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내용은 흔히 숫자나 수식으로 표현되지만 기술의 내용은 제품으로 표현되는 수가 많다. 후진국이라도 세계적인 과학자는 나올 수 있지만 기술 특히 산업기술분야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가령 인도는 아직도 공업적으로 후진국에 속해 있지만 이미 1930년대에 라만이란 걸출한 과학자가 나와 노벨상을 받았다. 다시 말해서 출중한 과학자만 있으면 개발도상국이라도 세계적인 과학업적이 나올 수 있지만, 공업을 발전시키는 독창적인 기술개발에는 이러한 비약이 있을 수 없다. 그만큼 독창적인 산업기술을 갖는다는 것은 대단히 힘들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산업기술의 독자적인 개발능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현 과학기술연구원)을 설립한 것은 1965년의 일이다. 당시 KIST는 부품이나 반제품 완제품 등을 개발해 산업계의 국산화 노력을 뒷받침하는 데 전력을 쏟았다. 그리고 연구소의 주요 업적을 홍보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연구개발된 제품을 전시했다. 왜냐하면 그때만 해도 국내 연구소의 기술수준을 과소평가하는 분위기가 산업계에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1972년 필자가 KIST 소장 시절 대만 석유화학연구소 소장 일행이 KIST를 방문했을 때 연구소의 연구활동을 설명하던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