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hot science] 버섯으로 집을 짓는다고?

특이한 생물재료 뒤지는 이색 건축가들





지구 반대편에서 엉뚱한 집을 꿈꾼 사람이 있다. 미국 뉴욕에 사는 이 젊은이들은 예술가적 아이디어와 독특한 뚝심으로 최근 궁극의 친환경 주택을 짓고자 하는 꿈을 실현시켰다. 특이한 생물을 재료로 이용해서 난분해성 건축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집이다. 도대체 무엇으로 지었기에 화제가 된 것일까. 나무? 혹시 종이? 아니다. 몰캉몰캉하고 부드러운 균류 생물, 버섯이다.



사정은 이렇다. 2007년부터 남다른 생물재료를 이용해 포장재를 만들던 작은 벤처 기업이 있다. 미국 뉴욕에 자리잡은 ‘에코베이티브 디자인’이라는 회사로, 당시 막 대학생 신분을 벗어난 젊은 창업자 두 명이 만들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사립 공대인 렌슬러폴리 테크닉에 다니던 에벤 베이어와 게빈 매킨타이어는 창업 실습 수업에서 버섯을 이용해 단열재를 만드는 기업을 구상했다. 황당해 보이지만 이들의 아이디어는 꽤 구체적이었고 기술적으로 가능성이있었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로 특허를 받은 뒤 2007년 회사를 차리고, 모교에서 연 발명가 대회에서 우승하며 1만 6000달러의 자금을 지원 받았다.

이들은 이듬해에 환경을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네덜란드의 국제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세계의 주목을 받은것도 성과였지만, 가장 큰 자산은 돈이었다. 상금이 자그만치 70만달러(우리 돈 약 7억 6000만 원)나 됐다. 이 돈은 야심만만한 청년 사업가 둘이 사업 자금으로 쓰기에 충분한 액수였고, 이들은 자신감을 갖고 에코베이티브 디자인을 혁신적인 기업으로 키워 나갔다.






버섯이 플라스틱을 대체하기까지

“우린 뭔가 다른 걸 하고 싶었고, 그게 세상에 영향을 주는 일이었으면 했죠. 그래서 균사체를 ‘스스로 자라는 풀’로 이용하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두 사람의 이야기는 3분짜리 영화로 만들어졌고, 올해 제너럴 일렉트릭(GE) 사가 주최하는 단편영화 경연대회에서 우승했다. 상금은 20만 달러(2억 1700만 원)였다. 이들의 이야기는 온갖 창조적인 경연대회를 휩쓰는 듯 했다. 이들은 이 동영상에서 사업에 뛰어든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2003년 미국 환경청(EPA)의 발표를 보면, 부피 기준으로 매립되는 쓰레기의 20%가 플라스틱이었어요. 이걸 만드는 데 석유가 사용됐죠. 대략 학교 책상 정도 크기의 스티로폼 한 덩어리에 석유 1.5L가 사용돼요. 연료도, 에너지도 아니고 겨우 땅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사용되다니 문제가 많죠.”

이들은 플라스틱을 대체할 순수 자연 물질을 찾았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작물 폐기물이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식량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작물은 옥수수다. 그런데 옥수수는 먹을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버려야 하는 부위가 많다. 만약 이들을 새로운 플라스틱 대체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버려지는 작물 폐기물도 줄이고 덩달아 플라스틱의 사용량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썩어 없어지기 십상인 작물 폐기물로 단단한 물질을 만들기는 어렵다. 고운 흙도 서로 뭉칠 방법이 있어야 찰흙으로 만들어 모양을 빚어낼 수 있다. 잘게 자른 옥수숫대를 모아 원하는 모양과 강도를 갖도록 만들 방법은 무엇일까.

이들이 낸 아이디어의 핵심은 단순했다. 다시 찰흙을 생각해보자. 고운 흙에 물을 넣으면 진흙이 서로 연결되며 끈끈한 찰흙이 되고, 단단해질 수 있다. 이 때 물은 진흙을 결합시키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농업 과정에서 생기는 식물성 폐기물을 연결시키는 접착제란 무엇일까. 이들은 또다른 생물에서 답을 찾았다. 바로 버섯이다.

버섯은 반찬이나 요리로 먹는 우산처럼 생긴 부분(자실체)과,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보통 땅 속에 있다) 포자를 발아시키면 나오는 미세한 실 모양의 균사체 부분이 있다. 이 가운데 균사체는 굵기는 가늘지만 길이가 긴 사슬형태를 띠는데, 세포의 핵이 1개인 상태에서 마찬가지로 핵이 1개인 다른 균사를 만나면 서로 세포벽을 융합시키며 핵이 2개인 새로운 균사를 이룬다. 이 과정이 여러 균사에 의해 무수히 반복되면(버섯 균사는 생장 속도도 빠르다), 셀 수 없이 많은 균사가 촘촘하게 3차원으로 결합하고 엉킨 복잡한 구조물이 된다.

이렇게 형성된 구조물은 마치 가는 실로 물건을 칭칭 감아놓은것 같아서, 상상 이상으로 조밀하고 단단하다. 이것을 잘 성형하기만하면 플라스틱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강도를 지닌 중합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쉬운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

“이건 정말 단순해요. 오래된 과학이에요. 어쩌면 사람들이 여러 세기 동안 해왔던 것일지도 모르죠.”(베이어)“하지만 플라스틱보다 싸고, 더 성능이 좋으며 우리의 최근 문화 트렌드(친환경)와 잘 맞아요.”(매킨타이어)이들이 ‘버섯® 재료(Mushroom® Materials, 자신들의 재료를 부르는 공식적인 명칭이다)’를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먼저 옥수숫대등을 잘게 간다. 여기에 버섯의 균사를 집어넣는다. 직접 포자를 뿌리지는 않는다. 둘을 섞은 뒤, 원하는 모양의 틀에 꽉 채워 넣는다.

그리고 이들을 약 10~14일 정도 배양한다. 그 사이에 재료는 하얀 균사체로 뒤덮여 빈틈이 거의 없는 흰색 아몬드 초콜릿바처럼 된다. 이제 남은 일은 틀에서 꺼내 38~66℃ 정도의 더운 곳에서 건조시켜 버섯 균사의 성장을 중단시키는 것뿐이다. 이렇게 만든 재료는 꼭 때가 조금 탄 스티로폼과 비슷해진다. 하얗고 고른 외양은 아니지만, 냉장고 쯤은 거뜬히 지탱할 수 있을 있을 정도로 강하고 불에도 타지 않는 내연성을 지닌다. 균사체가 실처럼 생긴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기에 내부에는 미세한 구멍이 나 있고,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기층을 포함한다. 건축 단열재로 쓸 수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물이 통과하기엔 작은 구멍이라 물이 새지는 않는다. 그리고 또 하나, 스스로 복구하는 능력이 있다. 생물재료는 다른 재료가 갖지 못하는 독특한 특성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자기 복구 능력이다(37쪽 박스 참조). 균사체 덕분에 버섯® 재료는 금이 가거나 부서져도 스스로 다시 달라붙는다.

이제까지 베이어와 매킨타이어는 이 재료를 제품의 포장 용기나, 무거운 가전제품과 가구를 나를 때 쓰는 완충제로 만들어 공급했다. 기존 스티로폼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하면서도 부드럽고, 생분해성이기 때문에 스티로폼과 달리 환경에 해로운 폐기물을 만들지 않는다.

이들이 5년 동안의 경험을 모아 올해 새롭게 시도한 게 바로 ‘작은버섯 집’ 프로젝트다. 지난 5월 제작을 선언해 6월에 완료했다. 캠핑 자동차에 어울릴 법한 작은 크기의 방을 버섯® 재료를 이용해 지었다. 물론 기본 뼈대는 나무를 사용했지만 바닥과 벽 지붕 등 주요 부분은 모두 생체재료를 이용했다. 지금 이들은 이 집의 성능과 효율을 시험하고 있다.

 

과학적인 검증 남아

이들의 버섯® 재료는 지난 5월 미국 환경청으로부터도 자금 지원을 받았다. 단열재와 절연체로 쓰는 또다른 플라스틱인 폴리우레탄을 대체할 플라스틱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에코베이티브는 새로운 균류를 연구하고 가공 방법을 추가로 개발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들의 제작 공정과 제품은 아직 전과정평가(LCA)를 거치지 않았다. 농작물 폐기물을 없애고 스티로폼을 대체 할 수 있지만, 제조 과정에서 오히려 더 많은 자원이 들지는 않는지, 탄소배출이 느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들은 자신만만하다.

“우리는 당연히 과학적인 검증을 거칠 것입니다. 탄소발자국도 계산해야죠. 우리는 에너지와 탄소발자국을 조금 개선하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아주 많이 좋아져야 합니다. 조만간 구체적인 수치를 가지고 플라스틱 제품과 비교하는 날이 올 겁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3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 진로 추천

  • 환경학·환경공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화학·화학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