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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영원한 라이벌 전갈자리

6월의 밤하늘


6월의 천문현상
 

봄기운에 들뜬 자연이 초록으로 옷을 갈아 입더니 어느덧 주위는 온통 여름의 세계로 바뀌고 있다. 낮은 길어졌지만 우리는 별밤을 맞이하기 위해 그만큼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여름의 밤하늘은 충분히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는 아름다움의 보고이다. 여름의 화려한 별자리들이 저녁 하늘로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하면 하늘은 온통 신비와 꿈의 세계로 변한다. 은하수의 신선한 물줄기가 낮동안의 더위를 식혀주고 선선한 바람은 별을 관측하기에 좋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어둠의 창조물, 전갈

이 달에는 여름철 남쪽하늘의 대표적 별자리인 전갈자리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전갈은 본래 어둠의 창조물이며, 저녁의 어둠속에 숨어있는 교활한 작은 동물이다. 그것은 바위 아래나 어두운 틈새에 숨어 있으며 빛을 바라보며 살 수 없다. 햇볕과 따스함은 전갈의 자연적인 적이며 단지 밤에만 그것은 먹이를 찾아 나선다. 전갈은 이상한 모양을 한 하찮은 생명체이나, 그 독침은 전갈의 크기에 비해 매우 큰 편이며 치명적일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이런 이유로 해서 전갈은 보통 혐오감을 주며 그것과 마주치게 되는 사람은 누구라도 두려움을 갖고 피하게 된다.

하늘의 전갈자리는 오래전부터 어둠과 죽음의 상징이었다. 그 명성은 아마 어떤 별자리보다도 가장 불쾌하며 그 영향은 최소한 북반구의 거주자들에게는 항상 사악한 것으로 여겨졌다. 대부분의 다른 별무리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별자리의 특징은 아마 그 위치에 상당부분 기인하는 것 같다. 단지 가을이나 겨울에 태양과 같이 떠오른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오리온자리의 정반대에서 떠오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두 개의 탁월한 별자리는 통상 대립된 의미로 여겨져왔다. 오리온은 생명의 별자리이며 전갈은 죽음의 별자리이다. 오리온은 빛과 태양을 나타내며 전갈은 태양의 치명적인 적이 되는 어둠을 나타낸다. 그리고 둘은 하늘의 패권을 놓고 영원히 싸우고 있다. 지구의 표면이 교대로 더워지고 추워짐에 따라 이들은 번갈아가며 승리자가 된다. 전갈이 떠오르면 오리온은 즉시 져버린다. 마찬가지로 오리온이 뜨면 전갈은 사라진다.

이것은 오리온이 전갈의 침에 찔려 죽음을 맞게 되는 신화에서 비롯됐다. 태양신은 그의 전통적인 적, 하찮지만 치명적인 어둠 속의 작은 동물에 의해 압도되었다. 그것은 무모한 패톤(Phaethon)이 태양마차를 몰았을 때 태양의 말을 공격한 전갈이었다. 전갈은 말들을 놀라게 했고, 결국 놀란 말들은 난폭하게 달려 그 마차를 죽음 속으로 내던졌다. 이집트인들이 셋(Set, 악의 신으로 짐승머리를 하고 코는 뾰족하다)의 지배가 시작된 것으로 간주하는 때가 바로 태양이 전갈자리로 들어간 시기이다. 태양이 이 별자리에 있는 동안 그들은 오시리스(오리온과 동일 인물)신의 죽음을 슬퍼했고 일시적으로 악의 힘이 승리했다고 믿었다.

전갈은 모든 곳에서 불운하고 저주받고 호전적인 별자리로 여겨졌다. 마야인들은 이것을 "죽음의 신이 사는 궁, 죽음 신의 표시"로 불렀다. 옛날부터 격렬함과 파괴와 연관된 불길한 적색 행성 화성은 전갈자리의 영역 속에서 탄생된 것으로 여겨져왔다. 그리고 어떤 행성이든 이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은 재앙의 징조였다. 이곳에서 나타나는 혜성은 지상에 메뚜기나 다른 곤충들에 의한 재앙이 일어남을 의미하였다.

단지 연금술사들과 마법의 부적을 파는 장사꾼들만이 태양이 전갈자리로 들어가는 것을 좋아했다. 그들은 1년 중 태양이 이 자리에 머무는 동안에만 질 낮은 금속을 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카라반의 무덤을 파는 별

전갈자리의 심장에 위치한 밝고 비범한 적색 별 안타레스는 그 자체로서 재앙의 징조를 나타내는 별이다. 그 이름은 화성의 라이벌을 의미하며, 이 별과 행성은 종종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 둘은 모두 불길한 적색빛을 띠고 있으며 점성술과 민담 속에서 똑같이 나쁜 평판을 듣고 있다. 그들은 전쟁과 불 그리고 재앙을 일으키는 쌍둥이 별이다.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안타레스는 '카라반의 무덤을 파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여행자들이 이른 아침에 이 별이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는 동안은 죽음과 강도들이 그들의 여행을 따라다닌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전갈은 작고 하찮은 추한 동물이지만 그 이름을 가진 별들은 밤하늘에서 가장 아름답고 눈에 띄는 별자리 중의 하나를 만들고 있다. 그것은 길고 구부러진 꼬리를 가진 동물, 혹은 연이나 거대한 낚시바늘처럼 보인다. 이것은 한 여름에 정남쪽에서 가장 잘 볼 수 있다. 먼저 거의 수직에 가까운 선이 보이고 이어 약간 휘어진 별들, 그리고 '전갈의 심장'인 붉은 색의 안타레스, 그 뒤로 꼬리의 긴 만곡을 이루는 별들이 남쪽에서 서쪽, 그리고 북쪽으로 굉장한 곡선을 만들며 굽어져 있고, 마지막에는 들어 올려진 독침이 있다. 전갈자리에 현재의 천칭자리를 포함시켰다면 이 동물은 전갈의 앞부분을 만드는 두 개의 집게발을 얻었을 것이고 그것은 아주 명백하고 실물과 같은 모습으로 하늘의 모든 동물들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전갈자리는 아주 오랜 옛날 유프라테스 계곡에도 알려졌었고 아마 그곳에서 기원이 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지는 해'를 상징하였다. 이웃에 있는 물고기자리, 염소자리와 더불어 전갈자리는 티아매트가 신들에 대항하여 반란을 일으켰을 때 만들어 낸 괴물들에 속했으리라 추정된다. 전갈은 바닷물과 추위 그리고 습기로부터 만들어졌다. 그는 언제나 태양의 적이었으며, 흉악한 전갈인간은 일몰의 문이 놓여 있는 산으로의 접근을 감시했다. 이 괴물들은 반은 전갈이며 반은 인간이었다. 신체 중 사람의 몸을 한 부분은 지상 세계에 속해 있었으며 아래쪽 동물 부분은 지하세계에 있었다. 그들은 서쪽 산 옆에 서 있었는데 머리는 하늘에까지 닿았고 꼬리는 지하세계로 내려가 있었으며 그들의 거친 광채는 어떤 인간도 그들을 바라보고 살 수 없게 했다.

바빌로니아의 영웅 길가메쉬가 죽음의 땅으로 여행하는 길에 태양의 문을 통과하여야 했다. 그는 그곳에서 이 전갈인간들을 지나쳐 가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특별한 힘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전갈인간들은 그를 무사히 통과시켜 주었다. 그러나 다른 어떤 사람도 그곳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들은 빛과 어둠 사이의 경계에 있었으며 매일 매일 아침 저녁으로 방심하지 않고 태양을 감시했다. 여름이 오면 태양은 그들의 힘을 이기고 올라오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낮은 길어진다. 그러나 겨울이 와서 태양이 그들이 통제하는 영역, 전갈자리 염소자리 그리고 어둠의 별자리를 지날 때 낮은 짧아지고 태양은 약해진다. 그들은 결코 태양을 이길 수는 없다. 그러나 태양도 결코 그들을 정복할 수는 없다.

전갈은 남반구에서 볼 때 더욱 더 눈에 띄는 별자리이다. 그곳에서 이 별자리는 거의 머리 위에 오며 그렇게 악운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곳에는 이 별자리가 남태평양의 모든 전설 속에 등장한다. 그것은 통가 제도의 탕가로아 신, 통가레바의 베티아 신, 뉴질랜드의 마우이로 이야기된다.


하늘에 보이는 전갈자리의 별들


마우이로 대접

뉴질랜드에서는 지금도 마우이의 물고기(Te-lka-a-Maui)로 부르고 있으며 그렇게 된 이야기의 기원은 다음과 같다. 신의 우두머리인 마우이는 세상의 끝 너머에 있는 아득히 먼 서쪽 지평선에 살았는데 그의 문을 통해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지하세계로 내려 갔다. 어느날 이곳의 여신이 마우이에게 신비한 턱뼈를 바쳤다. 마우이는 턱뼈를 받아서 그것에 자신의 피를 발랐다. 그리고 그것을 낚싯바늘에 미끼로 달고 낚시를 떠났다.

그가 낚싯바늘을 바다에 던지자마자 낚싯줄이 끝까지 늘어났고, 그는 무엇인가가 걸렸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당기고 당기고 또 당겼다. 마침내 그가 잡은 것을 물 위로 꺼냈을 때 그는 하나의 섬을 잡은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그의 밑에 놓여 있었으며 햇볕을 받아 반짝였다. 거기에는 땅이 있었으며 나무와 언덕도 있었다. 뿐만아니라 섬에는 이미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불에서는 연기가 나고 있었다. 아이들도 뛰어 놀고 개들도 짖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항상 그곳에 있었던 것 같았다. 마우이의 낚싯 바늘은 아주 깊이 들어가서 세계의 반대편에 있는 다른쪽 밤의 지역 속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사실 그는 어둠을 지배하는 '밤의 딸'이 사는 집의 지붕을 잡은 것이었고 그녀의 집은 그것이 딸려 올 때 여전히 섬에 있었다.

마우이는 이 발견을 매우 기뻐하여 그의 낚싯바늘을 멀리 하늘 속으로 던져올렸고 그것은 거기에 부딪혀 걸렸고 밝은 별들로 윤곽이 그려졌다. 뉴질랜드 인들은 그것을 가리키며 "보라, 저기에 위대한 신 마우이가 우리의 섬을 지하세계에서 구해낼 때 썼던 낚싯바늘이 있다"라고 말한다.

이 이야기에는 많은 다른 해석이 있다. 하나는 마우이가 두아들을 가졌고 그들이 매우 어렸을 때 그들을 이용해 아침과 저녁 별을 만들기 위해 두 아이를 죽였으며, 그가 섬을 낚을 때 사용했던 것이 큰 아이의 택뼈라는 것이다. 낚시를 가서 바다 위에서 통가레바섬을 끌어올린 것이 배티아였다고 할 때 그는 먼저 그의 낚시 바늘에 희미한 어린 별을 미끼로 썼다. 그러나 그 별은 그렇게 강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을 하늘로 다시 던졌고 대신 그의 넓적다리에서 떼어낸 신선한 것을 사용하였다.

이달의 별/안타레스(Antares, 전갈자리 으뜸별)

"···변덕쟁이 안타레스, 남쪽 하늘에서 밝게 타오르다 어두워지곤 한다." 이글은 19세기 미국 시인 윌리스(Willis)가 전갈자리의 안타레스를 노래한 구절이다.

전갈자리의 중심 부분에서 일명 '화성의 라이벌'이라고 불려지는 가장 밝은 별 안타레스(Antares)가 있다. 안타레스라는 말은 'Anti-Ares'의 약자로서 2년에 한 번씩 화성(Mars-그리스 신화의 Ares, 전쟁의 신)이 근처를 지나가면서 그 붉은 기를 빼앗아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의 점성술에서는 화성이 안타레스에 접근할 때 왕이 궁궐을 벗어나면 왕에게 불길한 일이 생긴다고 해 조심하도록 했다. 먼 옛날 멕시코의 마야인들도 안타레스를 죽음의 신으로 여겨 불길하게 생각했다.

안타레스는 전갈자리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그 밝기로 인해 '전갈의 심장'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려지고 있다. 이 별은 고대 페르시아 시대에는 하늘을 수호하는 네 개의 황제별(royal star) 중 하나로도 불려졌다. 봄철의 레굴루스(사자자리), 가을철의 포말하우트(남쪽물고기자리), 그리고 겨울철의 알데바란(황소자리) 등이 이 황제별에 속하며 이들은 황도 근처에 위치하여 독특한 밝기로 각 계절마다 하늘을 수호한다고 전해진다.

안타레스는 원래 오렌지 색의 초거성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은 북반구의 중위도 지방에서는 매우 붉게 보인다. 이것은 이 별의 고도가 낮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며 저녁에 황혼이 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별의 고도가 낮을수록 짧은 파장의 빛(무지개 색 중 보라색쪽)이 많이 산란되고, 따라서 파장이 긴 붉은 색 계통의 빛이 잘 통과하여 안타레스가 더욱 붉게 보인다.

안타레스는 괴물의 심장에 아주 잘 어울리는 거대한 크기의 초거성이다. 그 지름은 태양의 7백배 정도이며, 그 실제 밝기는 태양의 6천배 이상이다. 질량은 태양의 10~15배 정도이다.

만약 안타레스의 중심에 태양이 있다면 이 별의 표면은 목성의 궤도 근처쯤이 될 것이다. 잘 알려진 별중에 단지 오리온자리의 베텔기우스(Betelgeuse)만이 크기에서 이 별에 맞설 수 있다. 얼마 안되는 질량으로 거대한 부피로 팽창했기 때문에 이 별의 밀도는 아주 낮다. 이 별은 중력과 핵융합반응 사이의 미묘한 균형이 옮겨감에 따라 부풀거나 오그라지는데 이 때문에 그 크기와 밝기가 약간씩 변하고 있다. 약하게나마 맥동하는 이 붉은 별을 전갈의 고동치는 심장으로 상상하는 것은 쉬운 일일 것이다.

이달의 집중탐구/가장 밝은 별에 대해

우리 눈에 보이는 수많은 별들 중에서 특히 밝은 21개의 별을 정확한 등급과 관계없이 관습적으로 1등성이라고 부른다. 이 21개의 별은 전하늘에 퍼져 제각기 자기가 속한 영역에서 그 밝기를 과시하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 별들은 21개 중 3개를 제외한 18개가 자신의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행성이나 달은 계속 밝기와 위치가 변하지만 항성들은 그 위치나 밝기가 고정돼 있어서 언제나 이들은 같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그 항성들 중에서도 특히 이들 21개의 1등성들은 그 밝기와 독특한 인상으로 언제나 우리에게 친근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 21개의 별들을 밝기 순으로 적으면 다음과 같다.

밤하늘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일단 이들 밝은 별들의 이름 정도는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는 우리나라 보이지 않는 별, 북위 20도 아래로 내려가야 볼 수 있음.
 

별의 밝기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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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태형 총무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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