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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볶는 과학 마지막회 우유+여드름균=맛있는 치즈

매서운 칼바람에 온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겨울. 비타민을 보충해야겠어요.






치즈는 약 5000년 전 중앙아시아에 살던 유목민들이 ‘아주 우연히’ 발견했다고 해요. 물병에 소나 염소, 양에서 짠 젖을 넣고 뜨거운 사막을 지나고 있었는데 물병을 열어보니 젖이 젤리처럼 탱탱하게 굳어 있었다고 하지요. 나중에 유목민들은 젖을 동물의 위장에 넣거나 소금을 뿌리면 훨씬 부드럽고도 단단하게 굳고 오랫동안 신선하게 보존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답니다. 당시 유목민들이 즐겨먹던 치즈는 오늘날의 페타치즈(우유 덩어리를 소금에 절인 치즈)와 비슷하다고 추정돼요.
 


프랑스에서는 1년 365일 다른 치즈를 먹는다

치즈는 종류가 엄청 많아요. 치즈를 많이 먹기로 유명한 프랑스에는 종류가 365가지가 넘어서 ‘1년 동안 매일 치즈를 한 종류씩 먹어도 다 먹을 수 없다’는 말이 있어요. 요즘은 우리나라 레스토랑에도 갖가지 치즈가 나오고 있지요. 빵에 발라먹으면 더욱 맛있는 크림치즈와 고운 가루를 내어 스파게티에 솔솔 뿌려먹는 파마산, 피자에 얹어 꿀을 바르면 더욱 맛있는 고르곤졸라, 토마토와 찰떡궁합인 모짜렐라, 퍼렇게 곰팡이가 서려 있어서 쓴맛이 감도는 로크포르…. 치즈가 이처럼 다양한 이유는 만드는 방법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랍니다.
 

치즈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우유에 레몬이나 식초 같은 산을 넣어 빠르게 굳히는 것이에요. 달걀이나 고기와 달리 우유는 가열해도 거의 변화가 없어요. 다른 고기에 비해 우유에는 카세인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에요. 카세인은 열을 가하면 응고하지 않지만 산성에서는 젤리처럼 탄탄하게 굳어요. 우유 안에는 카세인이 다른 단백질보다 4배나 더 많이 들어 있답니다.

오늘도 한양대 조리과학연구실 ‘사이언스 인 더 키친’에서 연구원들과 함께 코티지치즈를 만들어 보았어요. 먼저 우유와 생크림, 요구르트를 냄비에 붓고 아주 약한 불에서 주걱으로 살살 저어주면서 끓였어요. 우유가 천천히 쫄면서 거품이 부글부글 일어나기 직전에 불을 끄고 레몬즙(산성)을 넣어 잘 섞어요. 시간이 지나자 우유가 순두부처럼 몽글몽글 엉기기 시작해요. 맑은 액체가 드러날 정도로 덩어리가 모이면 체에 면포를 얹어 덩어리(커드)만 걸러요. 이것이 바로 코티지치즈예요. 만들자마자 바로 먹어도 되지만 냉장고에 10시간 이상 두어 좀 더 단단하게 해 먹으면 더욱 맛이 있어요.

커드를 자르거나 가열하거나, 틀에 넣어 꾸욱 눌러주거나, 커드가 만들어질 때 새어나온 맑은 액체(유장)를 굳히는 등 여러 방법으로 다양한 치즈를 만들 수 있어요. 커드를 소금물에 절이면 페타치즈, 단단하게 누르면 에멘탈,뜨거운 물에서 늘이고 치대면 쫄깃쫄깃한 모짜렐라가 된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커드를 변형하면 맛과 향, 질감이 풍부해질 뿐 아니라 수분이 줄어들고 숙성이 더뎌져 치즈를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어요.



여드름 균은 생쥐가 좋아하는 치즈 만들어

전문가들은 커드를 좀 더 단단하게 굳히기 위해 ‘키모신’이라는 효소를 넣기도 해요. 약 5000년 전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이 발견한 것도 키모신을 이용한 방법이에요. 키모신은 소나 양, 염소의 위장에서 나오는 단백질 소화효소예요. 키모신은 우유단백질 중 한 종류, 즉 카파 카세인 단백질만 공격해 잘라낸답니다. 이 단백질은 카세인이 뭉쳐지는 현상을 방해하기 때문에 키모신을 넣으면 카세인이 잘 뭉쳐져 치즈가 더 잘 만들어져요. 치즈를 만들 때 균을 따로 더 넣기도 해요. 코티지치즈를 만들 때도 더 부드러운 맛을 내기 위해 플레인 요구르트를 넣는데, 요구르트에 들어 있는 호열성 박테리아를 얻기 위해서지요. 락토바실러스와 스트렙토코쿠스 박테리아는 우유 속 단백질을 천천히 맛있는 아미노산과 향긋한 부산물로 분해시켜요. 시간이 지날수록 풍미가 깊고 풍부해진답니다.

만화에서 생쥐가 좋아하는 치즈로 자주 등장하는 에멘탈은 ‘구멍 파기’라는 뜻을 가진 프로피오니 박테리아를 넣어요. 원래 이 균은 동물의 피부에 살고 있어요. 지방 분비선이 막혀 있는 곳에서 울긋불긋 여드름을 만들지요.

프로피오니 박테리아는 치즈의 젖산을 먹고 아세트산과 이산화탄소를 내뱉어요. 그래서 이것을 넣은 치즈는 버터처럼 부드러우면서도 톡 쏘는 맛이 나고, 커다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답니다.



달콤 씁쓸한 맛내는 푸른곰팡이

어딘가 상한 듯이 퀴퀴하고 매캐한 냄새와 씁쓸한 맛을 내는 치즈를 먹어본 적 있나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치즈로 꼽히는 카망베르와 피자에 얹어 꿀을 발라 먹는 고르곤졸라, 그리고 양젖으로 만드는 로크포르는 특유한 향과 맛이 있어요. 이 치즈들에는 사람의 피부에 살면서 마늘냄새와 비슷한 땀내를 내는 브레비박테리아가 들어 있답니다. 치즈 표면을 삭혀 얼룩덜룩한 무늬를 내기도 하지요.

하지만 브레비박테리아보다 더욱 진하고 특이한 풍미를 내는 주인공이 있어요. 바로 곰팡이에요! 자르지 않은 이 치즈들의 겉표면에는 마치 바위에 이끼가 낀 듯이 곰팡이가 피어 있어요. 항생제를 만들기도 하는 페니실륨 곰팡이가 대부분이지요. 페니실륨 곰팡이는 치즈에 들어 있는 단백질과 지방산을 잘게 부숴 다양한 맛과 향, 특이한 질감을 만들어요. 뻣뻣하면서도 부드럽고 후추를 뿌린 듯한 매콤한 맛이 나지요. 카망베르에 많이 살고 있는 흰곰팡이는 단백질을 잘게 부숴 치즈를 크림처럼 부드럽고도 쫀득쫀득하게 만들어요. 버섯이나 마늘에서 나는 향을 내지요.

어떠한 방법으로 치즈를 제조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균과 곰팡이들이 그 치즈만의 고유하고 특별한 맛과 향을 만든답니다. ‘왜 이렇게 맛이 쓰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자꾸만 포크를 불러내는 로크포르 치즈의 비밀도 풀린 것 같아요.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분위기 있는 와인 바에서 치즈를 종류별로 한 조각씩 맛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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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 사진 남윤중 | 도움 한양대 사이언스인더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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