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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먹는 초콜릿은 진짜 초콜릿이니?








누군가 그랬다. 사랑은 초콜릿이라고.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뒷맛을 남기는데, 먹고 나서 후회를 하면서도 다시 생각하며 손대게 된다. 종류도 맛도 다양하고, 즐기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그래서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초콜릿이 선택된 것이리라. 밸런타인데이 때 소비되는 초콜릿은 연간 소비량의 4분의 1에 달한다는데, 어디서 이렇게 많은 초콜릿이 만들어지는지 모르겠다.


카카오 매스? 카카오 버터? 대체 무엇이 초콜릿인고

초콜릿은 남아메리카 베네수엘라가 고향인 카카오 열매에서 만들어진다. 15세기 말~16세기 초에 아메리카를 탐험하던 유럽인들은 당시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즐겨마시던 음료를 유럽으로 들여갔다. 원주민은 카카오 열매를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부르며 음료나 약으로 사용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화폐로 사용할 정도로 귀한 물건이었다. 유럽인들도 처음에는 원주민들처럼 음료로 마셨지만 1828년 네델란드의 반 호텐이 카카오를 압축해 지방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한 뒤부터는 지금 먹는 초콜릿의 형태를 갖게 됐다.

카카오 나무에서 수확한 카카오 열매는 여러 단계의 가공을 거쳐 우리가 먹는 초콜릿이 된다. 우선 커피도 커피 콩을 볶아 향을 내듯, 카카오 콩도 볶아서 초콜릿 향을 내도록 만든다. 볶은 콩의 껍질을 까고 과육 부분만 다듬은 상태를 ‘카카오 닙’이라고 한다. 모든 초콜릿은 이 카카오 닙에서 시작된다.

카카오 닙은 인간이 혀로는 알갱이를 느낄 수 없는 20μm 이하로 간다. 카카오 열매에 들어있는 지방 성분 때문에 마치 가루를 액체에 반죽한 것 같은 상태인 ‘카카오 리쿼’가 된다. 여기서부터 카카오 리쿼는 두 가지 경로로 갈라진다. 카카오 리쿼는 상온에서 한 시간 정도 두면 딱딱하게 굳어지는데 이를 ‘카카오 매스’라고 한다. 시판되는 초콜릿에서 ‘카카오 함유량 n%’라고 광고할 때 말하는 카카오가 바로 카카오 매스다. 가장 기초적인 초콜릿의 형태이며 이 카카오 매스를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다른 종류의 초콜릿이 만들어진다. 카카오 매스에분유나 생크림을 첨가하면 밀크 초콜릿이, 설탕 농도만 조절하면 다크 초콜릿이 된다.

또다른 카카오 리쿼의 경로는 압축기로 보내 카카오 케이크와 카카오 버터로 분리하는 것이다. 참기름을 짜면 참깨 찌꺼기와 참기름으로 나뉘는 것과 비슷하다. 딱딱하게 굳은 카카오 케이크는 카카오 파우더의 원료가 되며, 카카오 버터는 순수한 카카오 지방 덩어리가 된다. 그리고 이 카카오 버터가 바로 진짜 초콜릿인지 가짜 초콜릿인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카카오 버터, 무미(無味)하지만 초콜릿이다

카카오 버터는 녹는점이 34~38℃인 식물성 기름이다. 녹는점이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덕분에 초콜릿을 먹었을 때 입안에서 사르르 녹게 만든다. 카카오 열매 특유의 향이 있지만 일반적인 기름이 그렇듯, 특별한 맛은 없다. 화이트 초콜릿이라고 부르는 초콜릿이 바로 카카오 버터에 설탕을 첨가해 만든 초콜릿이다.

사실 카카오 매스가 가장 기초적인 초콜릿의 형태지만 시판되는 고급 수제 초콜릿은 카카오 매스를 잘 쓰지 않는다. 카카오 버터의 함유량에 따라 초콜릿의 맛이 달라지는데, 카카오 매스는 처음 카카오 열매가 갖고 있는 지방을 그대로 갖고 있어 취향에 맞는 초콜릿으로 가공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쇼콜라티에들은 카카오 케이크와 카카오 버터를 다시 섞어 자신이 원하는 초콜릿을 만든다.

그렇다면 밸런타인데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가짜 초콜릿’은 무엇일까. 카카오 버터는 쉽게 녹기 때문에 가공이 ‘매우’ 어렵다. 초콜릿 레시피를 검색하면 ‘템퍼링’이라는 단어가 꼭 나오는데, 이 작업이 카카오 버터를 가공하는 단계다.

카카오 버터는 상온에서 쉽게 녹는 만큼 카카오 버터 지방 분자는 느슨하게 결합돼 있다. 템퍼링은 카카오 케이크나 카카오 매스를 섞는 과정에서 온도를 높였다, 낮췄다를 반복하며 카카오 버터 분자가 결정을 만들 수 있도록 시간을 들이는 단계다. 카카오 버터 분자가 무사히 결정을 만들면 윤기가 도는 초콜릿(‘프랄린’이라고 한다!)이 만들어지지만, 실패하면 카카오 버터가 초콜릿 표면을 엉성하게 뒤덮어 하얀 가루가 묻은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가짜 초콜릿에서는 카카오 버터 대신 가공이 쉽고 잘 굳는 다른 식물성 기름을 쓴다. 주로 팜유, 야자유 같은 식물성 기름을 굳힌다. 유통과정에서 녹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경화제를 넣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입에 넣어도 잘 녹지 않고, 카카오 버터특유의 향도 잘 나지 않는다.

구입하려는 초콜릿 가격이 유난히 저렴하다면 성분표를 꼭 살펴보자. 카카오 버터가 아닌 팜유, 야자유 등이 표기돼 있을 가능성이 태반이다. 카카오 매스나 카카오 케이크(간혹 카카오 파우더로 표기됐을 수도 있다)가 있으므로 완전히 가짜는 아니지만 ‘반쪽짜리 초콜릿’인 셈이다.
 

 

 


 


충치와 비만의 대명사, 오명 벗을 수 있을까

진짜든 반쪽이든 일단 초콜릿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머리 속에서는 초콜릿이 줄 행복감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혀까지 녹을 것 같은 달콤함이 주는 행복도 잠시, 이 짧은 행복 뒤에는 불어날 뱃살이 걱정된다. 초콜릿 재료를 들어보니 더욱 그렇다. 지방 덩어리인 카카오 ‘버터’라니. 다이어트가 일상이 된 상황이라면 지방이라는 말에서 이미 경계 태세를 갖춘다.

하지만 초콜릿은 억울하다. 적어도 ‘카카오 버터’와 ‘카카오 케이크(혹은 매스. 아래 부터는 카카오 케이크로 용어를 통일하겠다)’는 그렇다. 전세계 초콜릿 소비량을 들여다 보면 초콜릿의 억울함을 이해할 수 있다. 독일이나 영국, 스위스 등 유럽에서는 한 사람이 1년에 초콜릿을 10kg 넘게 소비하지만 우리나라는 1kg을 약간 넘는 정도다. 무려 10배나 차이 나지만 유럽 사람들이 비만의 주요 원인으로 초콜릿을 지목하지는 않는다. ‘타임’지는 2012년 ‘초콜릿을 먹는 사람이 더 날씬하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초콜릿에 대한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이유는 초콜릿을 즐기는 방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좋아하는 초콜릿은 우유 제품이 많이 들어간 밀크 초콜릿이다. 카카오 버터와 케이크의 양은 적고, 분유나 설탕 비율이 높다.

반면 유럽에서는 카카오 함량을 기준치 이상으로 넣도록 정해, 초콜릿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예를 들어 아무리 밀크 초콜릿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은 10%, 유럽은 25%이상 카카오 매스와 버터를 포함하도록 했다. ‘고디바’같은 고급 초콜릿 회사에서는 30%이상 포함한다.

오히려 카카오에 있는 성분만 따지면 초콜릿은 억울할만 한다. 설탕과 같은 당류가 들어있지 않은 초콜릿은 정말 무지하게 쓰다. 우리나라에서 카카오 n% 시리즈가 유행할 무렵, 카카오 99% 초콜릿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공감한다.

초콜릿 자체의 효능은 꽤나 훌륭하다. 폴리페놀이나 에피카테킨 같은 항산화 물질이 많다. 고혈압 환자에게 꾸준히 먹였을 경우 혈압이 떨어졌다는 임상 결과도 있고, 이 덕분에 심장병, 뇌졸중 같은 질병에 걸릴 확률을 줄인다는 연구도 있다.

충치에 대한 오해도 비슷하다. 끈적끈적한 정도, 설탕같은 당의 양 등에 따라 충치유발지수가 결정되는데, 초콜릿은 15로 젤리(46), 캬라멜(38), 인절미(19)보다도 낮다. 카카오 버터 덕분에 쉽게 녹아 치아 사이에 잘 남지 않기 때문이다. 충치 원인이 아예 아닌 것은 아니지만, ‘충치의 주범’은 아니다. 물론 초콜릿 안에 아몬드나 과자같은 부스러기(?)가 들어 있다면 또 다른 문제긴 하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제대로만 고르면 밸런타인데이만이 아니라 언제 누구에게 선물해도 좋은 아이템이다. 평소 자신을 힘들게 한 사람에게는 쓰디쓴 다크 초콜릿 99%를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혀가 녹아내릴 정도로 달콤한 초콜릿이 진리다.

 

2014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오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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