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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다른 듯 닮은 그녀들의 허벅지




두껍고 탄탄한 허벅지가 높은 점프의 비결

김연아의 점프는 빠른 스피드를 유지한 채 도약해, 공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고 착지거리가 긴 게 특징이다. 이런 점프가 가능한 것은 무엇보다 허벅지 근육이 잘 발달했기 때문. 송주호 한국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김연아는 다른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비교하면 허벅지가 두껍고 탄탄한 편”이라며 “허벅지의 대퇴근을 강력하게 단련한 덕분에 3~4분 동안 빠른 속도로 빙판 위를 질주할 수 있고, 누구보다 높게 점프한다”고 말했다. 김연아의 명품 점프는 강하게 얼음을 밀어내는 허벅지 힘으로 완성된다는 얘기다.


근육 키우는 대신 힘의 긴장도를 높였다

하지만 김연아의 허벅지는 육상이나 빙상의 단거리 선수들만큼 크지 않다. 그보다는 선이 아름답다.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종목의 특성상, 강한 힘을 내야하지만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우면서도 강한 허벅지를 만들려면 다른 방식의 훈련을 해야 한다.

근육이 버틸 수 있는 한도보다 높은 강도로 트레이닝을 하면 근섬유가 커지거나 수가 늘면서 근육이 커진다. ‘절대근력’ 즉, 힘도 세진다. 주로 무거운 기구를 들어올리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서 키운다.

그러나 근육을 과도하게 키우면 몸이 무거워 오히려 점프하기 어렵고 움직임이 둔해진다. 김연아는 근육이 낼 수 있는 ‘힘의 긴장도’를 높이는 훈련을 한다. 잠에서 깬 직후에는 긴장도가 낮아 힘을 내기 어렵지만, 운동을 하면 긴장도가 커지면서 큰 힘을 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오재근 한국체대 운동건강관리학과 교수는 “울퉁불퉁한 근육질인 보디빌더보다 마른 역도선수가 더 큰 힘을 내는 것은 훈련을 통해 힘의 긴장도를 높였기 때문”이라며 “무릎을 굽혔다가 갑자기 힘껏 펴면서 점프하는 ‘플라이오매트릭스’ 훈련으로 다리 근육의 긴장도와 탄성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아가 복부와 척추의 근육이 탄탄해 균형감이 뛰어난 것도 명품 점프의 비결이다. 이 부위를 ‘코어 근육’이라고 부르는데, 겉에 있는 큰 근육은 큰 힘을 내는 데 중요하고 깊은 곳에 있는 작은 근육은 균형을 잡는 데 중요하다. 결국 ‘뱃심’이 좋아 고난이도 점프를 해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사이클로 타이어 끌어 만든 23인치 허벅지

국제빙상연맹(ISU) 홈페이지에 등록된 이상화의 별명은 ‘Ggul Beok Ji(꿀벅지)’다. 실제로 그녀의 허벅지는 23인치(58.42cm)에 육박해, 웬만한 남자 선수들만큼 굵고 탄탄하다. 송주호 박사는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상 허벅지 굵기가 23인치에 달한 여자 선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분의 1초를 다투는 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이렇게 강한 하체는 필수다.

이런 허벅지는 남자 선수들과 똑같은 ‘지옥 훈련’ 덕분에 만들어졌다. 특히 사이클은 이상화가 “너무 힘들어서 내려오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강도 높게 훈련했다고 한다. 그녀는 25kg에 달하는 무거운 기구를 머리 꼭대기까지 들어올리는 ‘덤벨 스내치’를 한 발로 서서 하기도 한다.


젖산 내성 훈련으로 ‘뒷심’ 좋다

이런 고강도 훈련은 뒷심에 필요한 ‘젖산 내성’을 키우는 데 좋다. 고강도 운동을 하면 근육에 저장된 영양분인 글리코겐이 분해되면서 에너지가 나오는데, 이때 부산물로 젖산이 나온다. 쉬다가 단거리 달리기를 하면 근육의 젖산 농도는 20배까지 늘어난다. 또 젖산에서 분리돼 나온 수소 이온이 근육을 산성으로 바꾸고, 글리코겐이 잘 분해되지 않는다. 몸도 피곤해지고 힘이 떨어진다. 이 때, 수소 이온에 대한 저항성이 바로 젖산 내성이다.

젖산 내성이 좋으면, 수소 이온이 많이 들어와도 근육의 산성화가 느리게 일어난다. 더 오래 지치지 않고 운동할 수 있다. 이상화가 경기 마지막에 치고 나가는 ‘뒷심’이 좋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송홍선 한국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선수의 기량이 좋아지면 글리코겐 저장량이 늘어 에너지를 더 많이 생성하고, 그만큼 젖산이 많이 생겨도 오래 운동할 수 있다”며 “같은 시간 운동을 해도 전보다 젖산 농도가 더 높게 나온다”고 말했다. 이상화 선수의 젖산 내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는 것이 바로 두꺼운 허벅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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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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