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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Ⅲ 분자생물학의 기본언어들

클론에서 플라스미드까지

유전공학이 소개되면서 우리가 자주 듣게 된 용어들 중에는 개념이 잘 잡히지 않는 것이 많다. 그런 아리송한 「전문용어」들의 참 뜻은 무엇일까?

유전공학은 생명과학의 첨단분야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실제 인간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대단히 크다. 그러나 근본이 되는 기초생명과학이 발전하지 않았더라면 오늘날의 유전공학이 태동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생물체는 무생물과 다른 여러 특성을 간직하고 있다. 그 기본적인 단위는 세포다. 세포내에는 구조가 복잡한 여러 종류의 세포소기관들이 존재하고 있다. 또 생물체는 세포분열을 통해 생장하고 생식을 통해 자신과 똑같은 자손을 번식시킬 수 있다.

뉴클레오티드의 다섯 「식구」들

생물이 자신과 똑같은 자손을 낳는 원리는 멘델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멘델은 완두를 가지고 수행한 연구에서 유전법칙을 발견하고 이를 1866년에 발표했다. 그는 완두의 세포에는 외부형질을 결정하는 인자가 쌍으로 존재하는데 이것들을 양쪽 부모로부터 하나씩 물려 받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인자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고스란히 자손에게 전이된다고 제안했다.

멘델이 지적한 형질결정인자는 현재 유전자로 불리고 있다. 그가 유전법칙을 발표할 당시에는 아무도 이 엄청난 발견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후 1900년에 드브리스 등에 의해 유전법칙이 재발견되었고 현재는 멘델을 유전학의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멘델도 유전자를 간직하고 있는 유전물질의 실체에 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멘델의 법칙이 보고된 19세기에는 다양하게 생물학 연구가 수행되었다. 1839년에 슐라이덴과 슈반이 모든 생물의 구조적 기능적 단위는 세포라는 세포설을 발표한 이래, 현미경의 발달에 힘입어 세포의 미세구조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그 결과 세포내에 존재하는 세포소기관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핵인데 핵에는 염색이 잘 되고, 광학현미경으로도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물체, 즉 염색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염색체에 유전정보가 기록돼 있을 것이라는 염색체설은 1902년 보바리와 셔튼에 의해 처음 증명됐는데 그후 모르간의 활약으로 보다 체계화됐다.

염색체는 단백질과 핵산으로 구성되어 있고 핵산은 디옥시리보핵산(deoxyribonucleic acid, DNA)과 리보핵산(ribonucleic acid, RNA) 두종류로 나눌 수 있다. 염색체를 구성하고 있는 이들 고분자 유기물질 중에서 DNA가 실세(實勢), 즉 유전정보를 간직하고 있는 유전물질이라는 사실은 여러 학자들에 의해 증명됐다. 1943년에는 아베리가 형질전환연구를 통해, 그리고 1952년에 허시와 체이스가 바이러스의 생활사연구를 통해 직접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DNA와 RNA는 기본단위인 뉴클레오티드(nucleotide)들이 서로 중합(重合)해 형성된 중합체다. 한 개의 뉴클레오티드는 5탄당 인산 그리고 염기가 결합해 형성된다. 이중에 5탄당이 DNA냐 RNA냐를 가름하는 결정인자다. 즉 DNA에는 디옥시리보스로, RNA에는 리보스로 존재하는 것이다. 염기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그리고 우라실(U)의 5종류가 있는데 이들중에서 A G C T는 DNA를 구성하는 뉴클레오티드의 '식구'들이다. 다시 말해 이 네염기가 DNA의 뉴클레오티드를 형성하는 것들이다. RNA의 경우에는 T대신 U가 그 일을 한다. 뉴클레오티드의 배열순서를 나타낼때는 DNA RNA 모두 염기의 종류만을 약어로 표시한다. 예컨대 A T G G C 식으로.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등 네염기가 DNA의 뉴클레오티드를 형성한다.
 

암호를 간직하고

DNA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이 유전물질의 기본구조를 밝히기 위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수행됐다. 이 치열한 경쟁에 참가한 많은 연구자들 중에서 DNA구조의 가장 정확한 모델을 제시한 학자는 왓슨과 크릭이었다. 이들이 1953년에 제안한 DNA의 구조는 이중나선구조였다. 왓슨과 크릭은 뉴클레오티드가 서로 중합돼 하나의 가닥이 형성되고 이에 상보성(相補性)을 지닌 다른 가닥이 반대방향으로 형성돼 DNA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들 양쪽 염기간의 수소결합때문에 두가닥이 오른쪽 방향으로 서로 꼬여 있는 이중나선구조를 갖는다고 제안한 것이다.

그후 이 모델은 여러 과학자에 의해 실험적으로 증명됐다. 따라서 염색체는 서로 꼬여있는 두가닥의 DNA에 단백질이 결합돼 있는 형태를 띠게 된다. 생물체의 종(種)에 따라 하나의 세포에 존재하는 염색체의 수는 차이를 보인다. 뿐만 아니라 그 크기나 외양도 각기 다른다. 예컨대 초파리의 가장 긴 염색체는 길이가 2.2㎝에 달한다. 염색체는 전자현미경을 통해서만 관찰할 수 있는데 아주 가느다란 실모양이다. 그러나 세포분열을 할 때는 농축돼 막대모양으로 변하므로 광학현미경으로도 쉽게 볼 수 있다.

DNA에 존재하는 유전정보는 그대로 다음 세대로 전이되는데 그 이유는 세포분열시 DNA의 복제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DNA를 구성하는 네개의 뉴클레오티드는 모르스부호와 비교될 수 있는데 세개가 하나의 아미노산을 암호화하는 코돈(codon)으로 작용한다.

DNA에 존재하는 유전정보의 기본단위는 유전자다. 하나의 유전자는 하나의 폴리펩티드를 형성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간직하고 있다. 유전자에 암호화돼 있는 유전정보는 전달RNA(mRNA)로 전사된다. 이것을 모형으로 사용, 리보솜이 폴리펩티드를 합성한다. 흔히 이 과정을 유전자발현이라고 부른다. 사람의 경우 수만개의 서로 다른 유전자가 46개의 염색체에 일렬로 배열돼 있다. 특정 염색체상에 존재하는 유전자들의 위치 및 배열순서를 표시해 놓은 것을 유전자지도라고 부른다.

DNA의 구조가 규명된 이래 DNA에 암호화돼 있는 유전정보를 알아내기 위한 분자생물학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1970년대에 개발된 DNA재조합기술은 분자생물학의 발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해주었다. DNA재조합기술이란 한 마디로 유전자의 클로닝(cloning)과 염기서열결정에 관한 기술이다. 여기서 클로닝이란 유전정보를 간직하고 있는 특정한 DNA분자를 증폭시켜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을 뜻한다. 염색체에 존재하는 DNA는 길이가 매우 길기 때문에 이것을 클로닝하려면 먼저 적당한 크기로 절단해야 한다. DNA를 절단해 절편화하려면 DNA의 특정부위를 인식한 뒤 절단하는 제한효소를 사용해야 한다. 제한효소란 박테리아의 세포내로 이종(異種) DNA가 들어올 때 이를 절단해 없애는 효소다. 이 제한효소는 1962년 아베르가 발견했다. 박테리아의 일종인 대장균에 묘한 특성을 간직한 효소가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아낸 것이다. 그리고 2년 뒤인 1964년 레더베르그와 메셀슨에 의해 제한 엔도뉴클레아제(restriction endonuclease)라고 명명됐다. 현재는 여러 박테리아에서 5백종류 이상의 제한효소들이 분리됐다.

제한효소는 DNA상에서 특정한 염기서열을 인식, 정확하게 절단하기 때문에 어떤 DNA를 특정 제한효소로 절단하면 항상 일정한 수의 DNA절편이 생성된다. 이때 절단된 DNA의 끝부위는 항상 일정한 모양을 나타낸다.

다음으로 DNA를 클로닝하는데 필요한 것은 DNA를 대장균에 실어나를 벡터(vector)다. 일반적으로 클로닝은 키우기가 용이하고 사람에게 해가 없는 박테리아인 대장균을 활용해 수행한다.
 


유전공학의 발달사
 

증식을 잘하는 플라스미드

DNA를 대장균 세포내로 운반할 때 플라스미드(plasmid)라는 벡터를 주로 사용한다. 이 플라스미드는 대장균 세포내에서 염색체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게다가 대장균의 세포분열시 복제돼 안정하게 자신의 특성을 다음의 세대로 옮기는(전이하는) 두가닥으로 된 원형의 DNA분자다. 일반적으로 플라스미드는 하나의 세포에서 1백여개까지 증식할 수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DNA를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원하는 DNA절편을 플라스미드로 실어나를 수만 있다면 동일한 DNA를 원하는 양만큼 증식시킬 수 있게 된다. 벡터를 이용해 DNA 절편을 실어나르려면 먼저 해야할 일이 있다. DNA절편을 벡터에 삽입시키는 일이다. 이 삽입작업은 클로닝하고자 하는 DNA와 벡터의 DNA를 같은 제한효소로 절단한 뒤 서로 연결시켜주면 끝난다.

DNA와 DNA를 연결시키는 효소를 유전공학자들은 DNA리가제(ligase)라고 부른다. 요컨대 제한효소는 마치 가위와 같은 역할을 하고 DNA리가제는 바늘이나 실과 같은 존재다. 이와 같이 재조합된 플라스미드 DNA분자를 대장균에 집어 넣으면 대장균 안에서 이것이 증폭돼 같은 성질의 DNA분자가 다량으로 생산된다. 이렇게 얻은 DNA분자들은 모두 똑같은 분자들이므로 이들을 하나의 클론(clone)이라고 부른다.

DNA에서 어떤 염기를 간직한 뉴클레오티드가 어떤 순서대로 중합돼 있는가를 알아내는 염기서열결정방법은 1977년 영국의 생거와 미국의 맥삼, 길버트에 의해 독립적으로 개발됐다. 지금까지 DNA재조합기술을 통해 미생물 동물 식물의 많은 유전자가 클로닝돼 그들의 염기서열이 밝혀졌다.

DNA재조합기술은 유전자의 구조와 특성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뿐 아니라 유전공학적으로 부가가치가 큰 단백질의 생산, 유전병의 치료 및 작물과 가축의 품종개량에도 이용되고 있다. 예컨대 고(高)부가가치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를 클로닝하고 이것을 대장균과 같이 증식이 용이한 미생물에 집어 넣어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유전자에 암호화돼 있는 단백질을 다량으로 합성, 추출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유용(有用)형질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작물이나 가축에 집어 넣어 그들에게 새로운 유용형질을 부여할 수도 있다.

현재까지 DNA재조합기술을 이용해 대량생산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단백질은 사람의 성장호르몬, 당뇨병치료제 인슐린, 항(抗)바이러스제 인터페론 등 다양하다. 그러나 단순히 원하는 유전자를 클로닝, 그것을 대장균에 집어 넣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대장균에 주입된 유전자가 발현돼 실제로 단백질이 합성돼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진핵(眞核)생물인 사람의 유전자와 원핵생물인 대장균의 유전자는 그 구조가 상이하고 유전자의 발현원리, 즉 mRNA 합성 및 단백질합성의 원리가 다르다는 점이 골칫거리다. 아무런 조작을 가하지 않으면 사람의 유전자는 대장균에서 절대 발현되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의 유전자를 대장균에서 발현시키려면 사람의 유전자를 적절히 조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장균과 사람의 유전자에서 나타난 구조상의 큰 차이점은 사람의 유전자는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부위와 암호화하지 않는 부위로 나뉘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유전자에서 비(非)암호화 부위를 제거한 다음 대장균에 주입해야 한다.

품질개량의 새 무기로

이 문제는 테민과 발티모어가 발견한 역전사효소(reverse transcriptase)를 사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이 효소는 mRNA가 DNA를 합성할 때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진핵생물의 유전자중 비암호화부위는 전사한 뒤 제거되기 때문에 mRNA에는 이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원리를 이용해 비암호화부위를 제거한다. 즉 역전사효소를 활용, mRNA로부터 상보성DNA(cDNA)를 합성한 다음 클로닝하면 된다.

또 사람의 세포와 대장균의 세포는 RNA의 합성원리가 서로 다르다는 점도 유전공학자들의 오랜 숙제였다. 일반적으로 아무런 조작을 가하지 않으면 사람의 유전자는 대장균에서 전사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NA합성은 RNA 중합효소(polymerase)라는 효소에 의해 수행되는데 이때 사람과 대장균의 효소가 다르다는 점이 문제다. 따라서 대장균의 효소로 전사작업을 하려면 전사개시와 전사종료에 관한 적절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대개 전사개시에 관한 정보는 조성자(promoter)에 수록돼 있으며 전사종료에 관한 정보는 종결자(terminator)에 기억돼 있다. 따라서 대장균을 유전공학의 도구로 사용하려면 대장균의 유전자에 조성자와 종결자를 부착시켜야 한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유전자에서 필요한 부위를 떼내어 재조합시킨 유전자를 키메라유전자(chimeric gene)라고 부른다. 이는 그리스신화에서 사자의 머리, 양의 몸통, 뱀의 꼬리를 가진 동물을 키메라라고 부른데서 기원했다.

키메라유전자의 제조와 도입을 통한 새로운 형질의 부여는 식물분야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유전공학적 기술을 이용한 유용작물의 개발가능성은 여러 예에서 엿볼 수 있다. 현재까지 품질개량의 왕으로 군림해 온 교배를 통한 작물의 육종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교배에 이용되는 육종자원이 고갈돼 이제는 한계에 와 있다. 따라서 유전공학기법을 사용한 품종개량이 최근 널리 시도되고 있는데 매우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DNA재조합기술을 사용해 유용유전자를 클로닝하고 키메라유전자를 제조, 개량하고자 하는 식물에 도입해 새로운 형질을 부여하는 기술의 개발은 농업분야에서 제2의 녹색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술은 육종자원의 폭을 크게 확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멀지 않아 유연관계가 먼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 미생물 더 나아가서 바이러스에까지 응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 이룬 성공사례는 수없이 많다. 예컨대 박테리아에서 분리된 유전자와 식물유전자를 결합시킨 키메라유전자가 있다. 이 키메라유전자를 담배에 도입해 발현시켰더니 놀랍게도 제초제에 내성(耐性)을 간직한 식물이 탄생되었다. 또 반딧불에서 빛을 내는 유전자를 추출해 제조한 키메라유전자로 발광하는 담배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바이러스저항성 작물과 해충저항성 작물이 개발돼 있다.

요컨대 DNA재조합기술 유전자도입기술과 같은 유전공학기술은 생명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얻어진 지식은 고부가가치 단백질의 대량생산, 유전병의 치료, 작물과 가축의 품종개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으며 그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유전공학의「스타」박테리아인 대장균(E.coli). 분열속도가 빠르고 인체에 거의 해가 없기 때문에 널리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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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종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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