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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며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훌륭한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창조성, 상상력, 풍부한 문화적 소양, 재미있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능력 등 다양한 자질이 필요하다. 그리고 거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기술이다. 머릿속에서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이미지를 화면 위에 구현해 주는 기술이 없었다면 아바타는 반쪽짜리 영화에 그쳤을 것이다.

광주과기원 문화콘텐츠기술연구소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각종 공연 등을 만드는 데 필요한 문화 기술(Culture Technology)을 개발하는 곳이다. 기술의 폭은 넓다. 컴퓨터애니메이션, 3D영상, 동작인식, 행동인식, 공간인식, 3D오디오와 같이 우리 감각을 실제와 같이 구현하는 기술부터 창작자와 관객의 소통을 강화해주는 기술까지 CT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곳에서는 11명의 이공계 교수와 2명의 인문예술계 교수가 협력해서 연구를 진행한다. 기술과 인문, 예술 분야에서 서로 협력해야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융합’의 대표적인 사례기도 하다.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도 표현한다

문화콘텐츠기술연구소에서 연구하는 분야 중 하나인 컴퓨터애니메이션 기술을 탐방하러 나섰다. 이성희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사람의 동작을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마커가 달린 옷을 입고 어떤 동작을 취하면 연기자를 둘러싼 카메라 12대가 똑같은 장면을 찍고, 이 영상을 바탕으로 공간 속에서 마커의 위치를 파악해 해당 동작을 그래픽으로 만든다. 여기까지 설명을 들으면 요즘 흔히 쓰는 동작인식 기술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교수는 캡처 받은 동작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역학적인 해석을 추가한다. 어느 정도 힘을 어떻게 썼기 때문에 그런 동작이 나왔는지를 해석한 뒤에, 이를 캐릭터에 입혀서 동작을 만든다. 이 교수는 “기존 기술은 사람이 움직인 결과만 가지고 만들어내는 방법”이라며 “우리는 근 골격 모델을 만들어 근육이 어떻게 수축했는지를 해석해 거꾸로 그 동작을 만드는 물리 기반 애니메이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마커가 20~30개지만, 앞으로 수백 개 단위로 올라가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도 파악할 수 있다.

물리 기반 애니메이션은 선진국에서도 연구를 시작하고 있다. 축구 게임인 피파 시리즈의 최신작인 피파12에서 선수의 동작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데 쓰이기도 했지만, 아직 애니메이션에는 쓰이지 않고 있다. 이 교수가 이끄는 컴퓨터그래픽스 연구실은 최고 수준의 저널인 ‘자동 로봇(Autonomous Robot)’과 ‘시그래프(SIGGRAPH)’에도 논문을 게재하는 등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는 일반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하드웨어도 함께 개발할 계획이다. 박창수 문화콘텐츠기술연구소장은 “지금 활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로도 충분하지만 앞으로 이 기술을 상품화하기 위해서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컴퓨터그래픽스 연구실의 미래 비전은 사람의 일상적인 행동을 데이터로 기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카메라로 위치를 파악해야 하는 마커 대신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센서를 이용하면 실내는 물론 야외 어디서나 사람의 동작을 기록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전산 처리 능력과 무선 기술이 발달하면 사람의 행동을 모두 캡처해 유용한 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서는 가상과 현실이 혼합된 공간 속에서 자율형 캐릭터가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연구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카메라로 연기자를 둘러싸 촬영한 뒤 3차원 공간에서 마커의 위치를 파악한다.]

CT연구원으로 연구에 탄력

광주과기원은 지난 연말 국회에서 CT연구원(가칭)설립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CT연구원은 내년에 설립될 예정이다. 박 소장은 현재 CT연구원설립기획단장을 맡아 연구원 설립을 이끌고 있다.

“여러 대학과 기관에서도 각자 CT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그 좁은 기술에만 얽매이는 수가 있습니다. CT연구원에서는 인문·사회·예술 분야의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교류하면서 상상력이나 연구 주제의 폭을 더욱 넓힐 수 있습니다. 항상 문화를 염두에 두고 기술을 적용할 방법을 찾는 체계가 잡히는 거지요. 연구가 탄력을 받아 결과물을 산업화하는 데 진일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

박 소장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한 울타리 안에서 연구를 진행해서 생기는 장점으로 문화콘텐츠 창작자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아직 CT가 산업화가 잘 안 돼 있어 경제적인 효과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며 “내년에 CT연구원이 생기면 실질적으로 문화·예술 분야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산업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T를 연구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 어떤 특정 전공을 해야만 CT를 연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교수는 “CT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라며 “자기 전공 지식에 더해 인문·사회·예술 분야를 두려워하지 말고, 서로 다른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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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광주 = 고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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