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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이 사랑한 냉장고

과학동아가 선정한 이달의 책




진지한 과학책을 다뤘으니 이번엔 쉽고 재밌고 기발한 책을 만나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저자가 수집한 기이하고 재미있는 발명 발견의 뒷이야기다.

오늘날 과학의 아이콘, 천재의 상징 아인슈타인. 하지만 그가 한때 냉장고에 ‘꽂혀’ 식음을 전폐하고(물론 과장이다) 발명에 몰두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정은 이렇다. 이미 광양자 가설로 노벨상도 받고 상대성이론으로 세상 부럽지 않은 명성과 부를 누리던 1926년, 아인슈타인은 우연히 한 일가족이 당시 냉장고 속에 쓰이던 아황산가스에 질식해 숨진 사고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이 사건이 마음을 울렸는지, 그는 제자와 함께 알코올을 이용한 냉장고를 발명했다. 한때 특허청에 근무했던 직원답게 두 사람은 무려 6개국에서 45개의 특허를 받았다. 아쉽게도 이 냉장고는 바로 제품화가 되지 않았지만, 최근인 2008년 영국의 과학자들 덕분에 긴 동면에서 깨어났다. 아인슈타인은 냉장고에서도 무려 80년 세월을 앞서갔다.

요즘도 쓰이는 끝이 구부러지는 빨대. 이 빨대는 1930년대에 미국의 한 평범한 아빠가 두 살짜리 어린 딸이 음료수를 못 마시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직접 만든 발명품이다. 나사를 이용해 빨대를 쪼글쪼글하게 만들면 구부리기 쉽다고 생각해 시제품을 만들고, 그걸 상세한 도면으로 그려 특허를 받았다. 이 특허 도면을 보면 깜짝 놀란다. 모양이 오늘날 편의점에서 보는 빨대와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음료수 잔에 꽂으면 자연스럽게 기울어지는 모습까지 똑같다. 빨대 특허라고 해서 허투루 만든 게 아니라 최적의 각도와 길이까지 다 연구한 끝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구부러지는 빨대가 떠오르는 또 하나의 장소는 영화관이다. 콜라 한 잔과 팝콘을 사들고 앉으면 이 빨대에게 고마워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함께 산 팝콘 역시 놀라운 발명품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적다. 원래 팝콘은 옥수수를 튀긴 식품으로, 그다지 식감이 부드럽지도 가볍지도 않은 식품이었다. 1960년대까지 그랬다. 그런데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한 교사가 옥수수를 개량해 종전보다 2배나 크게 부푸는(뻥튀기가 되는) 새로운 옥수수를 개발했다. 이 교사는 차 짐칸에 이 옥수수를 싣고 다니며 새로운 팝콘을 선전했다. 결국 한 대기업의 눈에 들어 미국 전체에 팔 수 있게 됐는데, 촌스럽게 생긴 자신의 외모를 선전에 이용해 오히려 톡톡한 인기를 끌었다.

이 책에는 이런 소소한, 하지만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 힘든 일상의 발명품 이야기가 가득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오늘날 여성들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부드러운 브래지어, 기저귀, 머리핀 같은 제품이 유독 많이 소개된다는 점이다. 제도 못지않게 여성의 생활을 개선해 주고, 사회적 지위를 높여 주는 데 기여한 발명품이다.

또 한 가지. 비유로만 쓰이던 ‘버그(컴퓨터 오류)’라는 용어가 실제로 마크II 컴퓨터에 앉은 나방 덕분에 더욱 유명해졌다는 식의 ‘쓸데없는’ 상식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생각해 보면 과학이 늘 진지하고 어려운 것만은 아닌데, 어렵고 심각한 얘기로 너무 무게만 잡고 있는 게 아닌가 반성도 하게 된다.

201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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