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붙지 않는 프라이팬의 코팅재료로 유명한 플라스틱 테플론의 구조(일부). 탄소골격(회색공)에 불소(연두색 공)가 결합된 고분자다.]
9월 27일 경북 구미시 산동면에서 발생한 불산가스 누출사고 후유증이 심각하다. 사람이 죽고 반경 700m 이내 숲과 들이 초토화됐다. 불산가스가 뭐기에 이런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을까.
불산 (또는 불화수소산)은 불화수소를 물에 녹인 액체다. 따라서 이번에 누출된 건 엄밀히 말하면 불산가스가 아니라 불화수소가스다. 불화수소는 수소원자 하나와 불소원자 하나가 만나 만들어진 분자 (분자식은 HF)다. 불화수소는 물과 잘 섞이기 때문에 가스를 마시면 기관지와 폐 조직에 금방 흡수돼 불산이 된다.
불산이 우리 몸에는 어떤 작용을 할까. 일부 언론에서는 불산이 황산이나 염산처럼 강산이기 때문에 독성을 띠는 것처럼 설명하지만 사실 불산 자체는 강산이 아니다. 다만 불산 농도가 높아질수록 급속도로 산성이 커진다. 불산이 위험한 건 오히려 산성이 크지 않아 불화수소(HF) 대부분이 불소이온(F-)으로 해리되지 않아 조직에 침투하기 쉽기 때문이다.
불산이 혈액과 조직으로 침투하면 작업을 시작한다. 체내에 들어온 불산의 일부는 수소이온과 불소이온으로 해리하는데 불소이온이 체내 칼슘이온(Ca2+)이나 마그네슘이온(Mg2+)을 만나 불용성 염을 만든다.
칼슘이온과 불소이온이 만나 만든 염의 화학식은 CaF2, 바로 형석이다. 결국 우리 몸 안에 미세한 돌가루가 쌓이는 셈이다. 불소이온이 뼈에 도달하면 뼈를 이루는 칼슘을 빼낸다. 그 결과 체내 칼슘이온과 마그네슘이온 농도가 떨어지면서 몸에 이상이 생긴다. 특히 칼슘이온이 결핍되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진다. 칼슘이온은 다양한 생체신호를 전달하는 고리이기 때문이다. 또 혈액 내 칼슘이온 농도는 신경세포의 활동에 영향을 준다. 칼슘이온이 극단적으로 떨어지면 호흡근육이 굳어져 질식사한다.
이처럼 불소는 절대 우리 몸에 들어와서는 안 되는 원소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 몸에는 불소이온 또는 그 염의 형태로 불소가 꽤 존재한다. 혈액의 불소 농도는 0.5ppm(1ppm은 100만 분의 1) 정도이고 연조직은 0.05ppm 정도 된다. 뼈에는 무려 200~1200ppm. 우리 몸의 불소를 다 합치면 3~6g이나 된다.
이게 웬일인가 싶겠지만 우리 몸이 건강하려면 소량의 불소가 있어야 한다. 즉 불소의 독성은 불소 자체의 특성이 아니라 불소가 과잉으로 몸에 들어왔을 때 일어난다.
그런데 우리 몸은 왜 불소가 필요할까. 우리 몸에 있는 불소 대부분은 뼈와 이에 들어있다. 뼈는 무기질 성분이 45% 정도인데 무기질의 주성분은 칼슘과 인산으로 이루어진 염(인산칼슘)이다. 불소가 섞여 들어가면 인산칼슘 일부를 불화인회석(fluoroapatite)로 바꿔 뼈가 튼튼해진다. 수돗물에 불소처리를 하고 치약에 불소를 넣는 이유다.
식품에서 섭취하는 불소의 양은 하루 0.3~3mg 정도다. 거의 모든 식품에 조금씩 들어있는데 특히 고등어(27ppm)와 야채(건조중량 기준 3~20ppm)에 풍부하다. 불소를 전혀 섭취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실험동물에게 불소를 완전히 제거한 사료를 먹이자 제대로 자라지 못했고 빈혈과 불임이 됐다고 한다. 역시 중요한 건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