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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상상 그 이상의 슈퍼화산, 폭발할까?


화산이 폭발할 때 나오는 에너지나 분출하는 물질의 양은 실로 엄청날 수 있다. 이 때문에 화산폭발은 외계에서 대규모 운석이 충돌하는 현상과 비교되기도 한다. 운석 충돌이나 화산 폭발 모두 예측하기 쉽지 않고, 예측한다고 해도 막기 힘들다. 그나마 다행은 ‘멸종’을 초래할 만큼의 대규모 화산(슈퍼화산) 폭발이 빈번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가 슈퍼화산 폭발을 걱정한다는 것은 우리가 멸종하지 않고 살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상상 그 이상의 슈퍼화산 폭발이 일어날 위험이 많지는 않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대규모 화산 폭발을 말할 때 백두산, 후지산 등이 갖고 있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미지는 잊는 게 좋다. 정말 심하게 폭발하면 ‘산’ 자체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슈퍼화산이 폭발해 마그마가 분출하면 마그마 방이 텅 비고, 이전에 있던 지형들은 함몰된다. 그 결과 주변보다 낮게 꺼진 칼데라를 중심으로 분지가 형성된다.

약 200만 년 전 일어났던 미국 옐로우스톤(현재 미국 국립공원 1호)의 화산 분출과 약 7만 4000년 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토바 분출이 대표적이다. 모두 약 지름 100km 크기의 칼데라를 형성했다. 옐로우스톤과 토바 분출로 나온 화산 쇄설물의 양은 1980년 미국 세인트 헬렌스 화산 분출의 1만 배에 달할 정도다. 약 5만 명의 사상자를 냈던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분출도 토바 분출에 비교하면 약 5% 규모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들이 바로 현재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슈퍼화산 폭발의 사례들이다.



폭발성 강한 마그마가 대량으로 지표 아래 모이면…


슈퍼 화산이 생기려면 우선 우리가 보통 접하는 작은 규모의 화산 폭발은 드물어져야 한다. 많은 양의 마그마가 지각에 쌓여야 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려면 지각의 응력이 작은 지진들로 분산되지 않고 오랜 기간 쌓여야 하는 이치와 같다. 마그마 성분도 폭발성이 강해야 한다. ‘폭발다운 폭발’이 일어나려면 마그마에 물이나 가스와 같은 휘발성 물질이 충분히 들어 있어야 하고 마그마의 규소 함량이 높아 충분한 점성을 지녀야 한다.

이런 환경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아래 그림 참조). ➊ 먼저 맨틀에 가까운 지하 심부에 맨틀에서 나온 현무암질 마그마 군락이 1차로 형성돼야 한다. 이 마그마 군락은 지각 윗부분에 커다란 마그마 방을 만드는 열원(熱源)이자 마그마 공급처가 된다.

➋ 지표에 가까운 지각 천부에는 2차 마그마 방이 만들어지는데 마그마 성분 중 일부가 선별적으로 결정을 이루면서 가라앉는다. 주변 지각 물질의 일부도 함께 녹인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마그마에 규소가 풍부해지면서 ‘유문암질 마그마’로 숙성된다.

➌ 2차 마그마가 점점 지표면으로 올라오면서 온도와 압력은 꾸준히 낮아지는데, 이로 인해 마그마에 녹아있던 휘발성 물질이 더 많이 분리되면서 폭발성이 커져간다. ➍ 또한 폭발원료로 숙성된 마그마가 지표 아래 대량으로 저장되기 위해서는 마그마방을 덮고 있는 지각이 충분히 두꺼워야 하고 밀도는 낮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륙지각(옐로우스톤 분출의 사례)이나 호상열도(토바 분출의 사례)가 이런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체로 이런 조건들이 갖춰지면 1차 마그마가 직접 분출될 가능성은 적어지면서 2차 마그마 방이 큰 규모로 성장하고 대규모의 폭발적인 분출이 가능해진다. 마그마 방이 충분한 크기로 성장하는 데는 약 10만~100만 년 정도 걸린다.

➎ 마지막으로 마그마가 분출되기 위해서는 마그마 방의 압력이 급격히 커져 마그마 방을 덮고 있던 암석에 균열이 생겨야 한다. 보통 휘발성 물질이 급격하게 늘어나거나 마그마가 외부에서 추가로 유입되면 마그마 방의 압력이 증가한다.

➏ 이 때 마그마를 둘러싼 암석의 균열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균열을 통해 마그마 방의 압력이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➐ 마그마로부터 휘발성 물질의 분리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대규모 폭발로 이어진다. 샴페인 병마개를 반쯤 열고 병을 심하게 흔들 때 일어나는 현상에 비유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마그마 방이 화산폭발이나 분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마그마 방이 충분히 성장했음에도 마그마 방의 압력을 급격히 증가시킬 만한 촉진제가 없고 마그마 방을 데우는 열원이 점차 사라지면, 폭발 대신 마그마가 광물로 변하는 결정화 과정이 일어난다. 결정 비율이 전체 마그마 방의 50% 이상이 되면 화산폭발의 가능성은 사라지고 마그마 방은 지하에서 굳어 거대한 심성암체를 만든다. 미국 대통령의 흉상을 새겨놓은 러쉬모어 산이나 우리나라 북한산의 봉우리들도 지하에 있던 마그마가 지표로 분출되지 않고 굳어져서 생긴 구조다.

이렇듯 대규모 화산폭발은 쉽게 일어나지는 않으며, 분출물의 부피가 1000km3 이상인 경우는 세계적으로 평균 10만~20만년에 한 번 꼴로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름이 1km보다 큰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는 빈도와 유사하다.













슈퍼화산 분화가 가져올 재난
슈퍼화산은 분출 당시부터 오랜 기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지표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먼저 분출과 함께 화산쇄설류가 발생하는데 이는 1000℃ 이상의 온도로 녹아있는 쇄설물이 시속 수백km 속도로 지표를 따라 이동하는 화산재해의 대표적이고 직접적인 ‘킬러’다. 토바 분출로 나온 화산쇄설류로 아프리카 대륙 동쪽과 호주 북서쪽 해안에 쓰나미가 발생했다는 증거가 있다.

약 7만 4000년 전 토바 분출 때 분출물의 부피는 약 1000km3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분출로 화산재가 고도 25km이상의 성층권까지 도달하면서 최소한 인도양 전체와 태평양 일부 상공을 뒤덮었다. 이 화산재는 유황성분이 함유된 에어로졸 형태로 햇빛을 차단해 수개월에서 수년간 ‘화산 겨울’을 불러왔다. 화산 겨울을 과거 토바 분출 당시의 규모(이산화황 1.7Gt 분출)로 시뮬레이션 해보자. 겨울에는 성층권 기류 변화로 화산재가 북반구에 집중되지만 만일 여름에 분출했다면 거의 지구 전체에 화산재가 분산된다. 이로 인해 지구의 평균온도가 단기간에 10℃ 정도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 정도라면 강수량이 줄어들고 농작물 생육에 막대한 영향을 주게 되며 열대 우림도 사라져서 지구 전체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대기에 분산된 화산재는 약 10년에 걸쳐 지표로 가라앉지만, 화산가스 분출로 대기 중에 다량으로 유입된 이산화탄소는 장기적인 지구온난화를 초래할 수 있다. 지구 생명체 진화사에 가장 큰 규모의 멸종으로 기록된 고생대 말 페름기의 대멸종도 ‘시베리아 트랩’으로 불리는 수백 km 길이의 화산 폭발이 도화선이 됐다는 가설이 있다. 이에 따르면 먼저 시베리아 트랩 화산 분출로 온실 가스가 대량으로 흘러나와 지구의 평균온도를 5℃ 정도 상승시키며 육상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는 해수의 온도상승으로 이어졌으며 전세계 해저에 다량으로 매장된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빠져 나왔다. 바닷속 산소는 고갈되고 해양생태계는 완전히 파괴되며 메탄과 이산화탄소는 추가적으로 대기에 유입됐다. 결국 지구의 평균온도가 10℃정도 상승하여 전체 생물종의 95%가 멸종했다. 이 사례는 대규모 화산폭발이 지구환경 변화에 장기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실로 ‘상상 그 이상’이라는 것을 충분히 보여준다.

특히 오늘날 인류 인구의 거의 90%가 북반구에 집중되어 있고 위성통신과 항공운송의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북반구에서 대규모의 화산폭발이 일어나면 직간접적인 피해와 혼란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할 것이다.






지구 밖의 슈퍼화산
태양계 다른 행성이나 위성을 살펴보면 상상을 초월한 화산을 만날 수 있다. 지구의 유일한 위성인 달의 표면은 지구의 대륙지각과 유사한 성분으로 이루어진 밝은 고지대의 군데군데에 지구의 해양지각과 유사한 현무암질 암석으로 채워진 어두운 저지대가 얼룩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암석을 공급해줬을 법한 화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는 화산이 아니더라도 현무암질 마그마가 맨틀로부터 대규모로 분출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금성 표면에는 다양한 3차원적 지형과 질감을 보이는 화산들이 관찰된다. 마치 말미잘의 촉수처럼 분출구를 중심으로 방사상으로 다른 성분의 마그마가 분출되어 흘러내린 듯한 질감을 보이는 화산이 있는가 하면, 호떡을 찍어놓듯이 완벽에 가까운 원형의 칼데라를 보유한 화산도 있다. 진드기 벌레 모양으로 칼데라와 그 주변의 화산체에 가지가 형성된 듯 보이는 화산도 관찰된다.

화성은 지구 크기의 절반 정도지만 화성에는 태양계에서 가장 큰 화산인 ‘올림푸스 화산’이 있다. 이 화산은 에베레스트 산 높이의 4배에 달하며 550km2 넓이에 걸쳐 분포한다. 지구에서 망원경으로도 볼 수 있다. 지구보다 작은 행성에서 현무암질 마그마가 분출해 거대한 화산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적절한 두께의 지각판의 형성이나 이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와이 열도의 형성과는 달리 고정된 지표에 계속 나오는 마그마가 커다란 화산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목성의 위성 중 이오는 크기와 평균 밀도가 달과 유사하다. 하지만 이오는 태양계 전체 행성과 약 160여 개에 달하는 위성을 통틀어 화산활동이 가장 활발한 천체로 알려졌다. 이오 표면에는 화산폭발 및 분출이 일상적으로 도처에서 일어나며, 약 100만년에 한 번 꼴로 이오 위성 전체 표면은 새로운 암석으로 뒤덮이게 된다. 이오에서 화산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은 모행성인 목성의 거대한 인력 덕분이다. 목성이 이오 위성의 지각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고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화산, ‘지구’ 라는 퍼즐을 푸는 열쇠
화산폭발은 지구가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해왔고, 현재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열쇠다. 사실 화산을 포함한 지표의 모든 구조들은 큰 틀에서 보면 지구 내부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과정에 따른 단순한 부산물일 뿐이다. 화산폭발을 올바로 이해하고 ‘상상 그 이상’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지구의 다양한 구성 요소들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유기적인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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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흔들리는 백두산, 꿈틀대는 후지산 D데이는 언제?
Part 2. HOT VOLCANOES!
Part 3. 지구를 뒤흔든 화산
Part 4. 상상 그 이상의 슈퍼화산, 폭발할까?
Part 5. 마그마가 올라오는 소리를 감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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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글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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