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생.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한국전력 사장, 한국중공업 사장,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회장, 한화종합화학 회장, 한화그룹 총괄부회장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화그룹상담역을 맡고 있다.
전기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에너지다.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고전압으로 변전소에 보내는 일을 송전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은 매우 안전성이 보장돼야 한다. 만일 전선이 땅에 떨어지는 일과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면 큰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고가 나면 사고부분이 전력 계통에서 즉시 분리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설치한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에도 일제시대에 주로 쓰던 소호선륜(消狐線輪)방식의 접지를 계속 채택해 왔다. 이 방식은 접지사고가 났을 때 사고전류를 자동적으로 없애주는 보호장치다. 하지만 전력계통이 커지고 복잡해지면 본연의 역할을 하기 어려워 전력계통 운전을 불안하게 만든다. 또한 경제적 손실도 크다.
한국전력공사에서 전력계통을 분석하고 계획하는 일선책임자로 재직하던 시절, 필자는 소호선륜방식의 문제점을 깨닫고 중성점 직접접지방식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 방식은 우선 사고상황을 빨리 파악해 조치할 수 있으므로 안전하고 경제적이다. 그러나 접지전류가 크므로 사고충격이 크고 송전계통과 함께 건설된 통신계통에 유도장애를 줄 우려가 있었다.
결국 필자가 추진했던 중성점 직접접지방식이 송전은 체신부, 교통부 등의 거센 반바를 샀다. 하지만 꾸준한 설득과 통신장애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충분히 보상하겠다는 조건으로 합의를 이뤄냈다. 1968년11월3일로 손전계통이 드디어 집접접지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검토했지만 행여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가슴을 졸이며 침이 마르는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후 초고압송전이 도입된 지금까지 우리나라 전력계통은 원만하게 운전되고 있다. 당시 혁명적인 송전기술을 도입하면서 남모르게 초조하게 지냈던 날들이 기억에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