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야인의 한 달은 20일
이집트를 비롯한 여러 문명권에서는 관찰과 경험을 통해 1년이 약 365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야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마야 달력에서는 한 달이 20일이다. 주로 농사를 짓는 데 썼던 태양력은 20일씩 18개월인 360일과 마지막 5일로 1년이 구성돼 있다. 이는 마야의 수 체계가 20진법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쓰는 수는 10진법이다. 0부터 9까지 10개의 수를 기본수로 하고, 10이 되면 한 자리가 높아진다. 20진법에서는 0부터 19까지 20개의 수를 기본수로 하고, 20이 되면 한 자리가 높아진다. 따라서 자릿값이 20, 202, 203, …이 된다. 그런데 마야의 수에서는 자릿값이 20, 18×20, 18×202, …이다. 1년이 18개월로 돼 있는 태양력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것이다. 2014를 마야의 20진법으로 나타내면, 2014=5×(18×20)+10×20+14이므로 5, 10, 14를 세로로 배열한 다음과 같다.

달력을 지구 공전 주기 365.242196일에 맞춰라
고대 역사의 중심에 서 있는 로마는 달력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로마 제국을 세운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알렉산드리아(현재의 이집트) 정벌에 나섰다가 귀환한 뒤, 이집트 역법을 참고해 기원전 46년, ‘율리우스력’을 만들었다. 카이사르는 자신이 태어난 7월을 다섯 번째 달을 의미하는 ‘퀸틸리스’에서 자신의 이름인 ‘율리우스(Julius, 영어의 July)’로 바꿨다. 그의 후계자인 아우구스투스 역시 자신이 태어난 8월을 여섯 번째 달을 의미하는 ‘섹스틸리스’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아우구스투스(Augustus, 영어의 August)’로 바꿨다. 권력자의 과욕에 따라 달의 이름이 바뀐 것이다. 어쨌든 율리우스력은 1년을 365일로 하되, 지구의 공전 주기는 365일보다 약간 길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4년마다 한 번씩 윤달을 뒀다. 따라서 1년은 평균 365.25일이 된다.
이는 여전히 지구의 공전 주기와 약간 차이가 있다. 근소한 차이지만 128년간 누적되면 하루의 오차가 발생한다. 실제로 16세기에는 3월 21일이 돼야 할 춘분이 3월 11일이 돼 부활절을 결정하는 데 문제가 생겼다. 이런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교황 그레고리 13세는 독일의 수학자 크리스토퍼 클라비우스를 위원장으로 하는 달력위원회를 만들어 1582년, ‘그레고리력’을 만들었다. 이와 더불어 율리우스력의 누적 오차인 10일을 복구하기 위해 1582년 10월 4일의 다음날을 10월 15일로 정했다. 갑자기 달력에서 10일이 사라진 것이다.
그레고리력은 지구의 공전 주기와 달력을 최대한 일치시키기 위해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율리우스력처럼 4의 배수인 해를 모두 윤년으로 하면 128년에 1일, 즉 400년 동안 약 3일이 많아지게 된다. 이를 보정하려면 400년마다 3번의 윤년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100의 배수인 해는 평년으로, 그렇지만 400의 배수인 해는 다시 윤년으로 정했다. 그렇게 되면 400년까지 원래는 윤년이 100번 있어야 하
는데, 100의 배수인 100년, 200년, 300년은 평년이 되므로 윤년이 3회 줄어 총 97회의 윤년이 있게 된다.
이 때 1년의 평균은
가 된다.

상당히 근접했지만, 여전히 지구의 공전 주기인 365.242196일과는 1년에 약 0.0003일(26초)의 차이가 생긴다. 26초×3300년≒23.83시간≒1일이므로, 대략 3300년마다 하루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를 보정하기 위해 다시 400의 배수로 원래 윤년이 돼야 하는 4000년, 8000년 등을 다시 평년으로 한다. 달력을 지구의 공전 주기에 맞추기 위해 아주 정교한 계산을 한 것이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은 무슨 요일에 일어났을까
정교한 만큼 그레고리력은 복잡하다. 연도에 따라 각 월일에 해당하는 요일도 달라진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도 과거 혹은 미래의 날짜에 해당하는 요일을 쉽게 알아낼 수 있지만, 이를 계산으로 알아내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도 있다. 독일의 수학자 크리스티안 첼러(1822~1899)가 만든 ‘첼러의 합동식’이다.

위 식에서 [A]는 A를 넘지 않는 가장 큰 정수다. 예를 들어

M월 D일에서 M과 D가 결정된다. 단, M의 값이 3월부터 12월까지는 각각 3부터 12이지만, 1월은 13, 2월은 14가 된다. 네 자리 수인 연도에서 앞의 두 자리는 YA, 뒤의 두 자리는 YB가 된다. 2014년이라면 YA=20, YB=14다. 단, M에서 1월과 2월은 13과 14로 정했기 때문에, 이 경우 이전 해의 연도를 입력해야 한다. 이렇게 계산된 H값이 0이면 토요일, 1이면 일요일, 이런 식으로 6이면 금요일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날의 요일을 계산해보자. 1980년 5월 18일이므로, YA=19, YB=80, M=5, D=18이다.

H가 1이므로 1980년 5월 18일은 일요일이다.

매월 날짜에 따라 요일이 달라지고 복잡한 현재의 그레고리력을 접하다 보면 이보다 체계적이고 쓰기 쉬운 달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프랑스 혁명기에는 그레고리력의 종교적 색채를 빼고자 달력에서도 혁명적인 변화를 모색했다. 그 결과, 프랑스에서는 1793년 10월 십진법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프랑스 혁명력’을 만들었다. 1년은 30일씩 12달, 그리고 5일의 휴일로 구성된다. 한 달은 10일씩 3주다.
그러나 이 달력은 1주가 7일인 기존 달력과 달리 1주가 10일이라 휴일이 줄어들어 사람들이 불만이 많았다. 다른 국가와 회담을 하거나 교역을 할 때 일정 착오가 생기면서 불편이 가중됐다. 결국 나폴레옹이 황제로 등극한 뒤, 프랑스 혁명력을 폐기했다. 1805년까지 12년 동안 프랑스 혁명과 관련된 기록이 이 달력을기반으로 써졌다. 그 바람에 후대의 역사학자들은 프랑스 혁명력과 그레고리력의 환산표를 보면서 날짜를 일일이 해석하는 고생을 해야 했다.
이처럼 특정 제도가 불합리한 면이 있더라도 널리 퍼져 있어 바꾸기 어려운 현상을 ‘선점(qwerty)효과’라고 한다. 타자기가 만들어질 당시 자판의 왼쪽 윗단은 ‘qwerty’ 순서로 배열했다. 이는 우리 몸과 잘 안 맞았지만, 이미 사용자에게 익숙해지면서 아무리 좋은 자판이 새로 나와도 바뀌지 않았다. 달력도 마찬가지다.
달력이 매해 달라지기에 새 달력으로 교체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새해 달력을 펼쳐보며 올해는 자신의 생일이 무슨 요일인지, 또 연휴는 며칠인지 세어보는 즐거움도 한 몫을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체계적이지 않은 달력이 인간적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