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가 1cm 두께의 ‘물 먹는 재료(왼쪽)’를 들고 있다. 오른쪽은 모델이 된 나미브 사막 딱정벌레. 등으로 공기 중의 물을 모아 마신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06/207254117453a911bb86d5d.jpg)
[연구자가 1cm 두께의 ‘물 먹는 재료(왼쪽)’를 들고 있다. 오른쪽은 모델이 된 나미브 사막 딱정벌레. 등으로 공기 중의 물을 모아 마신다.]
빨래를 한 뒤 젖은 옷을 들고 두 손으로 꼭 짜면 물이 나온다. 만약 공기 속에 있는 물을 이런 식으로 뽑아낼 수 있다면 어떨까. 아무리 건조한 환경에서라도 물 걱정은 놓을것 같다.
이런 만화 같은 상황이 현실로 나타났다. 미국 라이스대 풀리켈 아자얀 교수팀은 고분자 탄소 재료를 이용해 공기 중의 습기를 응결시켜 모으고, 재료 안에 저장까지 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해 ‘미국화학협회(ACS) 응용재료 및 인터페이스’ 지 6월호에 발표했다.
풀리켈 교수팀은 고분자 탄소 재료를 이용해 튜브 모양의 재료(탄소나노튜브)를 만들었다. 이 탄소나노튜브는 튜브 안에 또다른 튜브가 있는 형태였다. 이 튜브는 물을 밀어내는 성질(소수성)이 있는데, 이런 튜브 여러 개를 마치 땅에 나무를 심듯 세로로 고정시켜 두께 1cm 정도의 재료를 만들었다. 그런 뒤 재료의 위쪽 표면에 물을 끌어들이는 친수성 재료를 붙였다. 맨 위에서 친수성 재료가 공기 중의 습기를 끌어당기면, 물이 재료 내부의 소수성 탄소나노튜브 ‘숲’에 갇힌다. 스폰지가 물을 머금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실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물을 흡수하는 효율은 습도에 따라 달랐는데, 건조할 때는 11시간 만에 재료 전체 무게의 4분의 1을 물로 채울 정도였다. 습도가 높을 땐 속도는 느리지만 더 많은 물을 저장할 수 있어, 13시간 만에 재료 무게의 80%에 해당하는 물을 머금었다.
연구팀은 자연을 모방한 ‘생체모방공학’을 이용해 이 재료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나미브 사막에 사는 딱정벌레(아래 오른쪽 사진)는 건조한 환경에 살지만 미세한 나노 구조로 된 등껍질을 이용해 공기 중의 물을 모아 먹고 산다. 등껍질에 있는 친수성 재료에 끌려 모인 물이 소수성 재료 사이에 모여 물방울로 자라나고, 어느 정도 커지면 저절로 딱정벌레의 입으로 흘러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