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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맛 초콜릿

너무 귀해 화폐로까지 쓰인 카카오 콩


초콜릿


달콤함으로 유혹하고 쌉싸래한 끝맛으로 왠지 여운을 남기는 초콜릿. 달콤함 속에 감춰진 초콜릿의 모습을 지상에 스케치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도 발렌타인데이를 즈음해 사랑을 전하고 싶어하는 청춘남녀의 마음이 진한 초콜릿 향에 실리고 있다. 물론 발렌타인데이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초콜릿 상술에 가려진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작은 초콜릿 하나로 감미로운 사랑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면….

초콜릿을 먹어 본 사람들은 대개 그 맛을 쉽게 잊지 못한다. 달콤함 속에 부드러움을 숨기고, 독특한 향으로 재회를 기약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초콜릿의 맛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우리가 먹는 초콜릿에는 여러 가지 물질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즉 달콤함은 설탕에서, 부드러움은 분유에서, 독특한 향은 카카오 열매를 볶는 과정에서 얻어진다. 우리가 흔히 밀크초콜릿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분유가 많이 포함돼 부드러움이 강조된 것이다.

당뇨병 친구, 비만엔 적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저혈당 쇼크로 쓰러진 경우 초콜릿을 먹이라는 말이 있다. 실은 초콜릿뿐만 아니라 설탕물이나 사탕을 먹여도 된다. 왜냐하면 저혈당으로 쓰러진 사람에게는 빨리 당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초콜릿에 당이 많이 들어있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초콜릿의 반은 당으로 이뤄져 있다. 즉 다른 식품에 비해 당의 함량이 많다. 이는 설탕이 주원료인 탓도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은 성분은 지방이다. 이것으로 알 수 있듯이 초콜릿은 약 1백g당 5백30kcal이상의 열량을 내는 열량식품이다. 예를 들어 5백원짜리 판형 초콜릿 3개를 먹었다면 이는 간단한 아침식사로 얻을 수 있는 열량 정도는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람이 하루 필요로 하는 열량 이외의 초과분은 체지방으로 축적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경계의 대상으로 삼을 만하다.

이에 대해 이만종 박사(롯데그룹 중앙연구소)는 “초콜릿의 30%를 차지하는 지방은 카카오 버터로부터 오지만, 체내 흡수율이 70%이기 때문에 초콜릿이 다른 식품에 비해 특별히 더 비만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원래 지방은 1g당 9kcal의 열량을 내지만 초콜릿의 지방은 6kcal의 열량을 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해랑박사(한국식품위생연구원)는 “제품의 포장지를 보면 초콜릿의 주원료에 백설탕과 전지분유가 카카오 매스, 카카오 버터보다 많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하면서 “카카오 가공품이 가진 열량에 다른 성분의 열량이 더해지므로 비만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설탕을 넣지 않은 초콜릿이 등장한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무설탕 초콜릿이 달콤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무설탕 초콜릿에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을 뿐 유당과 같은 당은 첨가되므로 달콤하다. 또 일반 초콜릿에 비해 열량이 크게 줄어든 것도 아니다.

노화지연 초콜릿?

최근 여러 신문에서는 "노화 지연시키는 초콜릿", "성인병 예방 효과 크다" 등으로 초콜릿 예찬론을 보도한 적이 있다. 이러한 주장은 카카오 콩에 포함된 폴리페놀의 함량이 높다는 연구발표에 근거한 것이다. 폴리페놀은 근래 함량이 높다는 연구발표에 근거한 것이다. 폴리페놀은 근래 항산화물질로 주목받고 있는 성분이다. 이것은 포도주나 녹차를 떫게 하는 주인공이다. 항산화물질은 체내의 신진대사를 방해하는 활성산소의 기능을 억제한다. 이런 물질에는 비타민 C나 비타민 E, 베타카로틴같은 것이 있다. 그런데 초콜릿에는 같은 양의 녹차나 포도주에 들어있는 것보다 많은 양의 폴리페놀이 들어있어서 노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1백g의 초콜릿에 들어있는 폴리페놀의 양이 8백mg인데 비해 포도주에는 1백mg, 녹차에는 60mg이 들어있다. 이것만 놓고 보면 다른 식품에 비해 폴리페놀이 많이 들어있는 초콜릿이 노화를 방지하는 훌륭한 기능성 식품이라고 선전하는 것이 근거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양 역시 초콜릿 전체 양에 비해 매우 적으므로 “초콜릿을 먹으면 노화가 지연된다”로 비약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림1)초콜릿이 만들어지는 과정^카카오 콩이 카카오 가공품으로 만들어져 우리가 먹는 초콜릿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림으로 살펴본다.


초콜릿 속 카페인

초콜릿과 관련해 항상 따라 다니는 질문이 카페인의 함량이다. 중추신경흥분제인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해롭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졸릴 때 커피를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는 것과 같은 것이 카페인 효과다. 이처럼 카페인은 혈관을 확장하고 심장박동수를 증가시키는 것과 같은 생리작용을 일으킨다. 지난 20여년 동안 검토된 카페인의 안정성 여부에 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상적인 사람에게 하루 3백mg 정도의 카페인 섭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것은 커피 3잔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하지만 이 수치는 개인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보통 원두 커피 1잔에 1백mg 이상의 카페인이 들어있으며, 2백50mL의 캔 콜라에도 약 27mg, 그리고 코코아 1잔에는 약 4mg의 카페인이 들어있다(표). 그렇다면 초콜릿은 어느 정도일까. 32g 정도 되는 5백원짜리 판 초콜릿에 포함돼 있는 카페인의 양은 약 20mg. 초콜릿에 들어있는 카페인만이 문제될 것은 없겠지만 콜라, 초콜릿, 코코아를 즐기는 어린이들이 먹게되는 카페인의 양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초콜릿을 입에 달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표)각 식품에 들어있는 카페인양


최음제는 지나친 말

초콜릿이 귀족들과 부유한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최음제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이것은 초콜릿에 들어있는 테오브로민, 카페인과 같은 물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것들은 신경계를 자극하고, 근육을 이완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람이 사랑을 느낄 때 뇌 안에는 다양한 화학물질이 분비된다.

그 중 페닐에틸아민과 엔돌핀이 성적 자극을 일으키는 주된 물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화학물질의 작용만으로 사랑을 이해하려는 것 역시 논란의 소지가 많다. 이에 대해 변재준박사(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는 초콜릿에 포함된 성분이 성적인 자극까지 이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라고 언급한다.

또 우울할 때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도 말한다. 이 역시 초콜릿의 어떤 성분이 기분까지도 바꿔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지나친 의타가 아닐까. 신선한 주스를 마시고 상쾌함을 느끼듯이 달콤한 초콜릿을 먹고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것은 심리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


(그림2)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콩^초콜릿의 원료는 고온다습한 지역에서 자라는 카카오 나무의 열매로부터 얻는다. 카카오 열매 내부에는 섬유질로 둘러싸인 카카오 콩이 자리잡고 있다. 나무에서 떼어낸 열매를 5-9일 정도 방치하면 섬유질과 함께 카카오콩이 발효된다. 초콜릿을 발효 식품이라고 분류할 수 있는 이유다.


달콤한 기호식품

우리나라 한 해 시장규모가 3천4백억원이나 되는 초콜릿. 달콤한 만큼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이지만 초콜릿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그 달콤함이 소중하다. 초콜릿을 먹으면 이가 썩는다고 안 먹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이에 대해 이만종 박사(롯데그룹 중앙연구소)는 “폴리페놀 성분이 플라크의 축적을 막기 때문에 다른 식품보다 초콜릿이 충치를 더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당성분이 반 이상인 초콜릿이 충치의 한 원인이라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른 어떤 것을 먹고도 이를 닦지 않으면 이가 썩는다는 사실이다. 초콜릿보다 충치발생률이 큰 비스켓도 먹지 말아야 할까. 입안에서 사르르 녹으면서 달콤함과 부드러움을 안겨주는 초콜릿. 이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이를 청결히 유지하는데 드는 수고로움 정도는 당연한 것이 아닐까.

초콜릿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기호식품의 하나다. 물론 초콜릿에 관계하는 연구자들은 여러 기능을 갖춘 기호식품으로 개발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다른 식품들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많이 먹어서는 좋을 게 없다. 이 사실을 명심한다면 초콜릿에 대한 지나친 거부감이나 과신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초콜릿은 성형이 자유로워 어떠한 것이라도 그 속에 넣을 수 있고, 다른 것의 속에도 넣을 수 있어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옷을 만들 수도 있다. 사진은 1998년 10월 파리에서 열린 초콜릿을 이용한 패션쇼에 출품된 작품.


초콜렛이 갈색인 이유

초콜릿은 크게 성분상 다크 초콜릿, 밀크초콜릿, 화이트 초콜릿으로 나뉜다. 이것은 카카오 가공품들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가에 따라 다르다. 초콜릿의 기본 재료가 되는 카카오 가공품에는 카카오 매스, 카카오 버터, 카카오 분말이 있다. 우리가 초콜릿 제품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은 이런 카카오 가공품이 20% 이상 포함됐을 때만 해당한다. 그 이하는 가공초콜릿으로 분류된다.

카카오나무의 열매인 카카오 콩은 볶는 과정을 통해 죽상태인 카카오 매스로 만들어진다. 초콜릿이 짙은 갈색을 띠는 이유가 바로 이 카카오 매스의 색깔 때문이다. 카카오매스에서 기름을 추출해 가공한 것이 카카오버터이고, 기름이 빠진 카카오의 찌꺼기를 미세하게 처리한 것이 카카오 분말이다.

이쯤 되면 다크 초콜릿에는 카카오 매스가 많이 들어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다크 초콜릿에는 카카오 매스를 포함한 카카오 가공품이 45%이상, 분유는 5% 이하로 들어있다. 이에 비해 밀크 초콜릿은 카카오 가공품이 20%이상, 분유가 20% 이상 들어있다. 이에 비해 화이트 초콜릿에는 카카오 매스를 넣지 않고 카카오 버터를 20% 이상 사용해 만든다. 화이트 초콜릿이 가능한 이유다.

카카오의 고향은?

초콜릿 하면 왠지 ‘가나 초콜릿’이라는 상품명이 떠오른다. 이때의 ‘가나’는 한 때 초콜릿의 원재료격인 카카오의 최대 생산지였다. 그렇다면 가나가 위치한 아프리카가 초콜릿의 원산지일까. 아니다. 카카오의 원산지는 남미의 아마존강 유역이다. 우리나라에서 초콜릿을 생산한지는 30여년밖에 되지 않지만 인류가 초콜릿의 달콤함을 향유해 온 시간은 4천년이나 된다. 이런 카카오가 남미를 거쳐 유럽에 들어오고 아프리카에서 재배되기까지는 흥미로운 역사가 숨겨져 있다.

카카오를 유럽으로 처음 가져온 사람은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1502년 멕시코의 유카탄반도의 원주민으로부터 빼앗은 카카오 콩을 스페인으로 가져온 것이 그 출발점이다. 하지만 이 당시에는 그리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다 1519년 멕시코 지방을 지배하던 스페인의 페르디난도 코루테스가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카카오 콩의 사용법을 알아 당시의 황제에게 바침으로써 통용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일반인들이 쉽게 카카오 콩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카카오 콩은 귀족사회에서만 통용됐다. 심지어 화폐로까지 사용됐는데, 카카오 콩10알로 토끼 한 마리, 1백알로 노예 한사람을 살 수 있었다.

그 후 카카오 콩이 유럽에 퍼지고, 당시 아프리카에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던 네덜란드나 프랑스가 여기에다 카카오나무를 재배하면서 아프리카가 카카오의 주산지가 됐다. 가나가 초콜릿의 상품명으로까지 알려진 까닭이다. 하지만 가나의 명성도 이제 옛말이다. 현재는 아프리카 지역의 아이보리코스트가 그 명성을 이어받고 있다. 또 근래 카카오나무를 많이 심은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도 카카오의 주산지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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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장경애 기자
  • 사진

    정경택
  • 사진

    GAMMA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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