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4일은 ‘헬라 세포’를 남긴 헨리에타 랙스가 사망한 지 70주년 되는 날이다. 이날 유가족은 동의 없이 랙스에게서 채취한 세포로 이익을 챙긴 생명공학 회사 ‘써모 피셔 사이언 티픽(써모 피셔)’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951년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인 헨리에타 랙스는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자궁경부암을 진단받고, 31세의 이른 나이에 사망했다. 당시 존스홉킨스 의료진은 랙스의 자궁경부에서 암세포를 채취했고, 이 세포는 실험실에서 배양돼 지난 70년간 증식을 이어오고 있다. 존스홉킨스대는 현재 웹사이트에 랙스의 세포를 동의 없이 채취한 것에 대해 ‘당시의 느슨한 규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의 이름을 따 ‘헬라(HeLa) 세포’라 불린 이 세포는 소아마비 백신 개발, 체외 수정,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연구까지 숱한 생명과학 발전에 기여했다. 하지만 유가족은 랙스에게서 세포를 채취한 지 20여 년이 지난 1975년 경까지 헬라 세포의 존재조차 몰랐다.
유가족은 이번 소송에서 써모 피셔가 헬라 세포가 비윤리적으로 채취된 것을 알면서도 계속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써모 피셔는 연구자들에게 1mL(세포 1000만 개)당 180만원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헬라 세포를 판매하고 있지만, 유가족에겐 어떤 금전적 보상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 유가족은 소송을 제기하며 써모 피셔가 헬라 세포로 취득한 이득뿐만 아니라 지적 재산권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랙스의 유가족측 변호사인 벤자민 크럼프는 “헨리에타 랙스의 세포로 이득을 챙긴 이들을 찾아내는 과정을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랙스의 유가족들은 처음으로 세포 무단 사용에 대해 과학 연구기관으로부터 금전적 보상을 받았다. 미국의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HHMI)는 수십만 달러의 기부금을 헨리에타 랙스 재단에 내기로 약속했다. 당시 에린 오시아 HHMI 소장은 “과학과 의학이 공정해지려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헬라 세포가 부당하게 획득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