, 사람 사이에서 사랑이나 우애 등의 친근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임신과 출산 때 필수다. 모성 본능을 일으키고 출산을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 옥시토신은 스프레이 형태의 약으로도 만들어져 흡입할 수 있는데, 사람이 옥시토신을 흡입하면 좀더 믿음직하고 협력적이며 관대해진다. 그런데 개 역시 옥시토신을 맡으면 더 사랑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도쿄대 인지행동과학과 테레사 로메오 박사팀은 1세 이상의 개 16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일부 개에게는 옥시토신을 뿌려 주고 일부에게는 그냥 증류수를 코에 뿌린 뒤 주인에게 가게 했다. 주인은 개가 어떤 스프레이를 맡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주인은 개의 애교에 일절 반응하지 않도록 지시 받았다. 하지만 실험 결과, 옥시토신을 맡은 개의 주인이 그렇지 않은 개의 주인보다 더 규칙을 잘 깼다. 옥시토신을 맡은 개의 ‘애교’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개가 주인과 함께 있는 시간과, 눈을 마주치는 시간 역시 옥시토신을 맡은 경우가 더 높았다. 연구팀은 “옥시토신은 사회성을 증진시켜주며, 심지어 다른 종 사이에서도 사회성을 높여준다”고 결론지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6월 9일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