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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섬은 경기도 하남시 당정동에 있는 작은 모래섬이다. 1995년 사라지기 전에는 동서로 2.3km, 남북으로 1.25km 크기였지만 다시 만들어진 현재는 이보다 더 작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섬이 사라질 정도로 모래를 파냈지만 강물은 여전히 모래를 옮겨왔고, 결국 사라진 섬을 다시 만들어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뒤부터 이곳은 버드나무 군락지가 됐다.

이 섬을 찾는 동물 종 수는 서울에서 30km 떨어진 곳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서정화 야생조류 교육센터 그린새 대표가 1989년부터 관찰,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텃새 34종, 여름철새 39종, 겨울철새 61종, 나그네새 76종 등 우리나라에 기록된 조류 450종 중 210종이 당정섬 일대에서 관찰됐다. 황새나 먹황새, 혹고니,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와 같은 희귀 조류만 40여 종이 넘는다. 서 대표는 “모래가 퇴적될 정도로 물살이 약한 데다, 수심이 얕아 식물성 먹이인 물이끼류가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곳을 찾는 철새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천연기념물 201-2호인 큰고니다. 큰고니는 러시아 캄차카 반도 부근에서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되면 추위를 피해 우리나라 동해안과 남해안 일대를 찾는다. 낙동강 하구에서는 큰고니 먹이주기 행사가 있을 정도로 많이 찾지만 한반도 중앙부분인 한강 유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당정섬에 큰고니가 찾아오기 시작한 것은 1986년. 그 뒤 2000년에 100여 마리로 수가 급작하게 늘어 현재는 200마리가 넘는다. 12월 초순에는 이미 180여 마리가 당정섬에 도착했다. 개체 수가 많아져 무리 중 일부는 당정섬을 떠나 남한강 유역인 충주에서 겨울을 나기도 한다.






눈처럼 하얀 큰고니도 당정섬의 자랑이지만 이곳을 매년 찾는 귀한 손님이 또 있다. 바로 천연기념물 제243-3, 4호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종인 ‘흰꼬리수리’와 ‘참수리’다. 특히 참수리는 작년 우리나라를 찾는 개체가 7마리밖에 안될 정도로 귀한 새다. 이 중 5마리가 당정섬에서 관찰됐다. 참수리가 당정섬을 처음 찾은 것은 2003년. 서 대표는 당시 1년생 어린 새 두 마리가 당정섬을 찾았다고 회상했다. 완전히 자랄 때까지 4년이 걸리는 참수리는 깃털 색으로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서 대표는 “성장 속도에 맞춰 깃털 색이 바뀌는 것으로 미루어 같은 새가 찾아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참수리가 어렸을 적부터 관찰해온 서 대표는 참수리를 보는 시선이 남다르다. 암컷과 수컷을 덩치로 구분할 수 있는데, 매년 찾아오는 참수리 중 한 쌍이 항상 붙어 다닌다는 것을 발견한 뒤로는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낸 이들 한 쌍은 여름이 되어 러시아로 돌아가 새로운 가족을 만들 것이다. 실제로 2009년 이후로 어른 새와 어린 새가 동시에 찾아오고 있다. 2010년에는 어른 새 3마리와 어린 새 1마리가, 지난해에는 어른 새 5마리가 찾아왔다. 올해도 이미 한 마리가 도착했다.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은 당정섬의 생태 보호 중요성을 깨닫고 지난해에 멸종위기종 조사·보호 사업의 일환으로 참수리와 흰꼬리수리의 먹이를 주는 사업인 ‘수리수리’를 추진했다. 지난해 예비조사를 마쳤고 올해 본 사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당정섬이 수리의 보금자리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기 위한 사업이다.

창공을 나는 거대한 수리를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 가까이에서 볼 날이 올까. 퍼내도 마르지 않는 화수분 같은 당정섬에서 그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2013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오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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