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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태고의 어둠 속에서 찾은 절경

동굴 속 거대한 공간에 천장에서 떨어진 바위가 바닥을 뒤덮고 있다. 제1호 지하 캠프로 가는 길에 있는 공간으로 ‘그레이트 러블 힙’으로 알려져 있다. 돌이 떨어져나온 벽에 물결 무늬의 층이 보인다.



얼마나 오래였을까. 영겁의 세월 동안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겨 있던 동굴 속에 두 발 달린 동물이 나타났다. 인간이라 불리는 두 발 동물은 호기심과 경탄 어린 눈을 한 채 동굴 속으로 점점 깊숙이 들어왔다. 동굴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동굴을 탐사하다가 목숨을 잃는 이도 생겼다. 그러나 인간의 호기심과 모험심을 이기기는 어려웠다. 동굴은 마침내 용감한 탐험가들의 눈앞에 오랫동안 숨겨 왔던 신비를 드러냈다. 영국의 탐험가이자 사진작가인 로비 숀도 그런 탐험가다. 그는 현재 오스트리아의 산악 마을에 살며 유럽은 물론, 중국, 파푸아뉴기니, 보르네오 등 세계 각지의 동굴과 자연 환경을 사진에 담고 있다. 여기 실린 사진은 그가 2010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네 번에 걸쳐 프랑스에 있는 구르프 베르제와 인근 동굴을 탐험하며 담은 지하세계의 풍경이다.



지하 세계로 가는 험난한 여정

구프르 베르제는 석회암 동굴로 1953년 프랑스인 조세프 베르제가 발견했다. 발견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동굴이었다. 이후 더 깊은 동굴이 많이 발견돼 지금은 28번째로 깊은 동굴이다. 지하 1100m까지 뻗어 있는 동굴에 내려가기 위해서는 밧줄을 타야 한다. 때로는 좁고 구불구불한 통로를 통해, 때로는 수직으로 깊게 뚫린 구멍을 통해 아래로 장비를 운반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 어떤 통로는 너무 좁아서 사진과 캠핑 장비를 잔뜩 넣은 큰 가방이 통과하기 어렵다. 매끄러운 벽에 몸을 바싹 붙이고 선반처럼 튀어나와 있는 바위 위를 걸어야 할 때도 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 별빛이 찬란한 밤 하늘 아래 탐험대원 마크 라이트와 지나 모슬리가 구프르 베르제 입구로 들어가고 있다.


험대원 크리스 블레클리가 구프르 베르제의 ‘푸이트 알도’ 통로에서 폭포를 피하기 위해 밧줄을 잡고 벽을 타고 있다.


구프르 베르제의 중간 지점에 있는 ‘푸이트 가비’ 통로에서 탐험대원 아담 스필레인이 밧줄을 타고 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불을 밝히다

단순히 동굴 바닥까지 내려갔다 올라오는 데는 이틀이면 충분하지만, 숀은 사진을 찍기 위해 지하에서 며칠씩 머무른다. 그들은 텐트와 침낭, 매트, 식량을 가지고 들어가 동굴 속에서 생활한다. 텐트 안에서 침낭에 들어가 있으면 꽤 따뜻하다. 숀은 “지하 세계는 아주 편안하고 조용하며, 심지어는 호화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빛이 전혀 없는 동굴 속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숀은 다양한 조명을 이용한다. 모두 작고 가벼워서 좁은 통로를 통과할 수 있는 종류다. 요즘에는 LED 헤드램프도 광량이 많아 사진을 찍는 게 가능하며, 넓은 공간을 밝히기 위해서는 건전지로 작동하는 아주 밝은 조명을 이용한다. 조명을 설치한 뒤 자리를 잡고 원격으로 작동시켜 사진을 촬영한다. 이런 장비를 모두 가져가는 건 혼자 힘으로 불가능하다. 숀은 “함께 한 탐사대원이 없었다면 동굴 사진은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프르 베르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으로 꼽히는 곳이다. 맑고 투명한 물이 흐르는 호수와 석순이 신비로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크리스 블레클리와 지나 모슬리가 호수 가장자리를 조심스럽게 걷고 있다.

동굴 속 기온은 4℃ 정도로 춥다. 팀 닉슨이 은박지로 몸을 감싸 체온을 보호하고 있다. 단열이 잘 돼 촛불 하나로도 몸을 덥힐 수 있다.


LED 헤드램프로 광막한 ‘그레이트 러블 힙’에 한 줄기 광명을 비추고 있다.
 

한없이 맑고 투명한

숀이 동굴 사진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도전 정신 때문이었다. 그는 “사진 작가로서 빛이 전혀 없는 공간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게 의욕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빛이 전혀 없기 때문에 조명을 모두 가지고 들어가야 할 뿐 아니라 동굴의 벽과 공간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려면 조명을 적절히 설치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구프르 베르제와 인근 다른 동굴 속에서 숀은 아름다운 호수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이렇게 호수가 있을 수 있는 것은 구프르 베르제가 석회암 동굴이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비가 오면 동굴 안에 금세 물이 차오른다. 이는 탐험가들에게 엄청난 위협이 된다. 최근 이 동굴에서 6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 중 5명이 물 때문에 사고를 당했다. 어려운 탐험의 대가일까. 인간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지하 1100m 아래에 있는 이 호수는 어디서도 보기 힘든 투명하고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차올라 호수가 되는 장소로 ‘카도우 호수’라고 불린다. 탐험대원 팀 닉슨이 크리스 블레클리가 타고 있는 보트를 잡아당기고 있다.


구프르 베르제 인근의 다른 동굴 속에서도 호수를 발견했다. 탐험대원 아담 파크스가 보트에 타기 위해 바위에 매달려 기다리고 있다.


탐험대원 마크 리처드슨이 보트를 타고 인근의 다른 동굴 속 호수를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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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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