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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지배자’라고 불리는 매의 가장 큰 무기는 중력을 이용해 만들어낸 엄청나게 빠른 낙하속도다. 매는 공중에서 빙빙 돌거나 높은 나무 위에 앉아 주변을 탐색하는 것으로 사냥을 시작한다. 매의 눈은 수정체가 크고 안구가 관처럼 길어서, 먼 거리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시세포도 사람보다 두 배 이상 많아 시력이 8~10배 더 좋다. 하늘 위에서 맴돌다가 사냥감을 발견하면 날갯짓을 빠르게 해서 가속한다.
사냥감과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순간적으로 날개를 접어 목표를 향해 내리꽂는다. 수직으로 낙하하는 이유는 중력의 힘으로 가속하기 위해서다. 시속 168km 정도로 직진비행을 하던 매는 자유 낙하할 때 최고 속도가 320km에 다다른다. 이것도 사람이 측정한 최대 기록일 뿐, 실제 매의 비행능력의 최고치는 아니다. 속도가 커지면 운동에너지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 커지기 때문에 강한 힘으로 먹잇감을 잡아챌 수 있다. 참고로 육상에서 가장 빠르다는 아프리카 치타의 최대 시속은 120km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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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는 먹잇감 바로 앞에서 가장 커진 운동에너지를 이용해 발톱으로 강하게 타격한다. 매의 발톱에 맞은 작은 새는 상처를 입고 추락한다. 매는 속도 때문에 일단 지나쳤다가 빠르게 되돌아와 먹이를 낚아챈다. 물 위에 있는 오리를 사냥할 때는 수면에 닿는 순간 발톱을 크게 펼친다. 안쪽으로 구부러진 발톱은 마치 미끼 없이 물고기를 채는 ‘홀치기 낚시 바늘’처럼 생겼다. 눈 깜짝할 새에 먹잇감을 낚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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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빠르고 강력하지는 않지만, 현란한 비행술을 선보이는 새가 있다. 바로 새호리기다. 주로 제비처럼 작고 날쌘 새나 잠자리 같은 곤충을 사냥하는데, 공중에서 낚아채야 해 비행이 빠르고 현란하다. 새호리기라는 이름도 다른 새를 홀리듯 유려하게 비행해 잡는 사냥 솜씨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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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비행술의 비결은 날개에 있다. 새호리기의 날개만 보면 제비와 닮았다. 제비가 날렵한 날개와 두 갈래로 갈라진 꽁지깃으로 방향을 재빨리 바꾸고 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듯이, 새호리기도 날개와 꽁지깃이 길고 폭이 좁다. 날개가 좁으면 기류를 타고 활공하기는 어렵지만, 방향을 빨리 바꾸고 돌진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제비가 호락호락한 건 아니다. 제비 역시 현란한 비행술로 논 위를 낮고 빠르게 날면서 곤충을 사냥하는데, 새호리기가 따라오면 덤불 속에 숨어버린다. 새호리기는 덤불이나 숲 속처럼 장애물이 많은 곳에서는 실력 발휘를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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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비행의 명수가 또 있다. 황조롱이다. 새들은 사냥을 하기 전 전봇대나 높은 나무에 가만히 앉아 지켜볼 때가 많다. 만약 높은 나무가 없는 너른 들판이라면 날갯짓을 계속하면서 허공에 가만히 멈춰서 있는 ‘정지비행’을 한다. 공중에 전망대를 만든 셈이다. 그러면서도 머리는 움직이지 않고 먹이를 주시한다. 하지만 말똥가리나 물수리를 비롯한 맹금류들의 정지비행은 단 몇초에 불과하다. 황조롱이의 정지비행은 수십 분에 이른다.
황조롱이의 비결은 남다른 꽁지깃에 있다. 공기 같은 유체 속에 있을 때 새는 중력, 양력, 항력, 추력 등 4가지 힘을 받게 된다. 중력이 양력보다 크면 가라앉고 추력보다 항력이 크면 뒤로 밀린다.
따라서 정지비행을 하려면 이 모든 힘의 합이 0이 되게 해야 한다. 양력은 날개를 위아래로 움직여서 조절하고 추력은 꽁지깃을 이용한다. 특히 황조롱이는 꽁지깃이 부챗살 모양으로 돼 있어 펴거나 접어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의 항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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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제왕’ 올빼미의 발톱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한 번 낚아채면 먹잇감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놓치는 법이 없다. 올빼미가 발로 움켜잡는 힘은 대략 1cm2당 약 35kg로 인간보다 8배 크다.
하지만 올빼미는 매와는 다른 방법으로 사냥한다. 망막에는 어둠속에서 명암을 구분하는 간상세포가 발달해 있어서 별빛 아래서도 사물을 구분할 수 있지만, 야행성인 만큼 시력보다는 청력에 의존한다. 눈동자를 움직이지 못하는 대신, 270°까지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얼굴을 향하게 하는데, 이 때 원판 모양인 얼굴이 마치 접시형 안테나처럼 소리를 모은다. 양쪽 귀의 위치가 확연히 달라서 소리가 도달하는 각도나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청력만으로 주변 지도를 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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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고요한 밤중에 사냥감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느리지만 소리내지 않는 ‘스텔스’ 비행을 한다. 올빼미의 날개 뼈는 다른 새보다 많이 휘어져 있어서, 한 번 날갯짓을 할 때 더 많은 양력을 얻을 수 있다. 날개 앞쪽 끝에는 뻣뻣한 깃털이 머리빗 형태를 이루고 있고 날개의 뒤쪽 가장자리에는 부드러운 잔깃털이 빽빽하게 나 있어서 소음의 원인인 공기 소용돌이를 방지한다.
날개 표면을 촘촘하게 덮고 있는 부드러운 융단 깃털의 역할은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았는데, 최근 미국 르하이대 저스틴 저워르스키 교수팀이 융단 깃털 역시 공기 소용돌이를 억제해 소음을 줄여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표면 깃털은 숲의 최상층과 비슷한 기하학적 구조를 이뤄 거친 표면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일부를 없애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워르스키 교수는 “올빼미 표면 깃털이 어떻게 소음을 줄이는지 확실히 알게 되면 항공기나 풍력발전기 날개, 잠수함, 선박 등의 소음 저감 기술로 이용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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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호리기가 제비를 사냥하기 위해 제비가 됐듯이, 물고기를 잡아 먹으려고 물고기가 된 새들도 있다.
물수리 ‘물고기 잡는 매’라는 뜻을 가진 물수리는 물고기를 사냥하는 다른 새보다 발톱이 크고 날카로워 훨씬 더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심 1m까지 다이빙 할 수 있다. 검독수리나 참수리, 흰꼬리수리 등은 수면에 떠 있는 물고기만 사냥할 수 있다. 물수리는 입수할 때 수면 바로 위에서 날개를 펼쳐 속도를 줄인다. 내리꽂는 순간의 속도는 무려 시속 140㎞로, 그대로 물에 떨어지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속도 조절이 사냥의 성패와 물수리의 생사를 결정짓는다.
물까마귀 물까마귀는 아예 물고기처럼 물 속을 헤엄쳐 다닌다. 사냥을 하기 전 꽁지깃 아래 기름샘에서 나오는 기름을 온 몸에 바른 뒤, 얕은 물 밑을 헤엄쳐 다니면서 곤충이나 물고기를 잡아 먹는다. 숨은 쉬지 못하니까 한 번 잠수했을 때 30초 안에 사냥에 성공해야 한다.
가마우지 ‘잠수왕’ 가마우지는 방수 깃털까지 포기해 부력을 줄였다. 최대 45m까지 잠수할 수 있다. 헤엄을 칠 때는 날개를 몸통에 바짝 붙여 유선형으로 만들어 물의 저항을 줄인다. 영락없는 물고기다. 가마우지가 사냥하는 비밀은 바로 발. 오리나 펭귄은 발 뼈 세 개 사이에 물갈퀴가 두 개 있지만, 가마우지는 발 뼈 네 개 사이에 물갈퀴가 세 개가 있다. 물갈퀴는 일종의 추진장치다. 방향조절도 자유자재로 가능하고, 더 큰 힘으로 밀어낼 수 있다. 특히 가마우지는 다른 새보다 다리가 뒤쪽에 달려서 물을 밀어내는 힘이 좋다. 가마우지는 깃털이 방수가 아니기 때문에 사냥이 끝나면 반드시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날개를 퍼덕여 물을 털어내고 바람에 털을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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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발톱이나 현란한 비행술, 수영 실력은 없지만, 맹금류 못지 않게 사냥을 잘 하는 새가 있다. 바로 때까치다. 사냥감을 발견하면 매처럼 순식간에 내리꽂아 부리로 찌른다. 매처럼 윗부리가 아래부리보다 길고 갈고리처럼 아래로 휘어져 있으며, 이빨 모양의 돌기가 있어서 뼈가 있는 먹이를 쉽게 부러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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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때까치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아카시아 나무나 탱자나무를 찾아 날아다닌다. 때까치는 발로 먹이를 잡고 먹을 정도로 발달하지 못해서 먹이를 가시에 꽂아놓고 뜯어 먹는다. 때까치가 지나간 자리엔 늘 핏자국이 남는다. 종종 때까치는 먹이를 다 먹지 않고 가시에 꽂아 놓은 채 떠나는데, 때까치의 이런 행동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다. 추운 겨울을 대비해 먹이를 저장하는 것이라던가, 영역을 표시하고 암컷에게 잘 보이기 위한 구애 행동이라는 설, 그리고 순전히 살육을 즐기는 행동이라는 말도 있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런 행동이 학습이 아니라 본능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