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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신조어라는 게 그렇습니다. 그냥 특별한 의미없이 줄임말을 인터넷에 썼다가 그 말을 여러 사람이 반복해서 쓰면서 의미가 굳어져 버리는 것이죠. 그 중에는 그냥 웃어넘기거나 기발하다는 느낌을 주는 말도 많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뭔가 씁쓸한 말도 많습니다. 이번에 짚고 넘어갈 ‘병먹금’도 되뇔수록 안타까운 우리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말입니다.
병먹금. ‘병*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금지한다’는 말을 줄인 말입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이 인터넷에 올린 이른바 ‘도발성’ 글에 아예 대응을 하지 않고 무관심으로 일관하자는 말입니다. 도발성 글에 자꾸 관심을 보이고 댓글을 달다 보면 더 재미를 느끼며 상대를 조롱하는 글을 남발하기 때문에 아예 대응을 안 하는 게 낫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비이성적인 글을 인터넷에 올려놓고 그 글을 비판하면 “너희들이 무식해서 내 말 뜻을 못 알아듣는 거야. 공부 좀 더 하고 와”라는 식의 글을 또 올리는 경우죠. 이 글을 본 다수의 사람들이 글 올린 이를 ‘병*’으로 규정하고 ‘병먹금’이라는 용어를 들먹이며 무대응으로 일관하게 됩니다.
인터넷 오픈사전에도 올라와 있는 ‘관심병’이라는 말도 떠오릅니다. ‘관심을 먹고 살고 관심을 받기위해 무리수를 자주 두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라는 뜻입니다. 가만히 있다가 다소 엉뚱한 행동이나 말을 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사람에게 흔히 ‘관심병’이냐는 말로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병먹금을 당하는 사람들도 관심병이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요.
병먹금이나 관심병이라는 말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가 서로에게 무관심하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마음에 상처를 입어도 상처를 입었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박한 현실, 바로 옆에 있는 동료나 친구가 어떤 곤란함을 겪고 있는지 무관심한 현실에서 병먹금이 필요한 글이나 관심병이 생기는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임상심리학자인 토머스 조이너는 저서 ‘자살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누군가 심각한 가슴 통증을 호소할 때 ‘엄살 부리는 거야’라던가 ‘관심 받고 싶어 그런 거야’라고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 자살하겠다는 말을 들으면 그 말을 그저 위협에 불과하다고 무시하는 일이 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살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언가 괴롭고 힘든 일이 있어서 주위의 손길이나 도움이 필요할때 ‘무리수’ 있는 행동을 해서라도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심리를 우리는 병먹금이나 관심병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에이 설마~, 우리가 그렇게 팍팍하게 사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 분들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지난해 말 보도된 한 사건을 떠올려 볼까요. 11살 된 아들의 손목에 난 선명한 칼자국에 놀라 병원을 찾은 엄마 사건입니다. 진료 결과 아들의 손목에 생긴 칼자국은 볼펜이나 풀 등으로 만들어낸 가짜 상처로 밝혀졌습니다. 매일 늦는 부모에게 관심받고 싶어서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처럼 ‘가짜 상처’를 만드는 것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에 ‘가짜 상처 만들기’, ‘가짜 피 만들기’등의 검색어만 입력하면 방법과 재료가 상세히 설명된 게시물이 쏟아져 나옵니다. 병먹금이라는 말이 왜 신조어가 됐는지 다시 한번 골똘히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