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망원경으로 관측을 해도 별이 주먹만하게 보이지 않는다. 우선은 망원경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광학기기 판매장이나 학교 과학실에서 천체망원경의 모습을 보면 "이것으로 밤하늘을 보면 별이 주먹만하게 보이고 또 우주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뭔가를 볼 수 있는거구나!"라고 누구나 생각한다.
이러한 기분으로 부푼 기대감과 함께 벼르고 별러서 많은 돈을 주고 구입한 천체망원경을 통해 처음으로 밤하늘을 보면 감탄은 커녕 실망만이 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그럴까?
천체망원경에 관한 오해
천체망원경을 통해 별을 보았는데도 별이 점으로 밖에 보이지 않고 사진에서 보았던 총천연색의 성운성단이며 은하같은 것은 아무리 보아도 보이지도 않고 또 많은 별중에 원하는 별을 찾을 수도 없다. 게다가 상이 뒤집어져 보이는 데다가, 별이라고 간신히 찾아 놓았더니 금방 사라진다. 내가 뭔가를 잘못 조작한 것은 아닌가?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그것은 망원경에 대한 막연한 허상 때문이다. 천체망원경이라고 하면 모두 엄청난 성능을 지녀서 책이나 잡지를 통해서 본 아름다운 천체사진과 같은 멋진 모습을 언제라도 볼 수 있다고 착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초보자의 대부분은 이러한 원인을 망원경의 배율 탓으로 돌려서 "이 망원경은 분명히 배율이 낮아서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을 한다. 고배율의 접안경으로 바꿔보기도 하고 좀더 비싼 망원경을 구입해서 보아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런 식의 실망을 몇번인가 하다보면 아예 천체망원경에 대한 불신만이 남고 천체망원경은 복잡하고 쓸모없는 기계덩어리라고 무시해버리게 된다. 또한 방치해 놓다보니 먼지만 쌓이게 된다.
책이나 잡지에서 본 성운성단의 아름다운 모습은 커다란 망원경과 전용사진기로 오랜 시간 노출을 주어 찍은 것이기 때문에 소구경의 망원경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흔히들 천체망원경 광고에 나오는 고배율이라는 선전문구와 견본사진이라고 제시되는 관측사진의 거짓말을 조심해야 한다. 천체망원경에 있어서 배율은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구경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고 관측대상과 이동에 따라 반사식으로 할 것인가 굴절식으로 할 것인가 반사굴절식으로 할 것인가가 결정돼야 한다.
천체망원경을 통해 물체를 보았을 때 상이 뒤바뀌어 보이는 이유는 태양과 달을 제외하고는 극히 미약한 광선을 취급하므로 광학계를 가능한 간단히 하고, 그 표면의 반사나 흡수에 의한 광의 손실을 극도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천체망원경의 종류와 구입방법에 있어서는 집광 확대 추적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관측장소의 선정에 있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광축도 맞아야 한다. 관측목적에 맞는 각종 부가장치도 준비되어야 하고, 오랜 노출 관측인 경우에는 극축도 맞추어야 하며, 이슬을 피할 방법도 강구되어야 한다.
천체망원경을 이용한 천체관측을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먼저 처음 망원경을 접한 사람들을 위해 망원경 구성에 대한 최소 한도의 지식을 살펴보자.
위 사진은 대표적 천체망원경들이다. 여기저기에 손잡이가 붙어 있어 상당히 복잡한 외관을 하고 있다. 각각의 기계부분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사용하면 천체를 볼 수 있는지 알지 못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한마디로 천체망원경이라고 말하더라도 간단한 것에서부터 복잡한 것까지 여러가지가 있다. 그러나 어떠한 천체망원경도 크게 나누어보면 기본적으로 경통부분 가대부분 다리부분 3개로 이루어져 있다(그림1).
■경통
천체망원경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경통의 앞쪽에서부터 안쪽으로 들여다 보면 천체로부터 빛을 많이 모으기 위한 커다란 렌즈 또는 거울이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개중에는 거울과 렌즈 모두 들어있는 경통도 있다.
■가대
경통을 받치고 있는 기계적인 장치를 가대라고 한다. 모두가 보고싶다고 생각하는 천체방향에 경통을 향하게 하기 위한 장치다. 고급형의 경우 천체의 위치를 재는 역할과 일주운동에 의해 움직이는 별을 자동추적하는 부품도 있다. 망원경을 원활하게 조작하거나 천체를 좀더 잘 관측하기 위해 정밀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다리
정밀하게 만들어져 있는 경통과 가대를 제대로 지면에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카메라 다리처럼 생긴 이동 및 조립에 편리한 삼각형식의 것과 고정관측에 유리한 쇠기둥 형식의 것이 있다.
굴절과 반사의 차이
크게 3개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 천체망원경이지만 각각의 부분에 대해 여러 종류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보통은 적당한 구조로 조립되어 판매되고 있지만 사용자의 관측목적이나 예산 그리고 수준에 맞는 구조를 선택해야 한다.
우선 경통부의 종류를 간단히 설명해 보자. 경통에는 어두운 천체를 밝게 관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빛을 모으는 커다란 렌즈나 오목거울이 사용되어지고 있다. 혹은 렌즈와 오목거울을 모두 사용한 것도 경통의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천체의 빛을 모으기 위해 대상 물체쪽에 커다란 볼록렌즈를 사용하는 형태의 경통을 가진 것이 굴절망원경이다. 이 커다란 렌즈를 대물렌즈라고 한다. 대물렌즈가 커지면 그만큼 천체로부터의 빛을 많이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어두운 별까지 볼 수 있다.
대물렌즈의 지름은 '유효구경'이라든가 '구경'이라 부른다. 대물렌즈가 담아져 있는 금속제의 검은 틀을 '렌즈셀'이라고 한다. 셀을 보면 구경의 크기가 D 76㎜라든가 D 100㎜라고 쓰여져 있다. 이같은 구경의 크기는 알파벳의 D로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경의 크기와 함께 f 1,000㎜라든가 f 500㎜라는 숫자가 쓰여 있는데 이것은 대물렌즈의 초점거리를 나타낸다.
초점거리는 소문자 f를 사용해 표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대물렌즈는 확대경처럼 1장의 볼록렌즈가 아니고 볼록렌즈와 오목렌즈가 2, 3장 조를 짜서 셀에 들어 있다. 물론 전체적으로는 1장의 볼록렌즈와 동일하게 빛을 모은다. 일부러 2, 3장의 렌즈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렌즈의 수차를 제거하며 빛을 가능한 정밀하게 모일 수 있도록 대물렌즈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이 설계의 차이에 따라 동일한 구경이나 초점거리의 대물렌즈라도 성능에 차이가 있다.
플루라이트 혹은 ED라고 불리는 대물렌즈가 붙은 망원경은 아크로매틱이라고 하는 렌즈가 붙은 것보다 선명하게 천체를 볼 수 있다. 특히 고배율로 관측할 때나 사진촬영을 할 때는 성능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어쨌든 여기에서는 "경통의 한 종류로서 굴절망원경이 있고, 그 대물렌즈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라고 하는 것만 알면 충분하다. 굴절망원경의 사용방법이나 관측방법은 나중에 배우기로 한다.
색수차를 제거하고 빛을 모으는 역할을 오목거울에 시킨 것이 반사망원경이다. 반사망원경의 경통 앞에서 속을 들여다 보면 통의 뒤쪽으로 커다란 오목거울을 볼 수 있다. 이 오목거울을 '반사경' 또는 '주경'이라고 한다. 주경의 지름도 대물렌즈와 같이 구경이라고 한다. 반사망원경은 주경을 보호하는 셀이 경통 안쪽 깊숙이 들어 있어 보기 어렵기 때문에 경통 바깥의 이름표에 명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역시 구경은 D, 초점거리는 f로 한다.
반사망원경의 그림을 보면 경통의 입구 근처에 3, 4개의 방사모양의 막대기가 붙은 작은 부품이 있다. 그 부품에는 45º로 기울어진 작은 평면거울이 붙어 있다. 이 평면거울을 '사경'이라 한다.
이와 같은 45º의 사경을 사용하여 빛을 직각으로 꺽어 경통의 옆쪽에서 관측하는 형식의 반사망원경을 발명자인 물리학자 뉴턴의 이름을 기념해 '뉴턴식 반사망원경'이라 부른다. 이 뉴턴식이 가장 일반적으로 입수할수 있는 반사망원경이며 아마추어가 일반적으로 자작하는 천체망원경이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반사광학계를 이용한 반사망원경이 있지만 어쨌든 여기에서는 "굴절망원경 이외에 빛을 모으는데 오목거울을 사용하는 반사망원경이 있고 그중에서도 45º사경을 사용한 뉴턴식 반사망원경이 주류"라는 것을 알아두면 충분하다.
슈미트 - 카세그레인이라는 웬지 어려운 것 같은 이름의 망원경이 있다. 그렇지만 당황할 필요는 전혀 없다. 외관은 그림처럼 상당히 땅달막 하다. 이 천체망원경은 천체로부터의 빛을 모으는데 렌즈와 반사경의 양쪽을 모두 사용하는 반사굴절망원경의 대표선수다.
먼저 구조를 살펴 보자. 경통의 궁둥이 쪽에 주경이 있고 그 주경의 중앙에 구멍이 뚫어져 있다. 뉴턴식 반사망원경에는 사경을 사용하여 경통의 측면으로 초점을 끌어냈지만 이 슈미트 - 카세그레인식 망원경에서는 부경이라고 불리우는 볼록거울을 사용해 주경의 안쪽으로 초점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경통의 입구 중앙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부경이다.
처음에 슈미트 - 카세그레인식 망원경은 렌즈와 반사경을 양쪽 다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 렌즈에 해당되는 부분이 경통입구에 있는 커다랗고 얇은 유리판 같은 것이다. 이 얇은 렌즈의 중심부분에 부경이 붙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이 얇은 유리판과 같은 렌즈를 '슈미트렌즈' 또는 '슈미트 보정판'이라고 한다(보통은 간단히 '보정판'이라고 함). 보정판은 중심부가 볼록렌즈, 주변부가 오목렌즈로 상당히 복잡한 형태를 하고 있다(맨눈으로는 구별이 안된다).
평면형태의 보정판을 사용하지 않고 초생달처럼 오목과 볼록형태의 보정판을 사용한 막스토브식 천체망원경이라는 것도 있다. 어느쪽이든 간에 경통이 작은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굴절망원경이나 뉴턴식 반사망원경의 경통길이는 초점길이와 같은 정도이지만 반사굴절식은 경통이 초점거리의 1/4~1/5밖에 안된다.
여기서는 "경통에는 여러가지가 있다"라는 것을 알면 충분하다. 그다지 렌즈나 반사경의 성능을 모르더라도 일단은 망원경을 사용해 천체를 볼 수 있으니까 안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