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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science] 지구의 중력에 감사하라!

영화 ‘그래비티’의 우주미아귀환기

우주에서 시속 50km 소형차와 충돌한다면?

지표에서부터 610km 상공에는 허블우주망원경이 있습니다. 영화 ‘그래비티’는 바로 이 허블우주망원경에서 시작됩니다. 허블우주망원경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치한 임무 전문가 ‘라이언 스톤(샌드라 블록)’과 우주비행사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가 주인공이지요. 우주왕복선 ‘익스플로러’를 이용해 이들은 각각의 임무를 수행합니다. 스톤 박사는 망원경을 수리하고, 코왈스키는 우주 유영을 하면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제트팩을 시험하지요. 이들은 임무 도중 인공위성 파편에 대한 위험을 듣게 됩니다. 바로 우주쓰레기라고 불리는 것들이지요.

우주쓰레기는 말 그대로 우주공간을 떠도는 인공 물질을 말합니다.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이나, 지나가는 운석에 부딪혀 떨어져 나간 조각도 있습니다. 나로호 1차 발사 당시 궤도를 이탈해 위치를 찾을 수 없게 된 과학기술위성도 이제는 우주쓰레기입니다. 크기는 로켓에서 떨어져 나온 수mm 길이의 페인트 조각부터 수십m에 이르는 인공위성까지 다양합니다.

이 우주쓰레기들은 일정한 궤도를 따라 지구 주변을 돌고 있습니다. 우주로 튕겨 나가려는 원심력과 지구가 끌어당기는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곳에 놓여있지요. 대체로 상공 800~1000km 구간에 몰려있습니다만, 이들로부터 완전히 안전한 지역은 없답니다.

주인공이 타고 있던 우주왕복선은 바로 이 우주쓰레기에 휩쓸려 파괴됩니다. 러시아에서 미사일로 자국 위성을 파괴했고, 이 때 발생한 파편이 다른 위성을 파괴해 ‘우주쓰레기 쓰나미’가 몰아친 거지요. 이런 현상을 ‘케슬러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미국과학자 도널드 케슬러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영화 속 장면을 잘 살펴보면 파편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사람 얼굴보다 작지요. 그러나 이 파편의 위력은 속도에 있습니다. 적어도 초속 7km를 넘습니다. 여기에 인공위성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둘이 부딪히면 충격량은 두 배 이상이 됩니다. 대략 소형 자동차가 시속 50km 이상으로 부딪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런 파편 여러 개를 동시에 맞는다면 제아무리 우주왕복선이라도 버틸 수가 없겠지요.

다행히도 과학자들은 우주쓰레기의 위험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길이가 10cm 넘는 우주쓰레기 1만 8000개를 광학망원경과 레이더를 통해 추적하고 있고, 위성이나 우주정거장이 위험할 시 미리 대피하라고 지시합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이미 10여 차례 회피 기동을 한 적이 있고, 2011년에는 승무원이 탈출용 우주선으로 대피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현재 우주쓰레기는 10cm 이상이 2만 2000개, 1~10cm 사이는 60만 개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007년에 중국에서 자국위성을 미사일로 요격하고, 2009년에 미국 이리듐 위성과 러시아 코스모스 위성이 충돌한 뒤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결국우주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우주쓰레기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지요.

첫 번째 시도가 바로 내년에 있을 예정입니다. 스위스 우주센터가 쏠 청소위성 ‘클린스페이스원’입니다. 위성에 장착된 갈고리로 이미 발사한 위성을 낚아 대기권으로 진입해 소각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내년에 과연 이 계획이 성공할지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하지죠?


7시간 안에 지구로 귀환하라

스톤 박사와 코왈스키 비행사는 우주복을 입은 상태로 우주 공간을 떠돌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지구와 교신도 안되고, 익스플로러 호는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궤도를 한번 지나간 우주쓰레기가 지구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지요. 아니면 우주쓰레기를 온몸으로 맞아야 할테니까요.

우주를 유영할 때 입는 우주복은 아주 특별합니다. 선외활동우주복(EMU, Extravehicular Mobility Unit)이라고 부르는데 작은 우주선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EMU는 생명유지시스템과우주복으로 구성됩니다. 생명유지시스템은 우주복 안에서 사람이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산소를 공급하거나 온도를 제어합니다. 생명유지시스템과 연결된 우주복은 외부 환경과 내부환경을 완벽하게 분리합니다. 그러면서도 신체 관절을 쉽게 움직일 수 있지요. 식수를 공급하거나 노폐물을 모으는 것도 우주복의 역할입니다. 바깥은 영하 100℃ ~ 영상 125℃를 오르내리지만 내부는 쾌적하게 유지됩니다. 그렇다면 이 우주복을 입고 얼마나 오래 우주공간을 누빌 수 있을까요? 한 번 우주 유영 때 최대 7시간 정도 사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영화 제목이 ‘코스모스’나 ‘스페이스셔틀’ 또는 ‘우주인’이 아니라 ‘그래비티(Gravity, 중력)’일까요? 우주는 중력과 공기가 거의 없는 공간이고, 스스로 이동할 수 없습니다. 스톤 박사와 코왈스키는 지상과 전혀 다른 낯선 공간에서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또 중력을 받아 지구로 돌아와야 하지요. 결국 이 영화는 우주미아가 치룬 중력과의 사투인 셈입니다.

인공위성 파편 세례를 받은 스톤 박사는 우주왕복선의 로봇팔과 분리되면서 우주공간으로 튕겨나갑니다. 계속 빙글빙글돌면서요. 중력이 없다는 것은 일단 한 번 힘을 받아서 상태가 변하면 또 다른 힘이 주어질 때까지 그 상태를 유지한다는 뜻입니다. 뉴턴의 ‘관성의 법칙’입니다.

날아가는 야구공을 생각해봅시다. 처음에 힘을 받은 야구공은 던져진 방향으로 날아가다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중력이 공을 끌어당기기 때문이지요. 또 날아가는 동안 공기와 공 표면에 마찰력이 발생합니다. 중력과 공기와의 마찰 때문에 공은 처음 받은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져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주공간엔 중력도, 마찰력도 없습니다. 코왈스키가 제트팩의 힘으로 스톤 박사를 붙잡아 멈추지 않았다면 그녀는 영원히 빙글빙글 돌고 있었을 겁니다. 죽은 뒤에도 말이지요.



아무리 허우적대도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무중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스톤 박사와 코왈스키가 국제우주정거장에 도달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납니다. 베테랑 우주비행사인 코왈스키는 제트팩에 남아 있는 마지막 연료를 사용해 자신과 스톤박사를 우주정거장 방향으로 밀어냅니다. 딱 한 번만 밀어낼 수 있다면 충분합니다. 중력이 없으니까요. 문제는 그 뒤에 발생합니다.

우주쓰레기 경고를 받은 우주정거장은 승무원이 모두 탈출하고 비상탈출용 소유즈 호만이 남아있었습니다. 제트팩의 연료는 다했기 때문에 코왈스키는 더 이상 자신들의 운동을 멈출 수 없었지요. 스톤 박사는 우주정거장에 얽힌 낙하산에 걸려 멈출 수 있었지만 코왈스키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스톤 박사의 다리를 얽은 낙하산 줄은 코왈스키가 갖는 운동(관성)을 이겨내기엔 너무 약했습니다. 결국 코왈스키는 자신과 스톤 박사의 연결줄을 풀고 우주공간으로 날아갑니다. 처음 제트팩이 자신을 밀어냈던 그 힘을 그대로 가지고 말이지요. 코왈스키가 날아간 방향이 지구라면 그는 마치 운석처럼 떨어져 불타오를 것이고, 반대 방향이라면 지구에서 점점 멀어지는 방향으로 영원히 날아
갈 겁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고 있는 스톤 박사와 코왈스키. 지구에서처럼 무심코 손에서 놓은 나사는 순식간에 우주 공간으로 사라질 뻔했다.
 
코왈스키가 우주공간에서 수영을 하듯이 허우적거리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살아날 방법은 없었을까요? 지구 위에서걸을 수 있는 이유는 중심을 향해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 덕분입니다. 이 중력 덕분에 위아래, 앞뒤, 좌우가 구분이 되고 바닥에서 뛰어올라도 다시 내려올 수 있지요. 우주에 놓인 우주인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바닥이 없기 때문에 박차고 올라갈 수도 없고, 공기가 없기 때문에 마치 수영을 하듯이 허우적거리며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물론 자유롭게 허우적거릴 수는 있지만 수영장에서 손이나 발로 물을 밀 듯이 밀어낼 공기가 없기 때문에 그저 제자리에서 움직이기만 할 뿐입니다.

스톤 박사는 우주비행사가 아님에도 우주선에 있는 설명서를 읽고 조종해 탈출에 성공한다. 실제로는 복잡한 우주선을 그처럼 쉽게 조종하지 못했을 것이다.

국제 우주정거장(ISS)에 도달한 스톤 박사는 무중력 공간에서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고 주변 사물을 짚고 움직여야만 했다.
 
 
제트팩 대신 소화기 힘으로 비행하다

결과적으로 스톤 박사를 살렸지만 코왈스키를 죽게 한 기계인 제트팩은 사실 허구의 기계입니다. 지상용으로 개발된 사례는 있지만 우주비행용은 공식적으로 아직까지 없습니다. 하지만 원리는 간단합니다. 우주공간으로 무언가를 분사하면 됩니다. 풍선을 생각해 볼까요? 공기를 넣어 부풀린 풍선의 입구를 열어봅시다. 풍선을 꽉 잡고 있으면 공기만 반대로 빠져나오지만, 풍선을 놓으면 이번엔 풍선이 튀어 나갑니다. 영화 속에서 스톤 박사가 소화기를 이용해 우주 공간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나오는데, 소화기에서 분출하는 힘을 이용한 거랍니다.

코왈스키는 사라졌지만 스톤 박사는 불완전한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중국 우주정거장으로 갑니다. 소유즈 우주선은 낙하산이 망가져 지구로 착륙할 수는 없었거든요. 임무전문가인 스톤박사는 우주선 조종법을 제대로 교육받지 않았는데도 다른 나라의 우주선을 운전해야 했습니다. 극중에서는 설명서가 있는 모양이었지만 실제로도 그럴까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주희 우주과학팀장은 “지상에서 교신을 통해 지시를 받으면 모를까, 우주비행사라도 타국 우주선을 조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매우 인상 깊습니다. 호수로 떨어졌다가 지상으로 나온 스톤 박사는 지구 중력에 적응하지 못해 제대로 서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온몸으로 중력을 느끼며 환희에휩싸입니다. 지구 중력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는 것이지요. 그녀가 얼마나 중력에 대해 많이 공부했고, 고민했는지가 보입니다. 하늘을 바라보며 우주를 동경하는 요즘, 우주에 나가기전 중력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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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오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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