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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모레 시험을 앞둔 중학생 두 아들이 소란스럽게 장난을 치며 놀고 있다. “자자, 이제 그만 놀고 공부해야지.” 처음에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좀 더 목소리 톤을 높인다. “얘들아~, 이제 방으로 가서 공부해라.” 아이들이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이제는 큰 소리로 고함친다. “엄마 말 안 들려??!!”
토요일 오전 우리 집 풍경이다. ‘부모의 고함과 욕설이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주제로 원고를 쓰려는데 두 아들이 떠드는 소리가 방해가 되어 나도 모르게 고함을 쳤다. 얼마나 아이러니컬한가?
수치감을 주는 언어와 몸짓도 폭력
부모의 물리적인 체벌(신체 학대, 벌세우기 등)이 아이의 두뇌와 정서발달에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는 많다. 욕도 안 좋다는 연구가 최근에 많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물리적인 체벌이나 욕은 삼가지만 훈육의 명분으로 큰 소리나 온갖 비아냥과 비난은 ‘맘 편하게’ 퍼붓는 부모들이 더러 있다. 그러나 꼭 욕이 아니더라도 언어적인 폭력을 받으면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우울증이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국제아동 발달학회지(Child Development)’에 발표됐다.
이 연구를 한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은 펜실베이니아주에 사는 13~14세 청소년 976명과 그들의 부모를 약 2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어머니의 45%, 아버지의 42%가 가혹한 언어로 훈육을 하고 있었다. 이들의 자녀들은 약 2년 이내에 우울증이나 비행등의 문제 행동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에 미국 하버드대 의대 티처 박사팀이 확산텐서영상(물분자의 운동을 이용해 뇌의 신경세포를 영상으로 촬영)을 이용한 연구에 따르면, 어린 시절 부모의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언어에 시달렸던 자녀들의 뇌에서 언어이해력과 표현기능을 담당하는 워니케(Wenicke)와 브로카(Broca) 영역, 우울과 불안을 일으키는 감정중추 변연계 영역,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 영역 등의 백질 신경섬유 연결성이 떨어져 있었다. 또 언어폭력이 뇌에 미치는 부정적인 결과가 아동 성폭력이나 신체 학대를 당한 아이들의 경우와 거의 일치했다.
실제로 필자도 진료를 하다보면 부모들이 “때리지도, 욕도 하지 않았고 말로 훈육했을 뿐인데 아이가 우울증이 생기고 스트레스받으며 반항까지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억울해 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손대지만 않으면 그리 충격 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며, 스트레스 받는 아이를 오히려 정신적으로 나약하다며 한심하다고 나무란다.
그러나 거친 말이나 빈정거림, 높은 음성으로 혼내는 것도 때리는 것만큼 아이에게 해롭다. 예컨대 “게으르다, 바보같이, 한심하네, 어리석네”라는 표현은 아이들에게 수치감을 심어주고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늘려 뇌의 신경계와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함께 표현하는 몸짓, 억양, 얼굴 표정, 목소리 크기 등도 모두 악영향을 미친다. 부모들은 종종 “내가 언제 너를 비난했다고 그러니”라며 억울해 하지만 부모만 모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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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공감하면 뇌가 차분해진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부모 속을 뒤집어 놓는 행동을 할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조건 원하는 대로 들어줄 수도, 체벌이나 언어폭력도, 심지어 큰 소리로 나무라는 것도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하니, 참으로 난감하다.
청소년기는 왕성한 성호르몬 분비로 2차 성징이 나타나고 신체적으로도 급성장하는 시기지만 두뇌만큼은 막바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감정과 본능을 담당하는 변연계와 편도체의 활발한 활동에 비해 충동을 억제하는 제어능력과 이성적 판단력, 예측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발달은 여전히 미숙한 상태다. 그래서 부모의 작은 지시에도 불 같이 화를 내고, 부모에게 무례하게 행동한다. 이런 행동은 한편으론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동이다.
부모 말이 아무리 옳아도 내 마음 대로 하고 싶은 것이다. 이런 경우 부모들은 어른에게 도전하는 모습에 감정적으로 분노해 자녀를 때리거나 언어 폭력을 감행하곤 한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아이들의 감정적 뇌에 큰 불을 지르고야 만다.
버림받을까 두렵지만 순종하면 부모에게 조종당하거나 자신의 자율성이 침범 받을 것 같아 반항할 수밖에 없는 모순된 10대 초반 청소년들의 심리를 부모가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혼내주고 싶어도 우선은 이렇게 이야기 해보는 것이 어떨까?
“얘야. 실은 너도 너 자신을 어찌할 수 없어 힘든 면이 있다는 것 이해해. 네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것 알아. 엄마가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
이런 부모의 태도에, 동요하는 아이의 뇌는 거울신경세포(공감 능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활발해지면서 엔돌핀이 분비되고 뇌의 제어능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에서 도파민 기능이 향상되면, 궁극적으로 아이가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고 통제하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이해해주면 아이가 기고만장해질까 두려웠던 부모들이여! 이제는 고함과 비아냥, 비난으로 아이들의 뇌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기보다 공감과 이해로 감정적 뇌를 차분하게 안정시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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