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신문에 이런 기사가? 만우절 ‘뻥’ 같은 진짜 기술 3

◇ 보통난이도 |  만우절

 

 

‘이런, 버거킹의 새로운 고기 없는 ‘임파서블 와퍼’는 만우절 장난이 아니었다
(No, Burger King’s New Meatless ‘Impossible Whopper’ Is Not an April Fools’ Prank)’.

2019년 4월 1일 미 경제전문지 ‘포천’은 이런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버거킹이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든 소고기 맛 패티를 넣은 ‘임파서블 와퍼’를 출시했다는, 식물성 재료로 고기 맛을 냈다는 만우절 거짓말 같은 뉴스가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 과학동아도 준비했다. 만우절 맞이, 거짓말 같은 진짜 기술. 

 

“손바닥 생체인증 기술 개발…해킹 불가”

 

손바닥만 대면 ‘딩동, 본인입니다’
지문, 홍채보다 정확해
ETRI 생체인식 기술 개발
97.16% 정확도로 개인 식별

 

스마트폰에서 간단한 지문인식으로 통장을 개설하고, 계좌의 돈을 이체하고, 대출까지 가능한 시대가 됐다. 지문이 개인을 구별할 수 있는 고유한 생체정보이기 때문이다. 


지문인식은 지문을 인식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현재 스마트폰에는 지문 굴곡에 따른 정전용량의 차이를 측정하는 정전식이 가장 널리 쓰인다. 홈버튼이 없는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디스플레이 안에 지문인식 센서를 탑재하기 어려워 광원이나 초음파를 쏴 반사된 빛의 음영으로 지문을 인식하는 광학식과 초음파식도 쓰이고 있다.


하지만 광학식이나 초음파식은 마치 지문을 촬영하듯 지문의 이미지를 인식하는 방식이어서 복제의 위험이 있다. 습도가 높거나 빛의 노출이 심할 때는 지문 인식률이 떨어지는 한계도 있다.


지난해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인 더버지는 와인잔에 찍힌 지문을 3D 프린터로 인쇄한 뒤 세 차례 시도 만에 삼성 갤럭시 S10의 지문인식을 뚫었다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지문인식과 함께 대표적인 생체인식 정보로 사용되는 홍채도 보안에는 취약한 점이 있다. 홍채는 사람마다 모양과 색깔이 달라 개인을 구별하는 생체정보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한 홍채 이미지만 확보하면 해킹이 가능하다는 게 2017년 5월 독일의 해커단체 ‘카오스컴퓨터클럽’에 의해 밝혀졌다. 당시 이들은 홍채 이미지를 인쇄한 뒤 콘택트렌즈에 붙여 가짜 눈을 만들었고 생체인증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100% 절대 복제 불가능한 생체인식 기술은 없을까. 안창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팀은 손바닥만 갖다 대면 개인을 구별할 수 있고, 복제도 절대 안 되는 생체인식 기술을 개발해 2019년 10월 국제학술지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트랜잭션스 온 사이버네틱스’에 발표했다. doi: 10.1109/TCYB.2019.2941281 


핵심은 인체에서 만들어지는 생체음향 주파수(bioacoustic frequency)다. 사람마다 몸속에 뼈와 근육의 위치가 다르고,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체내 세포와 조직의 구성성분이 다르다.


안 책임연구원은 “인체에 특정 주파수의 진동을 가하면 몸속에서 뼈, 근육, 지방 등을 통과하면서 파동이 바뀌는데, 이를 생체음향이라고 한다”며 “사람마다 체내 구성이 다른 만큼 생체음향이 모두 달라 생체인증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생체인증 장치는 손바닥을 쫙 펴서 갖다 대기만 하면 된다. 손목 부위에 위치한 진동자가 소리(진동)를 만들어 내면 손바닥에서부터 손가락 끝까지 진동이 전달되고, 이때 손가락 끝에서 만들어진 생체음향을 측정한다. 

 


다섯 개 손가락 끝 부분에는 각각 마이크가 달려있어 생체음향을 측정한 뒤 이를 전기신호로 바꾸고, 이 전기신호가 개인의 고유 식별 데이터가 된다. 안 책임연구원은 “소리라는 자극을 준 뒤 몸에서 전달되면서 생기는 소리의 변화를 측정한다는 점에서는 병원의 초음파 검사와 원리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5만6000여 건의 생체음향 정보를 입력해 딥러닝으로 학습시켰고, 이후 41명을 대상으로 생체음향 인증 방식을 테스트한 결과 97.16%의 정확도로 개인을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안 책임연구원은 “현재 이 장치를 손목시계 형태로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손목에 시계를 차고 있는 것만으로 쉽게 본인을 인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VR 게임 하듯 정신질환 치료”

 

국내 최초 VR 치료 도입
사회불안장애는 약물보다 효과↑
셀프 트레이닝 프로그램 개발 中

 

가상현실(VR)로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김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알코올중독, 사회불안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VR 치료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VR 치료 프로그램은 환자를 가상현실로 만든 특정 상황에 놓이게 해 왜곡된 사고와 행동을 교정한다. 환자에게 공포스러운 상황을 가상현실로 계속 맞닥뜨리게 해 뇌의 공포 중추 활성을 점차 줄이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같은 상황에서 공포심을 갖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2014년 미국 에모리대 의대 연구팀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은 군인들의 치료에 VR 치료 프로그램인 ‘버추얼 이라크(Virtual Iraq)’를 사용했다. 156명을 대상으로 VR 치료를 진행한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가 급감하는 등 효과를 보였다. doi: 10.1176/appi.ajp.2014.13121625


김 교수는 2003년 조현병 환자 치료에 국내 최초로 VR을 도입했다. 2017년부터는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사회불안장애 환자들을 위한 VR 치료 프로그램인 ‘비피어리스(BeFearless)’를 개발해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비피어리스 프로그램은 환자가 10회가량의 치료 프로그램을 따라가면서 여러 상황을 훈련하도록 설계됐다. 가령 사회불안장애 환자라면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상황이, 알코올 중독자라면 누군가 술을 권하는 상황이 주어진다.  


현재 VR 치료 프로그램은 기존 약물치료의 효과를 높이는 보조 치료로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사회불안장애 환자의 경우에는 VR 치료가 약물치료보다 효과가 더 좋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사회불안장애 환자는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회피한다”며 “항불안제나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등의 약물치료를 하는데, 환자들이 약을 먹는 행위 자체를 불안해하거나 힘들게 약물치료를 시작해도 항불안제 약물을 남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VR 치료 프로그램은 환자에게 특정 상황을 경험하게 한 뒤 자신의 의지로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을 훈련하도록 돕는다. 이런 면에서는 약효가 지속되는 동안만 유효한 약물치료보다는 VR 치료가 좀 더 근본적인 치료법으로 여겨진다.


김 교수는 “VR 치료는 HMD(Head Mounted Display) 같은 머리에 착용하는 장비만 있으면 병원에 오지 않고 집에서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환자들이 집에서 스스로 훈련할 수 있는 셀프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외선만 비추면 시험지에 정답 표시”

 

백지 형사사건부에 글씨 나타나
위조지폐 판별 기술 활용
죄목과 담당검사, 이름까지 복원
휘발, 탈색 문서에 효과 탁월

 

시험지를 받아 들었는데 종이에서 스르륵 정답이 나타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상상이다. 그런데 실제로 백지에서 글씨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 등장했다.


공공기록물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국가기록원에는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해 항일운동의 역사를 담은 문서까지 중요기록물 약 1만1380권이 보관돼 있다. 이런 기록물들이 훼손되지 않고 온전한 상태로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다사다난했던 한국의 역사만큼 많은 기록물이 화재나 침수로 소실됐고, 종이 재질이나 보관방법에 따라 잉크가 증발한 기록물도 있다. 특히 팩시밀리용 종이 같은 감열지 재질의 종이에 적힌 글씨는 5년 이내에 날아가 대부분 기록이 사라지고 없다.

 


국가기록원 복원관리과 연구팀은 이미지 비교감식기(VSC)를 이용해 휘발되거나 탈색돼 내용을 읽을 수 없는 국가기록물 528점을 2019년 4월부터 8개월에 걸쳐 복원했다. 이를 통해 그간 내용을 파악할 수 없었던 형사사건부 문서 153장과 감사원 문서 375장이 되살아났다. 


연구팀이 복원한 형사사건부 문서는 조선총독부 시기(1910~1945년)에 만들어진 문서다. 당시 재판에서 형사사건으로 넘어간 내용을 담고 있는 문서 안에는 죄명과 담당검사, 피고인과 피의자의 이름 등이 담겨있었다. 


가령 한 문서는 1944년 3월 3일에 접수된 사건 집행번호 525, 526 재판 기록으로 확인됐다. 사건분류와 구체적인 죄목의 경우에는 필기체로 작성돼있어 추가로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복원에 사용된 이미지 비교감식기가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민간은행에서 문서를 감정하거나 위조지폐를 판별하기 위해 이미 사용 중인 기술이다. 그러나 손상된 고문서를 복원하는 데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빛이 물체에 닿으면 표면에서 반사되거나 흡수된다. 흡수되는 빛의 양은 물체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잉크라면 농도가 높을수록 빛을 더 많이 흡수한다. 이미지 비교감식기는 빛의 이런 특성을 이용한다.


종이에 빛을 쏘면 필기구의 종류나 종이 재질에 따라 각각 빛이 반사되는 정도가 다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두 문서의 작성 시기나 문서에 사용된 필기구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미지 비교감식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시간이 지나서 잉크가 휘발되거나 문서가 침수되더라도 잉크의 일부가 종이에 남아 있어 특정 파장에 반응한다는 점을 이용했다. 잉크에 사용되는 안료와 염료는 각 성분의 화학적 조성에 따라 빛을 반사하거나 흡수하는 성질이 다르다.


연구팀은 다양한 광원을 쬐며 문서별로 가장 가독성이 높은 최적의 파장을 찾아냈다. 가령 이번에 복원한 형사사건부 문서의 경우 적외선에 해당하는 780nm(나노미터·1nm은 10억분의 1m) 파장에서 글씨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허인영 국가기록원 복원관리과 주무관은 “종이 재질 상 휘발, 탈색이 빨리 진행될 우려가 있는 1960~1970년대 문서를 우선 복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애 기자 기자

🎓️ 진로 추천

  • 컴퓨터공학
  • 정보·통신공학
  • 문헌정보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