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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산업혁명이 불붙기 시작했다

노사분규이후 가속된 공장자동화 실태

생산성 향상의 수단, 저임금시대의 탈피를 위한 도구로 각광받고 있는 공장자동화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나.

1920년 체코의 희곡작가 '칼 차팩'은 처음으로 '로봇'이란 표현을 썼다. 그의 희곡에 등장하는 로봇은 요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매칸도'나'피노키오'와 같이 좋은 일만을 골라하는 정의의 사자가 아니다. 인간의 신성한 노동을 빼앗고 인간을 살육하는 공포의 괴물로 묘사된다.
 

그러나 요즈음 TV 신문 잡지 등 각종 매스컴의 광고에 나타나는 로봇은 인간의 충직한 하수인으로, 어린이의 다정한 벗으로 둔갑하였다. 얼마전에 대상을 받은 어느 광고 문안은 이렇게 시작한다. '로봇과 나는 다섯살 동갑내기. 오늘은 같이 생일을 축하하는 날.' 물론 여기에는 귀여운 어린이와 같이 생일케이크에 촛불을 밝히는 로봇의 사진이 곁들여져있다.
 

웬만한 첨단제품 전시장에 가도 로봇은 약방의 감초다. 로봇이 전시물이 아니더라도 제품 설명을 담당하는 보조 안내원 역할을 한다. 어린이 장난감으로 로봇을 빼면 남는 것이 없을 정도다. 조립식로봇 변신로봇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다. 스스로 움직이고 광선총을 발사하는 깜짝깜짝 놀랄만한 행동을 한다. 로봇이 우리 생활 곳곳에 자리잡아 나간다는 것은 그만큼 로봇의 활용이 가까와졌다는 증거이다.

 

노사분규가 불붙인 FA열기
 

로봇으로 대표되는 공장자동화(FA)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올 여름 전국을 강타했던 대규모 노사분규를 치른 우리나라 기업들은 생산성향상의 한 방법으로서 FA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노동집약적 산업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선언한다. 단위시간 당 생산량을 증가시키고, 불량률을 낮추고, 품질을 균일화해 생산원가를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FA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80년대 초반부터 FA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속적 연구 및 기술지도를 해왔던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86년에 1백50건에 불과했던 기술상담이 올 10월말 현재 4백50건에 이르고 기술지도 회사수도 86년 40개사에서 올해는 90개사를 넘어설 전망이라는 것. 기업체 기술관리직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FA교육도 올 상반기에는 주당 30명선이었던 것이 대규모 노사분규를 거친 하반기에는 주당 1백20명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는 70년대까지만 해도 노동집약적산업이 주종을 이루었다. 그러나 일본이 전자 자동차 반도체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미국과 구미선진국들은 대일산업전략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우리나라를 비롯 극동의 신흥공업국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세우기 시작했다. 즉 국내에 대규모 수출을 목표로 한 대량생산체제가 확립된 것이다.
 

국내 업계에서 대규모 생산체제가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가전산업과 자동차산업. 컬러TV만 해도 가전 3사가 연간 수백만대씩의 대량 생산라인을 가동시키고 있고 자동차 3사도 승용차 생산라인을 매년 증설하고 있다.
 

이와같은 대량생산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제조장비 및 생산시스팀의 자동화가 필연적이다. 자동화를 통해 생산원가를 낮추고 품질을 안정시킴으로써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FA는 로봇'이라는 도식이 쉽게 생각되고 사람이 없는 무인공장을 연상하는데, 실제 FA내용은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로봇은 자동화설비의 대표적인 기기인 것만은 분명하나 로봇을 도입했다고 해서 자동화되고 생산성이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자동화설비는 대체적으로 로봇, CNC(컴퓨터 수치제어기기 : Computer Numerical Controller), 무인운반차, 자동창고, 라인자동화의 주요설비인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등과 이를 총괄적으로 컨트롤하는 공장제어 시스팀으로 구성된다.
 

또한 이러한 전체시스팀이 처음부터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별 실정에 맞는 적정한 자동화 단계를 거치고 많은 경험과 기술축적을 충분히 한 다음에 더 높은 단계로 진행된다. 이러한 단계별 실시가 정상적인 FA의 과정이다. 물론 처음부터 새로운 공장을 세울 때는 CIM(Computer Integrated Manufaturing)시스팀을 도입할 수도 있겠으나 이는 예외적인 경우이다.
 

(그림1) 자동화율과 생산단가

 

최적의 자동화율
 

자동화를 단계를 거쳐서 수행해야 한다는 논의는 생산성과의 관계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자동화설비는 일반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고려된다. 그러나 자동화설비가 항상 생산성과 정비례 관계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자동화설비에 들어간 자본투자비용은 생산단가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즉 자동화율이 진전될수록 제품의 제작단가는 떨어지지만 생산단가(제작단가+시설단가)는 점점 상승된다(그림 1).
 

물론 이는 제품의 특성에 따라 다른 문제이기는 하나 임금부담 및 축적된 기술수준에 따라 적정한 자동화 정도를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좀더 확대해서 해석한다면 자동화설비를 하기 어려운 제품이거나, 새로운 설비로 대체하는데 너무 많은 자본이 소요되거나, 기술축적이 미흡해 도입된 설비를 소화해 운용할 능력이 없다면, 자동화설비 이후의 생산성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자동화단계를 4단계 내지 6단계로 구분하지만 여기서는 4단계로 나누어 살펴보자.
 

1단계는 단위기계의 일부 자동화로 유압 공압 전기기구를 이용한 간이자동화단계로 간단한 순차제어방식을 이용한 자동화도 여기에 포함된다. 2단계는 NC공작기계를 비롯 자동조립기 부품삽입기 자동납땜기 자동포장기 등이 도입되는 단위기계의 완전자동화단계를 의미한다.
 

3단계는 생산라인을 자동화하는 것으로 조립라인을 자동화하고 로봇을 이용, 용접 조립 등을 하는 단계이다. 요사이 유행하는 CAD/CAM(컴퓨터를 이용한 설계 및 생산)시스팀의 도입도 이 단계에 포함된다. 마지막 4단계는 공장전체의 자동화를 의미하는데, 자재수급 및 재고조절을 할 수 있는 자동창고시스팀의 도입과 각 자동화 부분설비를 일괄적으로 제어하는 CIM시스팀이 도입된다.
 

특히 마지막 4단계에서 특기할만한 것은 FMS(Flexible Manufaturing System)가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다목적생산시스팀 또는 유연제조시스팀이라 불리는 FMS는 균일한 제품을 대량생산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한 생산라인에서 프로그램만 변화시켜 모양이 다른 또는 성능이 약간씩 다른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즉 다품종소량생산체제를 갖춘다는 의미이다.
 

원래 자동화는 낮은 원가와 높은 품질을 달성하기 위해 유연성을 희생하는 고정자동화를 의미했다. 즉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곳에서나 자동화가 가능했으나 FMS의 등장으로 다품종소량생산체제 하에서도 유연성을 희생시키지 않고 고정자동화가 누리는 효율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자동차 자체 조립라인에 투입된 로봇

 

아직은 대부분 간이자동화 단계
 

한국생산성본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86년 말까지 국내 기업 중 2천54개사가 FA를 도입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 기업중 64%가 1단계 수준이며 30%가 2단계 수준인 것으로 판명됐다. 3단계는 4%, 5단계는 2%에 불과하다. 결국 국내의 전반적 FA 수준은 간이자동화 단계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업종별로 살펴보면 1,2단계에 상대적으로 치우쳐 있는 부분이 섬유 금속 운수장비 식료품 등이며 비교적 FA수준이 높은 업종은 전기전자 기계의료광학 섬유화학고무 등이다.
 

공장자동화 기술은 최첨단분야인 컴퓨터 통신 반도체기술과 기계기술이 종합된 분야로서 높은 생산성을 가진다. 이 때문에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신뢰성이 높아야 하고, 과거의 생산기술의 경험적 축적 아래 고도의 시스팀설계기술이 접목되지 않으면 좋은 효과를 얻지 못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아직은 간이자동화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현시점에서 이에대한 욕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노사분규에 따른 고임금화를 예견하고 원가상승 부담을 덜어보겠다는 실리적 판단에서부터 생산공정의 자동화만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유일한 출구이며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필연적인 시대적 흐름이라는 대세판단론에 이르기까지, FA에 모아지는 관심은 하루가 다르게 증폭되고 있다.
 

이에따라 자동화설비 생산업체도 자체 기술개발과 새로운 기술도입으로 날로 증대해가는 수요에 대처하고 있다.
 

로봇산업은 기술집약적인 고부가가치산업으로 70년대 후반부터 급속히 성장, 세계 총생산량이 10만대를 넘어섰다. 이를 주도하는 나라는 일본(40%)이며, 이뒤를 미국(33%)과 유럽(27%)이 쫓고 있다.
 

국내의 로봇은 85년까지 2백35대가 설치되었으나 작년에는 4백30대로 늘어났고 올해는 연말까지 6백여대가 설치될 전망. 작년까지 국내에 보급된 로봇중 60% 이상이 일본에서 수입되었고 나머지도 기계부만 국산화된 제품이거나 조립만 국내에서 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국내에서 최초로 로봇을 개발한 곳은 한국과학기술원 정밀기계기술센터로 79년 RTO자동조절장치(4차유도 원통좌표계형 물품이송적재용)를 비롯 3축서보 PTP컨트롤러를 개발함으로써 로봇국산화의 시금석을 마련했다.
 

이후 정부가 국가특정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산업용로봇 기술개발에 착수함으로써 일부 기업체가 이에 가세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었다. 84년 대우중공업은 국내 최초의 다관절형 로봇인 NOVA-10을 제작하는데 성공하였고 삼성항공도 '와이즈맨' 로봇을 자체 개발해 카메라 부품 생산라인에 투입하였다. 이 결과 수작업보다 10~20%정도의 생산성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금성산전이 사출기의 취출용 간이로봇의 개발을 마쳤고 지금까지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 조립 생산만 했던 현대중공업도 자동차분에에서 로봇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최근 로봇 전용 생산공장을 설립, 로봇 생산에 본격 참여할 계획이다.
 

선진 공업국이 70년대를 전후로 산업용 로봇을 개발하기 시작, 80년대는 성숙기, 90년대는 보급 및 확대발전기의 추세로 나가고 있는 반면에 국내에서는 80년대부터 개발과 시작(試作)단계, 생산현장에서의 응용과 보급단계를 동시에 밟아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에서 로봇 활용이 가장 활발한 분야로는 자동차산업이 56%(2백 40여대), 전기전자산업이 30%(1백30여대)를 차지하고 있다. 활용내용은 대부분 용접 도장 운반 조립 등이다.
 

현재 국내업계의 로봇개발 수준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일본 미국 등 선진국과 격차가 심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내지 못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규모의 확대에 따른 엄청난 연구개발비 투자로 격차는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조립라인에 설치된 자동화설비들

 

수요에 따른 R&D 투자 확대
 

FA 핵심설비 중의 하나는 PLC. 제조공장의 생산라인에 부착돼 프로그램에 의한 순차제어 시간제어 계수기 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한다. 특히 앞으로의 다품종소량생산체제에서는 PLC의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갈 전망이다.
 

우리나라 PLC산업은 아직 미국이나 일본에서 설계기술을 들여와 소형모델을 제작하는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국내 업계의 대부분이 라인자동화단계의 진입시기에 들어와 있고 기술축적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기 때문에 최근에 들어와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PLC 수입금지조치'나 '수입선다변화 조치'등으로 그동안 국내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일본산 소형 PLC가 규제 대상이 돼, 국내업체들의 국산화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앞으로 2~3년간 매년 1백% 성장이 예상된다.
 

또한 그동안 소형 PLC 위주의 수요가 대기업의 활발한 FA 설비투자로 중형 및 대형의 PLC 수요로 탈바꿈하고 있다.
 

올해 1천억원 시장규모로 작년 대비 70% 성장이 예상되는 CNC(컴퓨터수치제어기)시장도 FA설비의 주요 부분. 자동반 밀링 머시닝센터가 주종을 이룬다.
 

60년대 선진국들은 선반에 NC기능을 내장, 공작기계의 고도화 및 정밀화에 기술력을 집중시켰다. 여기에 컴퓨터기능까지 얹어 CNC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낸 것. 이 부분은 전통적인 기계공업 발전수준에 상당부분을 의존하기 때문에 비약적인 발전은 예상되지 않으나, 공장자동화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임을 감안해 집중적인 투자가 요망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자동창고시스팀은 재래식 창고와 비교해 인원면에서 약 70% 이상의 성력화(省力化)가 가능하고 소요부지는 절반가량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1일 단위로 자재파악 재고파악기 가능해 생산합리화에 필수적 설비이다. 다만 자동창고시스팀은 여타 부분의 자동화가 어느 정도 진전된 후라야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간이자동화 단계에 머물고 있는 국내에서는 수요처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자동화단계가 진행되면 이에 대한 수요는 자연적으로 증가될 전망이다.
 

자동화창고시스팀 설계회사들은 미래를 대비해 컴퓨터를 비롯 각종 소요부품들을 시스팀규모에 따라 구성시켜주는 이른바 컨설팅역할에서 설치에 이르기까지 일괄적으로 행해주는 형식으로 사업을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자동화의 최종단계는 각 부분설비들을 체계적으로 통합, 자동제어하는 시스팀설비를 갖추는 것이다. 국내의 자동화설비업체들은 지금까지 현장기기 생산에 머물러 있었으나, FA 확산 추세에 따라 이들 부분설비들을 시스팀화해서 판매하는 자동화엔지니어링서비스 사업에 앞다투어 진출하고 있다.
 

금성산전은 자체 그룹사에서 생산하고 있는 현장기기들을 활용한 자동화시스팀 사업에 나서고 있고, 로봇생산에 선두를 달렸던 대우중공업도 FA 전문공장과 메카트로닉스 연구소 설립을 계기로 산업별 FA시스팀 모델시설을 갖추고 다양한 제조업체의 자동화 수주를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항공도 이제까지의 단품 생산 위주에서 벗어나 부품설비를 현장에 적용하는 현장응용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이밖에도 현대중공업 효성중공업 등도 로봇 및 NC공작기계 등 기계 위주의 생산을 탈피, 자동화사업본부를 설치하고 각종 설비의 시스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전 사원의 참여가 전제돼야
 

자동화를 하는데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는 현재 가지고 있는 설비에 대한 철저한 연구다. 또한 제품이 어떤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가, 부분 공정에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를 밝히는 공정연구도 뒤따라야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생산공장의 설비 종합가동률은 50% 내외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관리 부실에 의한 돌발고장, 준비 조정 체크에서 오는 시간손실, 공정연구의 부실에 의한 속도손실, 설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데서 오는 품질불량 등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값비싼 FA 설비 및 시스팀을 도입한다고 해도 생산성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설비 및 공정연구는 제품의 생산에 참여하는 전사원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으면 이룩하기 힘들다. 일부에서는 경영주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톱다운방식에 의거, 기존 기술인력을 무시한 채 자동화설비를 갖추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효율적인 생산성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본의 경우 첫단계에서 공장 전체의 자동화를 이룩하는 마지막 단계까지 보통 30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는 각 단계마다 설비 및 공정연구를 전사원이 참여시행한 후에야 다음 단계의 자동화설비를 들여오기 때문이다. 이 결과 설비종합가동률은 80~85%선에 이른다는 것. 더우기 고용인력의 끊임없는 재배치, 즉 공정연구를 통한 업무의 고급화에 의해 탈락되는 고용인력은 거의 없다.
 

컴퓨터나 로봇만 들여오면 자동으로 생산성이 높아지고 인력절감에 의해 원가가 절감되고 품질이 향상 될 수 있다는 착각과는 거리가 멀다. 경영주는 자동화를 인건비 절감과 비교하는 차원은 넘어서야 한다.
 

또한 자동화를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은 시스팀적 사고이다. 부분능력만 키워봤자 전체 생산성은 향상되지 않는다. 이는 단위 공장에서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예를들어 자동차산업의 경우 대부분의 부품들이 협력업체에서 제공된다. 따라서 본공장만 자동화돼있고 협력업체들의 부품품질은 고르지 못할 때 자동차의 생산성은 높아지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생산이 일본과 엇비슷한 설비를 갖추고도 분당 생산량이 1.5대(일본은 1.8~2.0대)에 그치는 이유는 여기에도 원인이 있다고 한다. 협력업체의 자동화설비는 산업별로 정부차원에서도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FA는 과연 일자리를 빼앗나
 

"H자동차의 경우 일본에서 도입해 쓰고 있는 자동차용접용 로봇이 25명의 용접공이 하던 일을 대신하고 있고 J사의 경우 술상자를 차에 싣고 내리던 공정을 자동화함으로써 6백여명의 임시 일용잡부들이 일자리를 떠나야 했다"
 

실업문제를 다룬 모일간지의 기획기사중 일부이다. '자동화가 진전되면 과연 일자리를 빼앗길 것인가'하는 문제는 어느곳에서나 제기되는 문제이다.
 

실제로 자동화의 과정은 노동이 자본으로 대체되는 과정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노동과 자본의 대체탄력성이다. 즉 임금율이 단위자본비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으면 자동화가 많이 이루어질수록 유리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 자동화가 생산성을 높이지 못할 수도 있다. 대체로 경제발전 수준이 높아지면 한 나라안에서 임금율과 단위자본비의 상대가격이 변하는데 이에따라 적정한 자동화율을 고려해야 한다. 노사관계로인해 골치 아픈 인건비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화를 아무런 판단없이 시행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러한 문제를 떠나서 FA가 진전되면 분명 실업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로봇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FA로 인한 고용문제가 한건도 없다고 알려져 있다. 종신고용제라는 독특한 산업전통이 잉여노동력 재배치를 통해 고용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아시아 생산성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자동화도입 이전의 60% 노동력에 대해 부서배치 전환이 일어났고 배치전환된 노동력 중 20%만이 기존의 지식과 경험을 새로운 부서에서 활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나머지는 재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지 못해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많다.
 

특히 종신고용제라는 전통도 없고 재교육시스팀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FA의 확산추세는 실업문제라는 가장 고약한 사회문제와 정면으로 부딪칠 위험도 있다.
 

물론 낙관론자들은 자동화가 진전되면 사회전체로 보아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 오히려 일자리가 많아진다는 논리를 편다. 또한 단순하고 지리한 일을 기계에 떠맡긴 근로자는 새로운 창조적인 작업에 적극적으로 몰두할 수 있어 고급기능인화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이 타당성을 갖추려면 몇가지 전제돼야 할 것이 있다. 자동화를 인건비절감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협소한 경영주의식의 극복, 전사원이 참여하는 효율적 FA시행, 불가피하게 인원을 감축할 경우 철저한 재교육시스팀의 확보 등이다. 여기에다 '생산성증가에 따른 이익은 근무시간 단축, 혹은 임금인상 등의 형태로 반드시 근로자와 나누어야 하고 새로운 기술도입 이전에 경영진은 노조에 통보해야 한다'는 '기술권리장전'의 기본정신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1987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정경택 기자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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