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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이사라는 수수께끼

작지만 매운「고추」

은하의 1백배가 넘는 에너지를 그 1만분의 1밖에 안되는 작은 천체에서 어떻게 생산할 수 있었을까?

퀘이사(quasar)란 이상한 이름의 천체가 천문학자들의 새로운 연구대상으로 등장한 것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로운 발견이 대개 그렇듯이 최초로 발견된 퀘이사(3C48)는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한계(6등성)를 1만분의 1이나 밑도는 어두운 물체였다. 보통의 별처럼 생긴 전파천체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3C란 전파천체의 카탈로그(목록)인 제3케임브리지 목록의 약자고 48은 기재된 순서를 가리킨다.

2차대전중에 발달한 레이다(radar) 관측 기술의 부산물인 전파망원경이 그때 탄생했다. 천문관측의 새로운 수단으로 등장한 이 전파망원경(거대한 원거리 수신용 레이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내는 수많은 전파천체들은 대부분 아주 먼 거리에 있다. 따라서 그 위치는 큰 망원경의 도움으로 확인된다.

전파는 빛보다도 파장이 수만배 내지 수십만배나 길다. 그러므로 전파망원경이 알려주는 전파천체의 위치는 '정확한 편'이 못된다. 보통의 망원경(빛을 보는)으로 관측할 때 보다 오차가 훨씬 큰 것이다. 끝에 가서는 광학망원경의 도움을 청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퀘이사란 본래 별처럼 보이는 전파원(quasi-stellar radio source)의 약자로 제안됐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전파를 내지 않는 준성체(準星體, quasi stellar object, QSO)까지 통틀어서 퀘이사로 통칭되고 있다.
 

화와이의 마우나케아산에서 찍은 쌍둥이 퀘이사. 중력렌즈로 알려진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왼쪽 사진이 더 오래된 것이고 오른쪽 사진은 퀘이사가 지구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모습니다.


5만 ㎞/초의 속도로 후퇴해

그러면 퀘이사란 천체가 오늘날 일반의 화제에 오르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또 퀘이사의 정체는 무엇인가.

수수께끼의 실마리는 퀘이사가 별처럼 보인다는데서 시작된다. 만약 퀘이사가 여느 별과 다름이 없었다면 아무런 관심거리도 될 수 없다. 우리 은하안에는 수천억개나 되는 많은 별들이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퀘이사는 여느 별과 매우 색다른 특징이 있다.

별빛을 조사하는데 흔히 두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하나는 별의 밝기를 측정하는 양적인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별빛의 질적인 측정, 즉 색(파장)에 따른 밝기의 분포를 보여주는 스펙트럼(spectrum)을 조사하는 방법이다.

대개 후자의 방법으로 천문학자는 별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의 종류와 함량을 알아 낸다. 각 원소는 특정한 색(파장)의 빛을 내거나 흡수한다는 성질을 활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스펙트럼의 특정한 위치(파장)에서 빛나는 (또는 어두운) 선을 통해 원소의 '모든 것'을 본다.

이러한 분광학(分光學)의 방법으로 우리는 지구상에 있는 거의 모든 원소가 특정한 함량의 비율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태양광선의 스펙트럼(무지개 무늬)을 통해 수소 다음으로 많은 헬륨(He)도 발견되었다. 헬륨의 이름이 태양을 뜻하는 그리스 말 '헬리오스'(Helios)에서 유래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스피드건의 원리로

이상하게도 퀘이사의 스펙트럼은 태양을 비롯한 많은 별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보여 주었다. 그렇다면 퀘이사를 이루는 물질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원소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원소들로 구성돼 있는 것일까.

1960년에 발견되었던 퀘이사 3C48은 우리 은하속에서 전파를 내는 특이한 수수께끼의 별로 간주됐다. 그후 1963년 강력한 전파천체 3C273 역시 어두운(13등급) 별처럼 보인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서 그 스펙트럼의 수수께끼가 처음으로 풀리게 되었다.

이 천체의 스펙트럼을 조사한 미국 팔로마(Palomar)산 천문대의 슈미트(M. Schmidt) 박사는 여느 별의 스펙트럼 속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수소의 스펙트럼 선, 즉 발머(Balmer)선의 위치가 약간 다른 점에 주목했다. 3C273의 스펙트럼 속에서 모든 파장이 15.8%씩 긴 쪽(붉은 색쪽)으로 어긋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 천체가 막대한 속도(광속도의 15.8%)로 우리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운동하는 물체가 내고 있는 빛이나 소리의 파장이 본래보다 길어(짧아)지는 까닭은 그 물체가 우리로부터 멀어져(가까워져) 가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19세기에 헝가리의 도플러(Doppler)가 처음 발견했다. 도플러효과라고 명명된 이 현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변화한 파장의 비율은 속도의 광속도 (소리인 경우에는 음속)에 대한 비율과 같다."

이 도플러의 원리는 오늘날 별이나 먼 은하의 운동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천문학자가 많이 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의 과속을 단속하는 교통경찰관에게 요긴하게 애용되기도 한다. 이른바 '속도총'(speed gun)의 작동원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스피드건은 일정한 파장의 전파를 달리는 자동차에 쏜 뒤 반사된 것을 받아 차의 속도를 계산하는 기기다. 파장의 변화로부터 자동차의 속도가 자동적으로 표시되는 것이다. 아무튼 이 '도플러건'은 고속운전을 즐기는 운전자들에게 큰 위협을 주고 있다.

보통 별의 경우 파장의 변화는 0.2% 정도(초속 60㎞)다(먼 은하의 경우 최고 6%까지 변화한다.). 이에 비하면 퀘이사의 후퇴속도는 참으로 놀라운 속도(초속 약 5만㎞)인 셈이다.

1929년 허블(E. Hubble)은 먼 거리에 있는 은하의 후퇴속도가 거리에 비례해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동시에 우주의 팽창을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른다면 퀘이사는 '수십억' 광년 떨어진 거리에서 우주의 팽창에 동참하고 있는 천체로 간주 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먼 거리에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한 뒤, 관측된 겉보기 밝기(16등급)를 기준으로 그 광도를 계산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즉 보통 은하의 밝기를 1백배 이상 웃도는 막대한 에너지원으로 밝혀진 것이다.

퀘이사가 괴상한 천체로 생각되는 또 하나의 놀라운 특징은 보통 은하의 1백배가 넘는 에너지(빛 전파 적외선 X선)를 내는 데도 그 몸뚱이가 은하의 크기보다 훨씬 작다는데 있다.

퀘이사와 블랙 홀

그렇다면 퀘이사의 크기를 어떻게 잴 수 있었을까. 실제로 망원경으로 별의 크기를 직접 재는 것은 몇개의 예외적인 큰별 외에는 불가능하다. 이런 현실을 염두에 둔다면 먼 우주공간에 있는 '작은' 퀘이사의 크기를 재는 일은 불가능한 작업처럼 생각 된다.

그런데 다행하게도 퀘이사는 그 광도(밝기)가 수개월 정도의 기간에 걸쳐 변동 한다. 어떤 변동이든 그것이 전달되는 속도는 빛의 속도를 넘을 수 없다(이것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증명해 준 사실이다.). 그러므로 변동이 일어나는 시간에 빛의 속도를 곱하면 변동을 일으키는 구역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C48의 경우 그 밝기가 1년이내에 40%나 변동했다. 따라서 방금 얘기한 방법을 쓰면 그 크기는 1년X광속도=1광년 이내인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퀘이사 중에는 이보다 크기가 작은 것도 여러 개 알려져 있다. 아무튼 그 크기는 시간에 비례해서 더 작아질 것이다.

비유컨대 희로애락(喜怒哀樂), 즉 감정의 변동이 금방 나타나는 사람은 '그릇'이 작은 소인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은하의 크기가 지름이 약 10만광년인 사실을 상기하자. 그러면 퀘이사가 얼마나 작고 얼마나 '매운 고추'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천문학자와 물리학자에게 있어서 쿼이사는 실로 경이적(驚異的)인 천체였다.

퀘이사의 수수께끼는 한마디로 은하의 1백배가 넘는 에너지를 그 1만분의 1이하의 작은 천체에서 어떻게 생산할 수 있는가에 있다.

오늘날 퀘이사의 정체로 제안된 여러 모델 중 가장 유력한 것은 거대한 검은 구멍(black hole)으로 보는 것이다. 검은 구멍이란 역시 1960년대에 예견된 경이적인 천체다. 그 막대한 중력 때문에 그 천체로부터는 어떤 물질도, 심지어는 빛까지도 빠져 나올 수 없다. 그 주위의 물질과 빛은 그 속으로 끌려들어가 다시 나오지 못하는 중력의 늪과 같은 존재다. 따라서 빛을 내지 못하므로 검은 구멍이란 이름이 붙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크기 R(반지름), 질량 M인 천체의 표면으로부터 중력을 벗어나서 외계로 탈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sqrt{\frac{2GR}{R}}$의 속도 (V)를 가져야만 한다(G는 중력상수). 이 식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다. 그 공식에 따르면 천체의 질량이 클수록, 반지름이 작을수록 중력이 커진다. 중력이 커지면 이탈 속도도 커지므로 탈출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지구의 경우 이 속도는 초속 약 11㎞다. 지구를 탈출하려면 이보다 더 큰 속도를 낼 수 있는 로켓의 힘을 빌려야 한다. 따라서 외계여행은 어떤 해외여행보다 훨씬 어렵고 값비싼 여행이 될 수 밖에 없다.

반면 달은 이탈속도가 지구의 4분의 1 밖에 안된다. 그러기에 아폴로우주선이 달에서 돌아올 때는 출발할 때 보다 훨씬 쉽게 달의 중력을 벗어날 수 있었다.

소행성에서 지구를 찾아왔던 생 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아마도 거기서 좀 지나치게 뛰어 다니다가 본의 아니게 지구여행길에 올랐는지도 모를 일이다.

질량이 M인 천체는 반지름이 작아질수록 이탈속도가 커진다. 어느 한계 ${R}_{c}$(중력반경)까지 작아지면 이탈속도는 광속도 C(초속 30만㎞)에 다다른다. 그런데 물체의 속도는 광속도에 도달할 수 없으므로 탈출이 불가능하게 된다. 다시 말해 ${R}_{c}$이하에서는 빛도 빠져 나올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지구의 경우 ${R}_{c}$=1㎝, 태양은 ${R}_{c}$=3㎞(${R}_{c}$=$\frac{2GM}{C²}$임을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중력반경은 질량에 비례해서 커지므로 태양의 1백배 되는 별의 중력반경은 3백㎞나 된다.

이 중력반경이 검은 구멍을 만드는 최대 반경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보통 ${R}_{c}$를 '검은 구멍의 반경'이라고 부른다. 즉 질량 M이 주어지면 그 천체가 검은 구멍이 되었을 때 ${R}_{c}$=$\frac{2GM}{C²}$인 구면의 표면은 '탈출불가' 지역이 된다. 외부에서 모든 물질이 떨어져 들어올 수는 있으나 내부에서 외부로 탈출할 수는 없는, 말하자면 '일방통행의 반투막(半透膜)과 같아지는 것이다. 이런 곳을 천체물리학자들은 '사건(事件)의 지평면'이라고 부른다.

외부 물체의 입장에서 보면 사건의 지평면은 '돌아올 수 없는 구면'이 되는 셈이다.

빛을 내지 않는 작은 검은 구멍을 밤하늘에서 찾아내기란 어두운 밤중에 광속에서 연탄을 찾아내는 일보다 훨씬 더 어렵다. 그래서 천문학자중 대다수는 검은 구멍에 대해 실제적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1970년대에 들어 인공위성이 X선탐지기로 발견한 X선 천체는 검은 구멍이 실재할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특히 백조자리 X-1이란 별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 X선 천체는 5, 6일 주기로 서로 궤도운동을 하는 연성(連星, 한 쌍의 별)이다. 그 중 빛을 내는 고온의 큰 별, 즉 초거성(超巨星)은 태양의 20배 가까운 질량을 가졌는데 X선을 내는 천체는 그 짝이 되는 별이다. X선 천체는 비록 망원경으로 관측되지 않았으나 간접적인 방법으로 조사했더니 태양의 밝기의 약 1천분의 1에 해당하는 X선을 내고 있었고 1천분의 1초 마다 그 밝기가 변동했다.

「마지막 비명」을 남기고

이 X선 천체의 크기는 0.001초X광속도, 즉 3백㎞ 이하의 작은(지구의 20분의 1 정도) 별로 추정되었다. 이것은 태양질량의 1백배 정도의 검은 구멍에 해당한다.

검은 구멍이 X선을 낸다면 모순된 이야기 같이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검은 구멍은 그 막대한 중력으로 둘레를 도는 별의 물질을 끌어 당겨 표면 가까이에서 광속도에 가까운 낙하속도로 가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기체의 마찰로 인해 생기는 '빛'은 보통의 빛보다 파장이 훨씬 짧은(즉 에너지가 훨씬 큰) X선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비유컨대 이 X선은 검은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초거성의 물질들이 외계에 남긴 '마지막 비명'과 같은 것으로 상상할 수 있다. 지름이 1억㎞가 넘는 초거성에서 홀러 나온 물질이 검은 구멍 둘레에 지름 3백만㎞의 얇은 원반을 이룬 뒤 검은 구멍 중심부로 빠져드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마치 목욕탕 바닥에 뚫린 바늘구멍으로 물이 새어 나가는 광경을 수천억배로 확대한 장면과 비슷할 것이다.

검은 구멍은 이처럼 주위의 물질을 막대한 속도로 가속, X선 천체와 같은 현상을 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회전하는 검은 구멍은 회전에너지를 밖으로 방출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팽이를 서로 부딪치게 해서 한쪽의 회전에너지를 뺏는 이치와 비슷하다.

이를테면 검은 구멍에 유입된 물질중 일부가 회전에너지의 일부를 얻어서 외부로 다시 튕겨나오는 것이다. 회전하는 검은 구멍에서 이런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두개의 표면이 생긴 뒤 한쪽만 일방통행되기 때문이다. 이 방법을 잘만 활용하면 검은 구멍 질량의 29%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추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유입되는 물질의 속도가 광속도에 가까워야 한다는 제약이 따른다.

이밖에도 검은 구멍이 자기(磁氣)를 띨 경우 전기적인 방법으로(전동기와 유사한 방식으로) 보다 쉽게 에너지가 추출되는 것이 1977년에 발견됐다.

그러므로 검은 구멍을 일방적으로 물건을 집어 삼키기만 하는 괴물로 생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막대한 에너지를 외계로 방출하는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퀘이사의 발견에 앞서 1943년 미국의 천문학자 세이퍼트(C. Seyfert)는 중심부가 특히 밝은 나선은하를 찾아냈다. 그후 수백개의 활동성 은하중심핵이 발견되었고 또 광도가 급변하면서 적외선을 많이 내는 준성체 (예를 들면 도마뱀자리 BL형 천체) 등 퀘이사와 유사한 천체들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은하가 진화하는 한 시기에 나타나는 흔한 일로 생각되고 있다.

우리 은하 중심부의 비밀

퀘이사를 일단 활동성 은하핵심부 또는 검은 구멍의 막대한 에너지 방출현상으로 추정해 보자. 그러면 우리 은하의 핵심부에 관해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이 무엇인지 궁금해질 것이다. 우리 은하의 핵심부는 과연 어떤 활동성을 보이고 있을까.

수십년에 걸친 천문학자들의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우리 은하의 핵심부는 최근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미지의 세계였다. 늘 두꺼운 장막, 즉 빛을 흡수하는 성간물질(星間物質)에 싸여 그 정체를 드러내기를 거부해 왔던 것이다.

금세기에 들어서야 우리 은하의 중심이 지구로부터 약 3만광년 떨어져 있으며 그 방향은 궁수(弓手)자리 (여름 밤 남쪽하늘의 은하수가 지평선과 만나는 가장 폭이 넓어진 구역)에 있음이 알려지게 되었다. 미국의 천문학자 샤플리(H. Shapley)의 노력의 결실이었다. 이 발견은 16세기 코페르니쿠스(N. Copernicus)의 태양중심설에 버금가는 큰 '사건'이었다. 왜니하면 태양의 위치를 우리 은하의 중심이 아니라 변두리로 내몰아 버렸기 때문이다.

1930년대 초엽 미국 벨(Bell)전화회사의 한 기사였던 젠스키(K. Jansky)는 주파수 20㎒(파장 15m)의 전파잡음을 조사하던 중 그것이 특정한 방향에서 강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이 '우주잡음'이 전자회로속의 잡음과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그후 이 '우주잡음'은 은하중심을 둘러싼 뜨거운 구름속에서 전자가 양성자(수소 원자핵)와 충돌할 때 나오는 전파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눈부시게 발달된 측정기술과 인공위성에 힘입어 이제는 은하중심에서 오는 빛 외에도 성간물질에 흡수되지 않는 감마(γ))선 X선 전파 적외선 등 모든 파장의 전자파가 검출되고 있다. 빛에만 의존했던 천문학자의 좁은 시야(視野)를 엄청나게 넓혀준 셈이다.

오늘날 이러한 에너지원의 중심부는 궁수자리 A*로 지목되고 있다. 그 크기도 지름 12억㎞(대략 목성궤도의 지름)로 좁혀졌다. 하지만 이 천체의 실제 크기는 이보다 더 작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이유는 천체를 둘러싼 기체의 구름들이 전파를 퍼지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12억㎞의 크기를 3만광년 떨어진 지구에서 바라본다면 보이는 크기는 1천분의 1초라는 터무니 없이 미세한 각도가 된다. 각도 1초란 2백㎞ 떨어진 곳에 있는 1m 크기를 바라보는 각도이므로, 궁수자리 A*는 이 경우 1㎜의 모래알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미세한 각도까지도 오늘날의 전파망원경이 분간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작은 각도를 분간하는 성능을 분해능(分解能)이라고 한다. 이 분해능은 식별되는 최소각 θ로 나타내는데 그 값은 망원경의 지름이 클수록, 전파의 파장이 짧을수록 작아진다 (전파망원경이 빛을 보는 망원경보다 분해능이 떨어지는 까닭은 전파의 파장이 빛의 파장에 비해 수십만배 이상 길기 때문이다.).

고분해능을 가지려면

이런 고분해능을 갖게 하려면 지름이 수십 ㎞에 이르는 반사면을 가진 전파망원경을 제조해야 한다. 유사한 효과를 얻는 좀 더 약삭 빠른 방법도 있다. 여러 전파망원경을 수십 ㎞ 간격으로 떨어뜨려 배치하는 방법이다. 이런 배치법을 구경합성의 방법이라고 한다.

궁수자리 A*의 크기도 구경합성법으로 측정되었다. 미국 뉴멕시코에 설치된 'VLA'(구경이 25m인 27개의 전파망원경을 19㎞와 21㎞의 간격을 두고 Y자형으로 배열)로 실측한 것이다.

이렇게 확정된 우리 은하 중심의 좁은 공간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직접 관측할 수 없다. 그러나 주위에 분포한 물질(구름별)이 내는 스펙트럼을 활용하면 대충은 알 수 있다. 그 막대한 속도로 보아 태양 질량의 1백만배가 넘는 물질이 집중된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이것이 검은 구멍으로 집중되어 있다면 그 크기는 태양의 크기 (70만㎞) 정도로 계산된다. 그러나 우리 은하의 중심에 검은 구멍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아직 없다. 검은 구멍은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X선을 내는 연성의 한 쪽이 검은 구멍일 확률이 크다. 그러나 확률은 확률일 뿐이다.

우리 은하 중심부의 활동으로 미루어 보아 1만년 내지 10만년 전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사건이 퀘이사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앞으로 진행 될 더욱 심도있는 연구의 결과가 기대된다.
 

퀘이사를 발견하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운 전파간섭계
 

1990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현정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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