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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5일 일요일 새벽(중국 시간) 달 표면에 착륙한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3호’가 이동로봇 ‘옥토끼’ 위투호를 조심스럽게 내보냈다. 부드럽게 굴러간 위투호는 달 지면에 선명한 바퀴자국을 찍으며 나갔다. 아시아에서는 처음, 세계에서는 구 소련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인류의 손길이 달에 닿은 것이다.


중국 설화에 한 여인이 불노불사의 약을 훔쳐 먹은 뒤 옥토끼를 데리고 달로 도망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여인은 달의 여신이 되었고 함께 간 옥토끼는 달에서 불로장생의 약을 찧게 됐다. 이번 달 탐사 주인공들의 이름은 이 설화에서 나왔다. 달의 여신이 창어고, 옥토끼는 중국 말로 위투다. 특히 위투호라는 이름은 전 세계 335만여 명이 참가한 투표로 결정됐다.



Q. 달 착륙, 어떻게 이뤄졌나

달 탐사로봇 위투호는 12월 2일(이하 중국 시간) 착륙선 창어3호와 함께 ‘창정3B호’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중국 쓰촨성 시창 위성발사센터에서 출발해 가는 길은 수월했다. 중국 과학자들은 중간 경로수정을 3번으로 계획했는데, 2번만에 원하는 궤도를 잡았다. 중국의 로켓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창어3호는 12월 7일경 달의 고도 100km 원궤도에 진입했다. 4일간 원궤도를 돌면서 착륙 위치를 확인했다. 그 후 착륙 준비를 위해 고도 15km인 타원궤도로 변경했다. 준비 궤도를 돌다가 14일 밤 9시 15km에 도달했을 때 속도를 줄였다. 11분 후 달 북쪽에 있는 목적지에 안착했다.

창어3호는 착륙 과정에서 초속 1.7km로 내려오다 수 분 만에 서서히 정지하는 고도의 기술을 선보였다. 주 엔진과 28개의 작은 반동추진 엔진을 총 동원한 결과였다. 이후 11분 동안 감속과 자유낙하를 반복하며 자동으로 방향을 조절해 ‘비의 바다(MareImbrium)’라는 곳에 무사히 도착했다. 지구 가까운 면에서 북서쪽 부분으로 서경 19.5도 북위 44.1도 위치였다. 이곳은 어두운 용암 지역으로 지름 약 1200km 정도로 평탄하다. 창어3호의 분사 엔진을 설계한 전문가는 중국중앙방송(CCTV)에서 “착륙은 완벽했다”고 밝혔다. 창어3호의 무게는 연료를 포함하여 총 3750kg이었다. ‘비의 바다’에 자리를 잡은 창어3호는 7시간 정도 각종 장치를 점검했다.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드디어 역사적인 순간이 왔다. 위투호를 달에 내보낼 순서였다. 여기서부터는 베이징우주통제센터에서 과학자들이 원격으로 조정했다. 창어3호가 보내주는 황금색의 위투호 사진을 보며 한 번에 한 발짝씩 천천히 진행했다.

위투호는 먼저 10cm만 이동한 뒤 창어3호에 매달린 잠금 장치를 해제했다. 다음에는 5cm였다. 이상 없이 잘 갔다. 여기까지 확인하고서야 위투호는 내리막 레일로 향했다. 그리고 슬로우모션 비디오처럼 서서히 굴러갔다. 카메라에서 위투호의 뒷모습이 한 컷 한 컷 멀어졌다.

달의 표면은 상태가 좋아 보였다. 로버의 앞바퀴가 달 표면에 닿는 순간 모두 숨을 죽였다.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위투호의 뒷바퀴까지 달 표면에 다다랐다. 마침내 달 표면에 선명한 바퀴자국이 찍혔다. 중국 과학자들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9m를 유유히 전진한 위투호는 미소라도 짓듯 중국 국기를 보이며 ‘인증샷’을 찍었다. 1976년 구 소련의 무인탐사선 루나24호 이후 37년 만에 처음이다. 류동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기술팀장은 “달 착륙이라는 어려운 기술을 성공시켜 세계가 중국의 과학기술 능력에 대해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며, “중국의 성공적인 달 탐사 뒤에는 일관되게 달 탐사를 추진한 국가 정책과 국민의 지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Q. 달에서 무엇을 조사할까

위투호는 90일간 최대 10km 거리, 3km2 면적을 탐험할 계획이다. 위투호는 태양전지로 작동하기에 주로 낮에 움직인다.

발사 전 창어3호가 목표로 삼은 착륙 예정 구역은 비의 바다부터 ‘무지개만(Sinus Iridum)’까지로 알려졌다. 무지개만은 달 지각생성시기에 마그마 분화의 시작지점으로 전해졌다. 달 내부 구성 물질 및 광물 탐사에 적합한 지역이다. 그런데 창어3호는 무지개만보다 300km 정도 남동쪽인 비의 바다에서 평평한 부분에 착륙했다. 놀랍게도 착륙지에서 불과 10m 거리에 분화구가 있고 바로 옆에는 작지 않은 바위가 있다. 착륙 단계에서 자율적으로 위험 지역을 판단하고 피해서 착륙하는 기술이 적용되었는데, 이 기능이 잘 작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의 바다에 도착한 위투호에게 가장 중요한 미션은 땅속을 조사해 달의 기원을 밝혀내는 것이다. 위투호는 바닥에 달의 지면속을 측정하는 지표투과레이더가 달려 있다. 인류가 달의 땅속을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달행성연구소(LPI) 폴 스푸디스 박사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위투가 조사할 ‘비의 바다’는 크고 작은 크레이터, 평지 등 다양한 요소가 있는데, 일부 용암은 비교적 최근인 수십억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어떤 면에서는 무지개만보다 다채롭다”며 “지금까지 달 궤도선들이 관측한 데이터와 위투호의 데이터를 종합하면 달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과학자들이 달의 탄생 과정에 대해 궁금해 했으나 아직 뚜렷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이제 세계의 과학자들은 위투호가 결정적인 데이터를 보내주길 기다릴 것이다. 위투호는 광물 분포를 조사하면서 토양과 암석의 성분도 측정하고,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파노라마 사진과 영상 등도 보내줄 것이다.

달에서 깨끗한 우주를 본다

착륙 지점에 고정돼 있는 창어3호도 위투호 못지않게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 사상 최초로 달에 우주망원경을 세우는 것이다. 달에 망원경을 세우는 것은 천문학자들의 오랜 꿈이었다. 창어3호의 망원경은 자외선천문망원경이라는 것뿐, 아직 구체적인 모양이나 사양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얻을 수 없는 사진을 찍을 것은 분명하다.

창어3호는 달의 앞면에 착륙했지만 태양 방향을 제외한 우주 대부분을 관측할 수 있다. 달에는 대기에 의한 빛의 산란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하늘이 깜깜해 별을 관측할 수 있다. 또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가 거의 일치함에 따라 약 2주 동안 밤이 이어진다. 이 기간에 별의 특성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자외선 천문망원경을 이용해 은하, 쌍성, 활동성 은하핵, 변광성, 신성 등을 관측할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사례로 2007년에 일본의 달 궤도선 셀레네1호가 HD카메라로 촬영한 동영상이 있다. 달의 지면에서 푸른 지구가 떠오르는 장면이다. 지평선에서 달이 떠오르는 장면만 보다가 이 모습을 보고 많은 이들이 감탄했다.

이 외에도 창어3호에는 일반 카메라, 지형 관측 카메라, 자외선 카메라 등이 있다. 달 위에 하나의 플랫폼을 세우는 셈이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12월 16일에 창어3호의 측정 장비 8개 중 5개가 관측을 시작했다. 중국과학원 주 영리오 박사는 “창어3호의 망원경과 카메라가 촬영하는 사진이 선명하다”고 말했다. 창어3호는 핵발전기가 있어 1년 정도 활동할 예정이다. 1년 동안 ‘달에서 본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Q. 중국은 어떻게 달 착륙에 성공했나

세계는 이번 사건으로 중국의 우주기술에 대해 다시 한번 놀랐다. 발전한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중국은 어떻게 달 착륙에 성공했을까.

2010년에 달로 발사한 탐사선 창어2호의 공이 크다. 창어2호는 선발대였다. 달의 원궤도를 1년 정도 돌면서 창어3호의 착륙 지점인 무지개만 지역을 집중적으로 촬영했다. 이 자료는 창어3호의 준비에 요긴하게 활용됐다.

창어2호는 이외에도 다양한 업적을 쌓았다. 달 궤도 임무를 마치고 지구, 달, 태양 사이에 있는 라그랑주 지점도 다녀왔다. 라그랑주 지점은 세 곳에서 작용하는 힘의 균형이 맞아서 가만히 머무를 수 있는 지점이다. 우주정거장 등을 세우기에 이상적이다. 창어2호가 바로 그 자리에 서 있는 실험을 해 보았다. 그 후 가까운 소행성으로 접근해 관측을 하고 임무를 마쳤다.

창어2호와 3호의 성공에는 중국 발사체 ‘창정’의 공이 크다. 창정은 대장정이라는 이름 뜻에 걸맞게 1970년부터 위성과 우주선 등을 우주로 인도한 로켓들이다. 중국은 일찍부터 발사체 개발에 집중했다. 시작은 러시아나 미국보다 늦었지만, 중국은 세계에서 5번째로 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한 나라다.




1970년 4월, 중국 첫 위성 동팡홍1호를 쏘아올린 창정1호는 당시 운반 능력이 300kg이었다. 동팡홍1호의 무게는 173kg이었다. 지금의 기술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최초의 성공으로는 획기적인 것이다. 첫 자력 발사에서 이보다 운반 능력이 좋았던 사례는 구 소련의 스푸트니크호(500kg, 1957년) 정도였다. 1971년에 성공한 영국 블랙애로우호의 운반 능력은 135kg였다.

중국은 꾸준히 창정을 개발해 1999년 11월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창정2F호에 7.6t의 초대형 탑재체 ‘선저우1호’를 싣고 발사했다. 선저우1호의 뜻은 ‘신의 배’로, 유인 비행을 위한 준비 단계였다.
창정2F호는 2년 뒤 동물을 무사히 우주로 보냈다. 그리고 2003년, 창정2F호가 중국 최초의 우주인 양리웨이가 탄 선저우5호를 성공적으로 우주로 보냈다. 양리웨이와 선저우5호는 고도 332~336km에서 21시간을 머무른 후 지구로 무사히 돌아왔다.

창정 발사체는 현재 4호까지 이용되고 있으며, 이번에 창어3호와 위투호를 달에 무사히 보낸 창정3B호는 지구 저궤도까지 운반 능력이 약 12t이나 된다. 이 힘으로 달에 착륙하는 순간까지 쓸 연료 등을 모두 싣고 떠날 수 있었다.

중국은 벌써 창정11호까지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활발히 연구 중이다. 이를 발판으로 독자적 우주정거장, 독자적 GPS(인공위성 위치확인시스템)를 구축할 예정이다.





Q. 인간도 달에 다시 갈까

아직 분명하지 않다. 세계 여러 나라가 달 탐사에 뛰어들고 있지만 주로 로봇이나 탐사선을 이용한다. 가장 활발한 것은 중국과 미국이며, 일본, 인도 외에 우리나라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총 3단계로 달 탐사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궤도선, 착륙선, 샘플 귀환선이다. 창어1호와 2호는 달 궤도선으로 각각 2007년과 2010년에 성공했으며, 이번 창어3호가 첫 번째 달 착륙선이다. 미처 하지 못한 임무는 착륙선 창어4호가 2015년에 수행할 계획이다. 그리고 창어5호가 최초의 달 샘플 귀환선으로 2017년에 다녀올 예정이다. 귀환선은 달에서 탈출할 때 사용할 연료도 싣고 가고, 지구 대기를 다시 통과하기 위한 외피도 입고 간다. 아직 유인 달 탐사선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중국 외에 가장 최근에 달 궤도선을 보낸 국가는 미국이다. 2009년 궤도선 엘알오(LRO)호와 충돌선 엘크로스(LCROSS)호, 2011년에 쌍둥이 궤도선 그레일호에 이어 2013년 9월에 궤도선 라디(LADEE)호를 보냈다.



라디호는 달의 먼지 입자를 중심으로 탐사하고 있다. 대기가 없는 달에서 먼지가 떠다니는 원인이 대전효과 등이라고 예측하고 분석 중이다. 창어3호의 활동이 라디호의 관측을 방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창어3호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액체가 어떻게 이동하는지 관측하면서 새로운 데이터를 얻는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다음 계획은 2017년 착륙선 알피엠(RPM)호, 2020년 착륙선 아이엘엔(ILN)호다. 알피엠호는 월석에서 물을 추출하는 등 달의 자원을 집중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인도는 2008년에 궤도선 찬드리안1호를 보냈으며, 다음 단계는 2015년 착륙선 찬드리안2호다. 인도는 달 탐사와 화성 탐사를 병행하고 있다. 11월에 화성 탐사선 망갈리안호를 발사했는데, 무사히 가고 있어 인도 발사체의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망갈리안호는 올해, 즉 2014년 9월에 화성에 도착한다.

일본은 유인달탐사선과 과학기지 건설을 최종 목표로 두고 있다. 2017년에 착륙선 셀레네(SELENE)2호, 2020년에 착륙선 셀레네X호를 보낼 계획이다. 유인달탐사선을 언제 보낼지는 지켜봐야한다. 유럽은 2018년에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달 또는 행성 탐사의 결과를 일반도 이용 가능하도록 공개한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달이나 화성 탐사 결과 얻어진 데이터를 ‘행성자료시스템(Planetary Data System)’을 통해 체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중국도 관측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단, 달 탐사선에서 보내오는 원시 데이터를 분석하고 상황을 고려해 보정하기 때문에 측정 시점과 공개하는 시점은 다르다.




우리나라는 2020년 달 탐사선 쏜다

우리나라도 미래창조과학부가 7개 관계 부처와 함께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2013년 11월 26일에 발표했다. 2020년까지 달 탐사선 발사, 2030년에 달 샘플 귀환선 발사, 2040년 소행성 및 심우주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미국, 중국, 인도의 사례에서 보듯이 달 탐사선 성공 여부는 발사체의 성능에 달려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2020년까지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km)에 진입시키는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27년까지 3t급 위성을 정지궤도에 진입시키는 발사체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과학자들이 달에 태극기를 꽂을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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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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