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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 외계인

과학동아가 선정한 이달의 책



“뱀 모양 지구 만들어 주세요.”

“저는 하얀 지구요.”

지난 8월 17일, 국립과천과학관 천체투영관에서 어린이들이 몰려들었다. 과학자와 기자, 음악가, 마임 공연가 등이 함께 한 과학토크콘서트에서였다. 아름다운 천체 영상과, 판소리와 현대음악을 접목한 개성 있는 음악가 ‘니나노 난다’의 신비로운 음악 그리고 ‘이미지헌터 빌리지’의 마임 공연이 어우러졌다. 우아한 몸짓과 공연자가 든 손전등의 빛 효과, 그리고 공간을 메우고 있는 관객의 시선이 혼연일체가 되며 환상적인 분위기가 났다.

기자와 최준영 충북대 외계행성연구단 연구원이 공연 사이사이에 외계행성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과학동아 7월호 특집 ‘완벽한 지구 만들기’의 내용에 SF적인 설정을 섞었다. 스스로를 행성설계자라고 소개한 뒤 외계생명체에 맞는 행성을 만들어줬는데, 다행히 반응이 아주 좋았다. 어린이 관객들은 강연이 끝나고 우르르 몰려와 ‘뱀 모양 지구를 만들어 주세요’ ‘새하얀 지구를 만들어 주세요’라며 정말로 행성을 ‘주문’하고 갔다.

이 재미나고 파격적인 강연을 주도한 것은 천문학자 이명현 박사와 국립과천과학관 이강환 박사다. 둘 다 과학동아에도 몇 차례 글을 기고했고 외계생명체를 찾는 세티(SETI) 임무에도 관여한 다재다능한 과학자다.

이 가운데 이강환 박사가 최근 외계생명체와 외계행성에 대한 책을 번역했다.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다. 이 책은 우주생물학이라는 분야를 본격적으로 다룬 몇 안 되는 안내서다. 이전에 국내에 소개된 대중서는 크리스 임피가 쓴 ‘우주생명 오디세이’ 정도가 유일했다.

우주생물학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선 아주 낯선 분야였지만, 지난 비소 박테리아 논쟁 덕분에 조금 알려졌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은 우리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외계인(외계 지적생명체)’만 생각했다. 그래서 우주도 아닌 지구에서, 그것도 현미경으로 봐야만 보일 정도로 작은 미생물이 비소를 먹는지 여부로 논쟁하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하지만 ‘우주생물학’이라는 말을 만든 NASA에서조차, 외계생명체 연구는 이런 극한미생물 연구가 주다.

저자 제프리 베넷은 대학 때 생물학을 공부하다 칼세이건의 ‘코스모스’ 시리즈를 보고 어릴 적 꿈인 천문학으로 진로를 바꿨다. 우주생물학 책을 집필하는 데 이보다 적합할 수 없다. 더구나 수학과 천문학 관련 교과서를 여럿 쓸 정도로 지식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데 능하다. 생물학과 천문학, 지구과학 지식을 총망라한 이 두툼한 책이 술술 읽힐 수 있는 것은 아마 이런 저자의 특출한 능력 덕분일 것이다. 과학 대중화에 힘쓰는 역자의 번역도 매끄럽다.
 
이 책은 ‘우주생명 오디세이’에 비해 특히 행성과학 부분이 상세하다. 거의 책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가까운 태양계 행성부터 먼 외계행성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모습을 지닌 행성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탐색 대상이다. 이 가운데 어디에 생명체가 존재할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토크콘서트 마지막에 마임 공연가들은 작은 손전등 하나로 천구를 비추며 애타게 ‘쌍둥이 지구’를 찾았다. 과학자들의 탐험이 이보다 쉽지는 않을 테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2012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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