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한복

사각재단 재생용이-사계절 활동 편리

한복은 그 구성면에서 선조들의 지혜로움을 엿볼 수 있다. 바느질 방법의 변화가 적어서 천의 손실이 적을 뿐더러 형태의 변화가 적어서 유행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아도 된다.

민족의 전통성과 조상의 얼이 담겨 있는 우리의 민족의상인 '한복'은 우리나라의 기후 풍토 생활양식 등에 알맞게 정착된 고유복식이다. 현대에는 단지 예복으로서 착용되고 있으나 좌식생활을 하던 과거의 우리 민족에게는 더없이 편안한 의복이었다. 또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기후에 적응하는 데나 남녀 모두 의복의 기본형태에서 계절에 따른 변화를 거의 볼 수 없고, 다만 계절별 재질의 변화만을 찾을 수 있는 옷이 한복이다.

형태와 바느질 방법의 변화가 적은 옷

한국복식의 원류는 기마수렵생활을 한 복방계 양식에서 찾을 수 있는데, 그 기본 의복으로는 좁은 소매의 저고리와 홀태바지, 치마와 두루마기를 들 수 있다. 저고리류와 두루마기류는 소매가 달리고 앞자락이 열리는 전개형(前開型) 옷이다. 바지는 양 가랑이가 있는 체형형(體形型) 옷으로 활동성이 있고, 치마는 의례용(儀禮用) 또는 방한용으로 바지 위에 덧입는 옷이다.

곧은 선에서 너그러운 곡선으로 유연한 선 흐름을 이어주는 한복은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한 색채나 문양의 조화가 곁들여져 미(美)를 창출하고 있다. 또한 옷감을 직선으로 재단하고 봉합해 평면적으로 만들어진 한복을 인체에 입히면 여유분으로 인해 입체감이 형성된다. 이 입체감은 부드럽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활동하기에도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옷의 치수가 몸의 크기보다 큰 것은 체형상의 단점을 보완해준다. 또 옷을 여러겹 껴입으므로써 표현되는 선과 한복 자체의 유연하게 흐르는 선은 사람의 몸매가 노출되지 않게 전신을 감싼다. 이처럼 한복은 착장방법에 따라 고운 맵시를 내거나 새로운 착장자태를 창조할 수 있어서 미의식과 예술성이 곁들여진 우리 민족만의 자랑스러운 옷이라고 하겠다.

한복에서 선조들의 지혜로움을 엿볼 수 있는 가장 큰 부분은 한복의 구성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복은 형태의 변화가 적어서 유행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아도 된다.

또 바느질 방법의 변화가 적어서 천의 손실이 적다. 양장의 경우 몸에 잘 맞게 하기 위해서 곡선재단의 활용이 많아 필요없는 부분의 천은 버리게 된다. 그러나 한복의 경우는 좌식생활에 편하게하기 위해서 옷 자체에 꼭 일정치 않게 여유분을 두고, 곡선재단을 하지 않으므로 천의 손실이 적다. 또한 천과 천을 이으면서 시접 부분을 넉넉하게 두어 길이나 너비에 대한 여유 분량을 확보, 재생 활용하기에 용이하다. 게다가 사각형의 평면재단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에 맞도록 쉽게 활용할 수 있다.

한복의 여러 기본 의복에 나타나는 선조들의 지혜로운 구성적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한복은 직선으로 재단해 평면적으로 만들어지나 입으면 입체감이 형성된다.


시접분량 넉넉하게 해 재생용이한 저고리

저고리는 몸체를 이루고 있는 길, 목선을 두르는 깃, 여밈부분의 섶, 팔부분의 소매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변화의 폭이 심한 것은 길이와 도련, 소매의 형태다.

상고시대의 저고리는 길이가 엉덩이까지 내려왔으며 소매도 길었다. 도련과 깃, 소맷부리 부분에는 다른 색의 천으로 선(襈)을 넓게 둘렀으며, 허리띠를 매면서 왼쪽으로 여미는 형태였다.

고려시대로 넘어 오면서 저고리의 길이가 짧아졌는데, 여자의 경우 허리 위로 올라가게 됐다. 이때 허리띠 대신 고름이 생겼으며,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서 조선시대 말기에는 길이가 앞가슴이 나올 정도로 짧아지는 변화를 보이기도 했다. 현대의 여자 저고리는 가슴 아래까지의 길이, 남자의 것은 허리 아래까지의 길이로 정착됐으며, 유행하는 미의 기준에 따라 세부적인 부분의 변화만을 보여주고 있다.

길은 앞길과 뒷길로 나눠지며, 뒷길은 평면의 사각형이다. 예전에는 천의 폭이 좁아서 천과 천을 이어야만 했으므로 뒷중심에 선(등솔)이 생겼고, 이 부분의 시접 분량을 넉넉하게 줌으로써 저고리의 품을 넓혀 재생시키기 용이하도록 했다. 저고리에서는 이 부분뿐만이 아니라 어깨와 밑단 시접 부분으로는 길이를, 등솔과 옆선 시접부분으로는 품을, 소매의 진동선과 둘레, 소맷부리 시접으로는 소매 길이 등을 재생할 수 있었다.

앞길은 뒷길과 마찬가지로 평면의 사각형 재단이다. 앞길 뒷길의 경계선에 여분을 두어서 길이의 조정과 조각천의 이용도 용이하며, 또 고대 넓이의 조정도 용이하다. 여자의 경우 뒷길의 길이보다 약간 길게 잡는데, 이는 여성의 가슴 크기를 감안한 앞처짐의 분량인 것이다.

또한 앞중심의 윗부분을 V자형으로 꺽어 넣는데, 이는 깃이 달릴 위치다. 깃은 직선으로 재단하지만 달 때에는 어깨보다 가슴이 두꺼운 인체의 형태를 고려해서 앞쪽에서 약간 비스듬하게 굽힌 형으로 앉혀 착용시 안정감 있고 자연스러움을 연출한다.

가장 활동성이 있어야 하는 소매는 직선형인 앞뒷길의 어깨를 연결하고 달게 되므로 이 또한 직선으로 구성돼 있다. 소매의 이러한 직선재단은 시접분량으로 인한 재생의 방법 외에도 소맷부리의 해진 부분을 진동 부위와 바꿔 재봉함으로써 수명을 연장시키도록 했다.
 

재단봉제의 솔기에 여유분을 둔 재단도


폭 넓어 좌식 생활에 적합한 치마와 바지

한국의 전통복식 중 치마는 오랜 기간동안 가장 변화가 적었다. 저고리 길이에 따라 반비례하는 길이의 변화를 보여 주었을 뿐 형태의 변화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허리 부분이 허리띠로 돼 있었으나 활동성을 부여하기 위해 조끼허리를 치마에 붙인 형태로 바뀌어 현대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치마의 형태는 치마 몸체와 허리띠, 끈으로 구성돼 있다. 치마폭은 평면의 천인 사각형을 그대로 사용하며, 윗부분에서 주름을 잡아 허리띠 속으로 집어넣은 형태다.

입을 때에는 뒤에서 여며지도록 앞에서 둘러 가슴에서 끈으로 묶으며 치마폭 그대로를 사용해 풍성하고 둥근 분위기의 자태를 나타낸다. 이 뒷중심의 여밈은 열리게 돼 있어 걷는데 불편함이 없을 뿐더러 치마폭이 넓기 때문에 좌식의 온돌생활에도 적합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또한 활동시 끈으로 치마 위를 둘러매어 입는데, 이는 착장에 따른 독특한 미를 창출시키고 있음을 읽게 한다.

남녀 모두 착용한 바지는 점차적으로 남자에게는 외의(外衣)의 개념으로, 여자에게는 내의(內衣)의 개념으로 착용되고 있다.

바지는 마루폭 사폭 허리로 구성되며, 신장을 중심으로 폭을 넓게 잡아 제작된다. 따라서 입식생활과 관련된 체형에 꼭 맞는 서양 바지 보다 여유가 많아 좌식에 편리한 구성으로 돼 있다.

다만 허리 부분과 바지 부리를 끈과 대님으로 매어 고정시켜야 함은 착장시의 불편함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이 한복입기를 꺼리도록 하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이에 현대 개량된 한복 바지는 바지 부리에 대님을 아예 고정시켜 놓거나 허리 부분도 양복 바지와 같이 주름을 고정시킨 채 벨트를 이용해 착용할 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형태미를 연출하는 과학적 재단과 봉제

여자들의 경우 전신을 다 가리는 윤리적인 생활을 해야 했기 때문에 풍성한 치마 속으로 여러 겹의 바지를 착용했는데, 생활의 편리함을 도모하고자 바지 중에는 밑부분이 트여 있는 것이 있었다. 아이들의 풍차바지 또한 생활에서의 편리함을 위해 바지에 뒷트임을 준 지혜로움을 볼 수 있다.

한복은 평면재단의 평면적 구성으로 인해 재단시 옷감 결의 방향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세로 방향이다. 즉 사람이 팔을 벌리고 지구상에 서 있는 수직방향과 같은 방향이다. 따라서 옷의 방향이 뒤틀리거나 옷감 결의 방향이 가로로 되면 옷 자체의 흐르는 선이 바로 잡히지 않게 돼 예쁜 선을 기대할 수 없다.

원래 전통 한복은 세탁할 때마다 완전히 해체해 푸새 다듬이 과정을 거쳐서 재봉제하곤 했으므로 직사각형 재단은 올을 바로잡는 데 아주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재단법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에는 드라이클리닝으로 인해 한복을 해체하지 않고 그대로 세탁할 수 있는 데다 재단법이 개량돼 등솔과 어깨선, 그리고 소매 진동선의 여유분 등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이것은 옷을 다시 짓는 수고를 덜고 시간 절약이 되나 한편 경제성으로 볼 때 치수의 고정화로 인해 유행의 변화와 인체의 크기 변화에 따른 길이나 품의 가감조정이 불가능하게 돼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면에서 우리의 후손들은 선조들의 지혜와 전통미를 알 길이 없게 돼 가고 있기도 하다.

길을 재단할 때 옷감 결의 방향은 길방향으로 잡는 반면 소매는 소매폭의 방향으로 잡는데, 이는 한복의 형태미를 부여하는 재단방법이라 할 수 있다. 즉 저고리 착용시 어깨에서부터 소맷부리까지 외측선이 곧게 살아나게 돼 한복의 정돈되고 꼿꼿한 선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다.

앞길에 달리는 옷고름은 의복을 정돈하는 목적과 함께 장식적인 역할로 미를 나타낸다. 깃 위에 앉혀지는 하얀색의 동정은 의복관리 면에서 편의를 도모하고자 이용한 방법으로 기능적으로 큰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세탁할 때마다 모든 부위의 박음 부분을 빨아 다시 지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깃 위에 덧댄 동정을 갈아줌으로써 수고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상고시대부터 깃의 가장자리에 둘러진 선은 현대에 와서도 깃 소맷부리 곁마기 등에 남아 있다. 이는 의복의 맨끝 가장자리가 쉽게 더러워지고 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다른 색이나 무늬가 있는 옷감을 대서 사용한 실용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 또한 선은 독특한 장식효과를 보여주며 색과 문양의 차등화로써 계급을 구분짓는 역할을 했다.
 

한복은 몸매를 감싸주게 돼 있으므로 몸매의 모든 결점을 덮어준다.
 

1995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순홍 교수

🎓️ 진로 추천

  • 역사·고고학
  • 문화인류학
  • 의류·의상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