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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나는 건강지표 똥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일어나는 배변. 흔히 냄새나고 더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건강예보자로 불릴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존재다.

"장이 편해야 하루가 편안합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있다. 맞는 말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는 것을 건강체크의 3대 조건으로 삼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근래 들어 과민성대장증후군 때문에 변비나 설사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주원인이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이라고 하지만 배변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유형은 제각각이다. 옛 어른들은 아이들의 변을 보고 건강 여부를 판단했다. 냄새나는 대변에 어떤 정보들이 들어있기에 가능한 일일까. 이제 대변에 얽힌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보자.

1. 성분은 무엇인가? - 70%가 수분, 나머지는 세균덩어리와 음식물 찌꺼기

소변과 달리 대변은 일정한 형태를 띠고 있다. 바로 고형성분 때문이다. 이 고형성분의 30-50%가 장내 세균덩어리다. 그리고 나머지가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의 찌꺼기와 장벽에서 떨어져나온 세포, 그리고 소화액 등이다. 그렇다고 대변의 주성분이 고형성분은 아니다. 대변의 70%는 수분이 차지한다. 변이 묽거나 된것은 바로 수분의 함량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변의 80% 정도가 수분이면 설사로 변하고, 85% 이상이면 물 같은 설사가 된다. 반대로 물의 양이 40%-60%정도로 줄면 대변이 단단해지면서 변비가 된다.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의 수가 수백조개에 이른다면 장 속에는 그 10배인 수천조개의 세균이 살고있다. 그래서 미생물학자들은 “인간은 세균의 바다에 산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세균들이 대변에 포함돼 매일 엄청나게 우리 몸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대부분의 장내 세균들은 장속으로 들어온 음식물을 먹이로 생활하면서 비타민 K를 생성하고, 영양소 섭취를 돕고, 담즙의 재순환을 가능하게 하며, 다른 병원균이 장내에 서식하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여기다 몸속으로 나쁜 균이 침입했을 때 우리의 몸을 방어해주는 면역성까지 갖추도록 도와준다.


과일과 야채에 ㅁ낳이 포함된 섬유소는 대변의 원료인 찌꺼기를 많이 남기고 수분을 머금는 역할을 해 변비를 예방한다.


2. 똥냄새의 정체는? - 장내 새균이 만드는 스카톨과 인돌

대변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 냄새다. 냄새의 주인공은 장내 세균이 음식물을 소화시키면서 만들어 내는 스카톨과 인돌. 여기에 소화과정 중에 만들어지는 소량의 황화수소와 메탄가스, 암모니아도 냄새를 낸다. 경우에 따라 냄새가 더 고약할 때가 있는데 이것은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많아지면 스카톨과 인돌이 더 많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병원균들(장티푸스균, 콜레라균 등)은 유당을 먹이로 사용하지 않는 반면 유산균과 같이 인체에 유익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균들은 유당을 먹이로 사용한다. 장 속에 포함된 균들 중에 유당을 먹이로 사용하는 균들은 악취를 내지 않는다. 이에 비해 유당을 먹이로 사용하지 않는 균들은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분해 산물을 만든다. 따라서 병원균을 포함한 대변은 평소와 다른 지독한 냄새를 풍긴다.

3. 갈색인 이유? - 담즙이 변색된 결과

대변은 대개 갈색을 띠는데 이것은 장내 세균이 노란색의 담즙을 환원시키는 과정에서 변색됐기 때문이다. 담즙은 간과 담낭에서 만들어진다. 담도를 통해 십이지장으로 분비되고 음식물과 섞이는데, 이것이 대장에서 환원된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대변의 색깔이 갈색이 아니라고 해서 몸에 이상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대변의 색깔은 먹은 음식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근 주스를 먹고 나면 주황색 변을 보고, 시금치를 먹은 후에는 초록색 변을 보는 것이 그 예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후 10시간쯤 지나면 태변(胎便)을 배설한다. 태변의 성분은 태아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자신의 피부에서 떨어져 나간 세포와 솜털 등을 삼킨 것으로 여기에 태지(胎脂), 칼슘염, 담즙색소 등이 포함된다. 태변의 색깔은 검은 녹색이며 생후 4일째부터는 점액질이 많은 옅은 노란색 변으로 된다. 신생아의 대변이 성인의 대변과 다르게 노란색을 띠는 이유는 신생아의 장내에는 성인들이 가지고 있는 세균이 없어서 담즙이 환원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4. 대변과 건강상태 - 흑변, 혈변, 지방변, 갑자기 가늘어지는 변

분유 회사나 요구르트 회사는 유아들의 황금색 변을 건강의 상징으로 선전한다. 이러한 사실이 유아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대변의 색은 대장의 상태를 어느 정도 보여준다. 대변의 색깔이 자장면같이 까만색을 띠는 경우를 흑변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식도나 위, 그리고 십이지장에서 출혈이 있을 때 나타난다. 약 60mL이상의 장출혈이 있을 때 혈액이 위액에 의해 산화되면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흑변을 본다.

붉은색 대변은 대장이나 직장, 그리고 항문에서 출혈이 있는 경우와 위나 십이지장에서 출혈이 너무 많을 때 혈액이 대변에 섞이면서 나타난다. 대변에 피가 묻어있는 상태를 잘 관찰하면 출혈 부위를 짐작할 수 있다. 비교적 식도나 위와 같은 소화관 위쪽 부위의 장출혈은 피가 대변과 충분히 섞이기 때문에 대변이 전체적으로 암적색을 띤다. 반면 아래쪽 부위(직장, 항문)의 출혈일 경우는 대변의 겉에 빨간색의 피가 묻어나온다. 양과 색깔에 관계없이 대변에 피가 묻어있을 때는 내장 출혈을 의심하고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변은 물 속에 가라앉는다. 만약 대변이 물위에 뜨면서 기름방울이 있고, 흰 점토 같은 색을 띠면 지방변을 의심할 수 있다. 이것은 담낭이나 췌장에서 나오는 소화액 분비가 원활하지 못해 생긴 것으로 지방이 소화되지 못하고 그대로 대변으로 배설돼 나타난 결과다. 그러나 위장이나 내장의 X선 촬영을 위해 먹은 약품 때문에 보이는 회백색의 변은 문제되지 않는다. 또 갑자기 대변의 굵기가 가늘어지면서 변비가 생기면 대장과 직장의 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대장 벽에 암 덩어리가 생기면 통로가 좁아져 대변의 굵기가 가늘어진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자주 대변의 굵기가 변했던 사람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5. 설사는 언제할까? - 삼투압의 증가, 장 운동이 비정상적일 때

설사는 한마디로 대변의 수분함량이 많아진 것으로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난다. ‘설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콜레라다. 콜레라에 걸리면 콜레라균이 만드는 독소가 몸속에서 소장으로 수분을 마구 빼낸다. 때문에 대변에 수분 함량이 많아져 살뜨물같은 설사를 하게 된다.

락툴로스와 솔비톨이라는 설사유발제가 있는데 이것은 장에서 흡수가 안되는 물질로 장내 삼투압을 높인다. 장 내부에 삼투압이 높아지면 수분이 혈관에서 장속으로 이동한다. 결과적으로 대변에 포함되는 수분의 양이 많아진다. 특정한 음식만 먹으면 설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우유를 먹으면 설사를 한다는 성인들이 많다. 이 경우도 우유를 분해하는 소화효소가 없어 결과적으로는 장내의 삼투압이 높아지게 돼 설사를 하는 것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늘 설사의 고통을 달고 다닌다. 이런 경우의 설사는 장의 운동이 정상보다 증가하거나 감소해 생기는 것이다. 장의 연동운동이 감소하면 소장에서 몸에 해로운 세균이 과도하게 성장해 소화 흡수를 방해하므로 설사가 일어난다. 반대로 장의 연동운동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 음식물이 장내에 오랫동안 머물지 못하고, 빠르게 지나가므로 소화와 흡수가 충분히 일어나지 못해 대변의 양과 수분함유량이 증가돼 설사가 일어난다. 수인성 전염병에 의한 설사나 식중독에 의한 설사는 장내 삼투압의 증가와 연동운동이 비정상인 것과 같은 기작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고기 같은 단백질 식품은 소장에서 완전히 흡수돼 대변의 찌꺼기를 만들지 않는다.


6. 변비는 왜생길까? - 밥 굶는 사람, 운동 안하는 사람

현대인의 말못할 고민 중 하나가 변비다. 보통 일주일에 3-5회 정도 대변을 보는 것이 정상이라고 할 때, 변비란 대변보는 횟수가 줄거나, 양이 적어지거나, 굳기가 단단해지는 변화를 모두 포함한다.

하루에 보는 대변의 양이 35g 이하면 변비라고 정의하지만 중요한 것은 개인이 느끼는 불편한 정도다. 일주일에 2-3회 대변을 보면서도 별로 불편하지 않다면 정상이라고 보지만 하루 한번씩 화장실에 가지만 배출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변비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장의 운동이 지극히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3회 이하로 대변을 보는 경우는 대장을 잘못 길들인 탓이다. 초기의 변의를 무시해버리고 변의가 심하게 느껴질 때에 화장실로 가는 습관이 오래 가면 항문 주변의 감각수용체가 둔감해진다. 그 결과 점차 강한 자극이 있어야만 변의를 느끼기 때문에 변비가 습관화된다.

그렇다면 변비는 왜 생기는 것일까. 대변의 재료는 음식이다. 입으로 들어가는 재료가 많아야 최종 생산물도 많아져서 수월하게 나온다. 그래서 밥을 굶는 사람은 변비에 걸리기 쉽다. 최근 젊은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하면서 변비가 생기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렇다고 변비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조건 많이 먹을 수도 없는 일. 해결방법은 야채, 과일 등의 채소류를 많이 먹는 것이다.

현미, 옥수수, 배추, 김치, 귤 등 야채와 과일 등에는 소화가 되지 않는 섬유소가 많다. 고기 같은 단백질 식품은 소장에서 완전히 흡수돼 찌거기가 별로 남지 않는데 비해 섬유소가 많이 포함된 식품들은 대변의 원료인 찌거기를 많이 남겨 대장으로 보낸다. 그리고 섬유소는 일종의 스펀지 같아 수분을 머금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대변 속 수분을 증가시켜서 변비를 예방한다. 흔히 변비약으로 먹는 아락실이라는 것은 바로 섬유소 덩어리다. 한마디로 대변의 재료를 먹는 것이다.

변비를 일으키는 또 하나의 중요한 원인은 운동 부족이다. 우리가 부지런히 움직여야 장도 활발히 움직여 배설물을 쉽게 내보낸다. 규칙적인 운동은 장운동을 정상화시키고, 복근을 강화시키며, 스트레스를 줄여주므로 많이 움직이는 것이 변비를 막는 지름길이다.

변비를 일으키는 흔한 병중의 하나가 과민성대장증후군이다. 정신적인 문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기가 바로 소화기관이다. ‘속상하다’라는 표현은 스트레스와 위장의 연관성을 경험적으로 인식한 말이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소화기능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치므로 속이 상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배출할 수 있는 적당한 운동이 꼭 필요하다.

7. 잘못 알려진 상식들 - 배변 시간은 습관, 아침 공복 냉수 효과 없어

배변 습관과 관련해 떠도는 이야기가 많다. 아침에 변을 보는 사람이 건강하다느니, 형태가 고르고 굵은 변이 좋으며, 아침 공복에 찬물 한 컵을 마시는 것이 변비를 막는다는 등 여러 이야기가 있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옳은 것일까. 우선 변의 단단하고 무른 형태는 수분의 함량에 관계한 것이지 건강상태를 말해주지는 못한다. 근래 무른 변을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과민성대장증후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흔히 아침에 변을 보는 사람이 건강하다고 하지만 이는 근거 없는 말이다. 배변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한 시간이 아니라 규칙성이다. 출근시간에 쫓기는 직장인이라면 점심이나 저녁때 변을 보는 것이 더 합당하다는 얘기다. 또 아침에 일어나 냉수를 마시는 것이 변비에 좋다고 말하지만 이것도 큰 설득력은 없다. 특정한 시간에 물을 마시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물론 평소에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대장의 수분 재흡수로 인해 변이 딱딱해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대변의 수분함량을 한없이 높이는 것은 아니다. 먹은 수분의 양에 따라 조절되는 것은 소변의 양이지, 대변의 수분량은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오히려 대변의 수분함량을 늘리기 위해선 앞에서 설명했듯이 섬유소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다.

사람에 따라 배변에 걸리는 시간도 제각각이다. 누구는 화장실에 들어가자 마자 곧바로 나오고, 누구는 들어가서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배변에 걸리는 시간은 전적으로 습관에 달려있다. 변의를 느끼고 변기에 앉았으나 배변이 되지 않으면 배에 힘을 줘 대변을 직장에서 항문으로 밀어내거나 무릎을 배 쪽으로 바싹 붙여 장을 자극하는 것과 같은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해야지 시간을 오래 끌면 습관으로 굳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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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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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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