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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성애증은 무엇일까?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의 주인공 험버트는 중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12살짜리 여자아이인 돌로레스 헤이즈에게 성(性)적으로 집착하게 된다. 제목인 롤리타는 험버트가 돌로레스 헤이즈를 부르는 애칭으로, ‘롤리타 컴플렉스’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1953년 완성됐으나 여러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당한 뒤 1955년에야 출판된 이 소설은 지금까지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성인이 사춘기를 거치기 전인 어린이에게 성적인 흥미를 갖는 증상을 소아성애증이라고 한다. 남자 성인이 어린 여자아이를 좋아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동성 소아성애자나 양성 소아성애자도 있다. 아직까지 소아성애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한, 성인을 좋아하지만 상황에 따라 아동에게 성적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소아성애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소아성애자는 남성이 대부분이지만 여성도 일부 있다. 드러나지 않은 여성 소아성애자가 더 있을 것으로 추측하는 사람도 있다. 성적 도착증이지만, 다른 도착증에 비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나 성매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소아성애자는 다른 강간범과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 심한 경우 납치와 강간, 살해로 이어진다. 20세기 중후반 소아성애자 단체가 “성관계를 자유롭게 맺을 수 있는 나이 제한을 낮추거나 아예 풀어 달라”고 주장한 적이 있지만, 당연히 어느 곳으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했다.




왜 어린 아이와 성행위를 하려고 할까?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동과 성행위를 한다는 생각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하면 혐오스럽게 느끼기 마련이다. 물론 아동성폭력범이 모두 소아성애자인 것은 아니다. 소아성애자는 같은 성인에 대해서는 성적으로 전혀, 혹은 거의 관심이 없다. 하지만, 소아성애 경향이 없는 사람이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를 때도 있다. 이들은 보통 성인을 상대로 성적 욕구를 해결하고 싶어하지만, 상대를
구하지 못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제압하기 더 쉬운 아동으로 대상을 바꾸는 것이다. 윤가현 전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사람들은 대개 어려서부터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남에게 전달하는 의사소통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며 “성장 과정에서 부모나 가족, 친구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사회에서 고립된 상태로 살아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소아성애자가 왜 아동에게 성적 흥분을 느끼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뇌 구조와 소아성애증 사이에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2006년 학술지 ‘생물 심리학’에 실린 논문은 야한 사진을 보여줬을 때 뇌가 활성화되는 양상이 소아성애자와 정상인이 서로 달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독일 마그데부르크대와 독일 베를린의대 등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소아성애증 판정을 받은 환자 13명과 정상인 13명을 대상으로 야한 사진을 보여주면서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를 촬영했다. 환자는 모두 성범죄를 저지른 경력이 있었으며, 대조군은 나이, 교육 수준, 지능 등이 최대한 환자와 비슷한 정상인으로 꾸렸다. 그리고 이들에게 보여준 야한 사진 속 인물은 모두 성인이었다.

그 결과 차이가 드러난 곳은 시상하부, 수도관주위회색질, 배외측전전두엽피질 등이었다. 정상인은 야한 사진을 봤을 때 이들 부위가 활성화됐지만, 소아성애자는 그 정도가 상당히 낮았다. 이 결과는 소아성애자가 성인에게 성적인 흥미를 못 느끼는 이유가 뇌의 신경 구조에 있음을 암시한다.

한편, 2011년 학술지 ‘성의학’에 실린 미국 UCLA 연구팀의 논문은 뇌질환으로 인해 소아성애증이 생긴 사례를 보고하고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60세의 한 남성은 18개월 동안 어린이들을 스토킹하고 몸을 만지려고 시도했다. 급기야는 어린이들에게 자기 나체를 보여줬고, 경찰에게 체포됐다. 심문 과정에서 그는 자기 행위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지했지만, 그로 말미암아 벌어질 일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 가족의 증언에 따르면 행동을 억제하지 못하거나 위생 관념이 줄어들고 동정심이 사라지는 등의 증상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검사 결과 그는 전두측두엽치매로 판정받았다.

또 다른 59세의 남성은 5년 동안 파킨슨병을 앓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억제할 수 없는 성적 충동이 찾아와 성매매에 탐닉하고, 인터넷에서 어린이가 등장하는 포르노를 다운로드받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그는 어린이에게 성적으로 흥미가 있던 적이 없었다. 결국 그는 체포돼 감옥살이를 했다.

논문에서는 이와 같은 사례를 모두 8건 소개하고 있다. 모두 남성이며 치매나 알츠하이머, 헌팅턴병, 파킨슨병과 같은 뇌질환을 앓고 있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이 소아성애 행위를 저지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억제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과거와 달라진 성적 충동과 행동의 원인이 뇌질환으로 인한 뇌의 변화일 가능성이 있다”며 “궁극적으로 소아성애증을 막을 수 있는 신경심리학적 치료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 포르노는 아동성범죄를 유발할까?

지난 8월 30일 전남 나주에서 7살짜리 여자 어린이를 납치해 성폭행했다가 체포된 고종석은 평소에 아동 포르노를 즐겨 봤다고 털어놨다. 아동이 직접 등장해 성행위를 하는 아동 포르노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강력하게 금지돼 있다. 단순히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우리 정부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동 포르노 단속을 더욱 강화했다. 과거에 내려받았던 기록만 있어도 처벌이 가능하며, 실제로는 성인인 배우가 교복을 입거나 아동처럼 꾸미고 출연한 포르노도 처벌 대상이다. 그런데 실제로 아동 포르노가 범죄를 유발할까. 적어도 아동성범죄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 교수는 “소아성애자는 아동 포르노에 중독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포르노에만 몰두하고 실제 행위를 시도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많지 않다”고 밝혔다.

아동 포르노에는 실제 영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동을 성적으로 묘사한 만화나 애니메이션도 소아성애자에게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가까운 사례가 일본이다. ‘롤리타 컴플렉스’의 일본식 줄임말인 ‘로리콘’은 일본에서 하나의 장르다. 이를 소재로 한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일본에서도 여기에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니세프 일본 지부는 가상의 아동 캐릭터라고 해도 아동성범죄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애니메이션 또한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설령 아동 포르노가 범죄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해도 금지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수요가 늘어날수록 아동 포르노 제작도 늘어나고, 그만큼 더 많은 아동이 희생되기 때문이다.

◀ 데포-프로베라는 원래 여성용 경구피임약으로 개발된 호르몬제다. 남성에게 주사하면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억제해 성충동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 화학적 거세에 쓰이고 있다.

거세는 과연 올바른 처벌일까?

잔혹한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부터 화학적 거세는 물론 심지어 물리적 거세를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우리나라는 2010년 6월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화학적 거세가 가능해졌다. 검찰은 고종석에 대해 화학적 거세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월 5일에는 의사 출신의 박인숙 의원이 ‘성폭력 범죄자의 외과적 치료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물리적 거세를 하자는 소리다.

화학적 거세는 남성의 성충동과 발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남성호르몬을 약물로 억제하는 방법이다(과학동아 2010년 8월호 ‘화학적 거세는 성범죄 예방의 만능묘약일까?’ 참조). 물리적 거세는 고환을 잘라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막는 방법이다. 남성호르몬을 억제한다는 점에서는 의도가 같지만, 두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화학적 거세는 호르몬을 이용하므로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게 가능하고, 생식 능력도 유지할 수 있다. 대신 호르몬을 계속 맞아야 해 비용이 든다. 반면, 물리적 거세는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게 불가능하지만, 한 번만 시술하면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테스토스테론은 막을 수 있지만, 부신(콩팥에 있는 내분비기관)에서 나오는 다른 남성호르몬은 막지 못한다. 그래서 물리적 거세를 해도 100% 발기를 막을 수는 없다. 거세를 한다고 해도 성범죄를 모두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용만 덜 들 뿐 효과는 더 나을 것이 없는 물리적 거세를 하자는 의견은 거센 사회적 여론이 반영된 결과인 셈이다. 박광성 전남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는 “성범죄는 정신적인 문제로 생기기 때문에 성충동을 자제할 수 있게 심리치료와 화학적 거세를 동시에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아동 성범죄자는 죄인이지만,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통해 인간관계를 원만히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할 환자이기도 하다”라며 “우리나라에 그런 환자를 체계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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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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