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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탐사 특별기획 2] 성큼성큼 화성 누비는 문어 로봇

NASA에서 만난 큐리오시티의 후예들


큐리오시티 이후에는 어떤 로봇이 우주를 누비게 될까. 아직 인간이 달 너머로 가기가 어렵다면 현실적으로 인간의 명령을 받은 로봇이 최선이다. 미래의 우주로봇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움직일까. 그들은 우주에서 무엇을 보게 될까. 과학동아 기자가 미국 NASA 현지를 방문해 우주로봇의 미래를 들어봤다.

8월 6일 붉은 행성 화성에 착륙한 탐사로봇 ‘큐리오시티’는 지금도 화성 표면을 돌아다니며 생명체와 물의 흔적을 찾고 있다. 기존의 로봇차량(로버)처럼 바퀴가 여섯 개 달렸지만, 과거에 화성에서 활약했던 ‘소저너(1997년)’나 ‘오퍼튜니티(2004년)’보다 크고 첨단 과학장비를 10개나 장착하고 있다. 암석에 레이저를 쏜 뒤 화학성분을 확인할 수 있고, 로봇팔 끝에는 드릴과 작은 삽도 있어 흙이나 암석 가루를 모아 분석할 수도 있다.

우주탐사는 아폴로 달 탐사, 우주왕복선과 국제우주정거장 미션 등을 제외하고는 무인탐사선으로 진행돼 왔다. 무인탐사선은 사람이 타지 않으니 어느 정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특성, 즉 로봇의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무인탐사선은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에 인류가 우주에 삶의 새로운 터전을 잡으려면 로봇과의 협력은 필수다.

지난 7월 20일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우주로봇기술 책임자 브라이언 윌콕스가 캘리포니아 주 패서디나 시티칼리지에서 ‘둘의 힘: 인간과 로봇이 어떻게 우주를 탐사하나’란 제목의 강연을 했다. 윌콕스는 JPL에서 20년 이상 우주탐사용 로봇차량을 연구해 온 베테랑 연구자다. 특히 그는 영상으로 위험을 감지하는 센서와 이런 위험을 피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소저너, 스피릿, 오퍼튜니티 같은 로버가 성공적으로 화성을 탐사하는 데 기여했다. 우주 탐사에서 로봇과 인간은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큐리오시티처럼 바퀴 달린 차량로봇(로버)은 어떻게 진화해갈 것인지 살펴보자.
 

우주 로봇의 핵심 쟁점 네 가지

우주 로봇에 관련해 핵심 쟁점이 4가지 있다. 기동성(mobility), 조작(manipulation), 시간 지연(time delay), 극한 환경이다. 기동성은 장애물과 충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우주인, 다른 로봇, 작업장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으며 두지점 사이를 빠르고 정확하게 이동하는 능력을 말한다. 조작의 경우, 잘못해서 의도하지 않은 물체를 건드리지 않고 임무에 필요한 이상의 과도한 힘을 가하지않으며, 안전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로봇의 팔과 손으로 원하는 물체에 접촉해야 한다. 시간 지연은 멀리 떨어져 있는 인간이 로봇에게 효과적으로 명령을 내려 유용한 작업을 하도록 할 때 발생한다. 극한 환경의 경우 우주공간에서 접하는 극심한 더위 또는 추위, 방사선, 진공, 미세먼지 등을 로봇이 극복하고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예로 시간지연의 문제를 큐리오시티를 통해 살펴보자. 13분 48초! 큐리오시티가 화성에 무사히 착륙하고도 NASA 제트추진연구소가 숨죽이며 기다려야했던 시간이다. 빛의 속도로 달리는 전파 신호도 화성에서 지구까지 오는 데 13분 48초가 걸린다. 하루에 200m씩 680여 일간 총 20km를 돌아다닐 큐리오시티는 이 시간차를 극복하며, 때로는 스스로 장애물을 피하고 안전한 길을 찾아 주행해야 한다. 이런 것이 바로 로봇의 특징이다.

윌콕스는 시간 지연 문제와 관련해 흥미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로봇이 화성에서 탐사할 때 현재는 지구에서 명령을 내리지만, 인간이 화성의 위성인 포보스에 도달할 수 있다면 그곳에서 로봇을 거의 실시간으로 조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포보스까지는 인류가 달에 가는 데 사용했던 델타V 로켓 정도면 충분하며 인류가 화성 표면에 착륙할 때 생길 수 있는 오염 문제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동성도 로버에서 중요한 요소다. 새로운 로버일수록 기동성뿐 아니라 자율 주행능력도 더 좋아지고 있다. 지구에 있는 미션통제센터에서 사람이 시시각각 개입하지 않더라도 로버는 장애물을 피하며 원하는 위치까지 안전한 경로를 계획해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 덕분에 이제 큐리오시티를 비롯한 차세대 로버는 앞을 내다보고 50m 떨어진 곳까지의 경로를 계획한 뒤 커다란 바위 같은 장애물을 피해 이동할 수 있다.
 

켄타우루스, 로봇의 변신은 무죄

윌콕스는 강연에서 “우주에서 단순히 인간과 로봇이 함께 작업하는 것은 구식”이라며 새로운 형태의 협력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NASA 존슨우주센터에서 개발해 온 인간형 로봇 ‘로보너트’처럼 사람이 로봇을 원격 조종하는 방식이다. ‘로봇 우주인’이란 뜻의 로보너트는 황금색 헬멧을 쓴 머리, 하얀 우주복을 입은 것 같은 상체, 다섯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두 팔을 지니고 있다.

10여 년 전 존슨우주센터는 미국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함께 로보너트1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주정거장 외부의 난간에 매달려 작업하거나 2개 또는 4개의 바퀴가 달린 형태로 개발했다. 특히 바퀴가 4개 달린 로보너트1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사람 상체에 말 하체가 합쳐진 괴물을 닮아 ‘켄타우루스1’이라 불렸다. 켄타우루스1은 달 탐사용으로 검토되면서 애리조나 사막에서 시험을 하기도 했지만 실제 탐사에는 쓰지 않았다.

2010년 2월 한층 업그레이드된 로보너트2가 공개됐다. 팔은 초속 2m의 속도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한 손으로 9kg의 아령도 들어 올릴 수 있다. 손가락 10개를 자유자재로 구부릴 수 있어 연필로 글씨도 쓸 수 있고 사람과 자연스럽게 악수도 할 수 있다. 350개 이상의 센서, 30개 이상의 프로세서가 달려 있어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한다. 지구에서 화성에 있는 로보너트2를 원격 조종할 때 생기는 시간 지연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로보너트2는 2011년 2월 우주왕복선에 실려 국제우주정거장으로 갔고, 그해 10월 처음으로 무중력 상태의 우주공간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로보너트2는 우주정거장에 남아 실내에서 필터 청소 같은 허드렛일을 하고, 외부에서 우주인을 도와 수리하거나 장비를 옮기는 임무를 맡는다. 4개의 바퀴가 달린 다른 로보너트인 켄타우루스도 신형 충격흡수장치, 고성능 내장형 모터 제어장치, 게처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조종 장치 등이 포함되면서 업그레이드됐다. 켄타우루스2는 미래에 달이나 화성 표면에서 탐사할 것을 가정하고 2010년 애리조나 사막의 야외 시험에서 그 가능성을 평가받았다.

윌콕스는 특히 사람이 ‘동작 감지 장치’가 달린 몰입형 화면을 통해 로보너트를 조종하는 상황을 설명했다. 사람이 로보너트의 화면을 보면서 어떤 물체를 집는 동작을 하면 로보너트가 그 물체를 집어 드는 식이다. 켄타우루스2가 화성 표면에서 탐사하다가 중요해 보이는 암석 샘플을 손으로 수집할 때 유용할 것이다.



➊ 우주로봇 전문가인 NASA의 브라이언 윌콕스 박사가 인간과 로봇의 우주탐사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➋ 가상공간에 우주탐사로봇이 움직이는 모습을 구현한 ‘세컨드 라이프’실험 화면.
➌ 외계행성탐사용 로버ATHLETE가 울퉁불퉁한 언덕을 오르고 있다. 바퀴를 고정시키고 6개의 다리를 이용해 움직인다.



바퀴로 다리로 움직이는 데 ‘선수’

브라이언 윌콕스는 ‘어떤 지형이든 (바퀴 달린) 6개의 다리로 움직이는 외계 탐사차량’이라는 뜻의 단어에서 머리글자를 뽑아 이름 지은 ‘ATHLETE(선수라는 의미의 영어단어)’ 로버도 개발했다. 평범한 땅에서는 바퀴로 움직이다가, 너무 부드럽거나 장애물이 많거나 경사가 급한 지형을 만나면 바퀴는 잠그고 다리를 이용해 걷는 식이다. 어떤 지형이든 이동하는 데는 ‘선수’인 셈이다. ATHLETE는 딱딱한 땅에서 35°의 경사를, 먼지가 쌓인 부드러운 땅에서 25°의 경사를 오를 수 있으며, 기존 로버보다 훨씬 빠른 시속 10km의 주행속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윌콕스는 “이 로버는 무거운 화물을 들어 올리는 차량으로 원래 인간의 달 표면 탐사를 지원하도록 개발된 것”이라며 “예를 들어 착륙선에서 부피가 큰 짐을 내려서 먼 거리를 수송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1세대 ATHLETE는 2005년에 개발됐는데, 폭이 2.75m이고 최대 높이가 2m가 넘으며 무게가 850kg이다. 최대 300kg의 화물까지 옮길 수 있다. 2009년에 개발된 2세대는 각각 3개의 다리가 달린 ‘삼발이형 ATHLETE’ 2대가 완전히 독립적으로, 그러나 같이 움직이는 혁신적인 구조다. 2대의 삼발이형 ATHLETE가 서로 화물 운반대의 반대편에 붙어서 6개의 다리를 가진 대칭형 차량을 이루고, 함께 화물을 옮긴 뒤 분리된다. 2세대는 유연성과 모듈 방식이라는 추가 장점이 있고, 최대 높이는 4m가 넘으며 450kg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다. 중력이 약한 달이나 화성에서는 더 무거운 화물까지 옮길 수 있다.

ATHLETE의 또 다른 특징은 바퀴 달린 다리를 다용도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다리에서 드릴, 삽, 집게 등의 도구를 꺼내서 사용한다면, 손쉽게 암석을 뚫거나 땅을 파거나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다. 또 다리에 달린 바퀴가 회전할 때 1마력짜리 모터 역할을 해 각종 도구를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 힘을 얻을 수 있다.

미래에 인류가 달이나 화성을 탐사하면서 거주지를 마련한다면 로보너트의 변형인 켄타우루스2, ATHLETE 같은 로봇차량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들은 무거운 짐을 옮기고 새로운 자원을 개발하며 인류의 보금자리를 지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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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미국 패서디나=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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