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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 구석구석 3D로 본다

컴퓨터 그래픽스 및 이미지 연구실


사실 저희 실험실이 컴퓨터공학부에서도 인기 1등이에요. 우리 연구실에 있는 대학원생이 20명인데 과에서 가장 많거든요.”

신영길 교수는 쑥스러워하면서도 살짝 연구실을 자랑했다. 학생들이 많다보니 신 교수의 연구실은 여러 층에 3개로 나뉘어 있다. 왜 이렇게 학생들이 좋아하는지 물었다. “하는 일이 재미있고 최신 트렌드에 맞아서 아닐까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

컴퓨터 그래픽스 및 이미지 연구실은 X선 등을 이용해 몸속이나 제품 속을 3D 이미지로 보여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병원에 가면 X선 사진을 여러 장 찍는다. 이 사진들을 조합하면 우리가 보고 싶은 부위의 3D 이미지를 만들수 있다. “이 분야에서 우리 연구실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어요. 병원에서 쓰고 있는 제품에도 우리 기술이 많이 들어가 있지요.”

컴퓨터공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사실 게임이다. 신 교수도 90년대 중반 잠깐 게임을 개발한 적이 있다. 교육용 게임을 개발해 상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게임 기술을 계속 개발하고 싶지 않았다. “이거 말조심해야 하는데(웃음). 컴퓨터 게임은 사람을 너무 몰입시켜요. 쉽게 중독이 되고 정신을 빼앗기죠. 과연 게임이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일까 의심이 들었어요.”

하지만 신 교수는 현재 연구실에서 개발하고 있는 생체 영상 기술이야말로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병을 빨리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공학의 매력이 바로 이런 것”이라면서 “공학자는 사람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해 사회를 더 낫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가 공학자의 길을 가게 된 이유도 이것이다. 처음엔 과학이 좋아서 공학을 선택했다. 대학에서 인생을 고민하면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78학번인 신 교수는 “사실 대학 시절에 운동권이었다”고 고백하며 “졸업후 국비 장학생으로 유학을 갔는데 국가에서 돈을 받은 이상 뭔가 나라와 사회에 기여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벤처 성공으로 유명세 타

컴퓨터 그래픽스 및 이미지 연구실이 학생들에게 유명한 이유가 또 있다. 창업 등 사업화에 성공한 경험이 꽤 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1990년 대학원 학생들과 실험실 벤처 ‘3D메드’를 창업했다. 좋은 기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더 큰 벤처기업이 인수했고, 몇 년 전에 인수한 벤처기업이 코스닥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당시 주식을 그대로 갖고 있었던 대학원생들은 꽤 돈을 벌었다고 한다. 기자가 넉넉하게 잡아 “몇 천만 원쯤 벌었나요”라고 물었더니 신 교수는 “집 한 채 샀지요”라고 에둘러 답했다. 신 교수는 최근 이렇게 번 돈 1억원을 학교에 장학금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그 일 이후로 우리 연구실이 꽤 유명해졌어요. 90년대와 2000년대 여러 곳에서 실험실 벤처를 만들었지만 성공한 곳은 거의 없었거든요. 제가 벤처를 창업해서 성공했다, 돈을 벌었다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사회의 트렌드를 내다보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서 성공했다, 이런 경험이 학생들에게 중요한 거죠.”

신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이 사회에 도움되는 사업을 할 기회가 많다고 자랑했다. 사람이 사는 이상 건강은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연구실의 다른 파트에서는 사람 대신 제품 속을 들여다보는 연구를 한다. 예를 들어 폭탄은 하나하나 속을 X선으로 찍어 제대로 폭발할지 조사해야 불발탄이 없다. 신 교수는 “이쪽에서도 학생들이 벤처를 하나 만들었는데 기술이 꽤 괜찮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요즘 벤처 창업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많은데 전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술을 바탕으로 한 벤처는 좋습니다. 그러나 아이디어만으로 창업한 벤처는 한계가 많아요. 아이디어가 뒤처지면 더 이상 할 게 없거든요. 그러나 기술 벤처는 성공할 가능성도 높고 설령 실패해도 얻는 게 많아요.”



10년뒤 생각하면 의대보다 공대

“요즘 똑똑한 친구들은 법대나 의대를 많이 가지 않나요?”

이렇게 신 교수에게 물었더니 가장 큰 고민도 그것이라고 한다. 우수한 학생이 연구실로 들어와야 하는데 의대나 법대로 빠지니까 나라를 이끌어갈 일꾼이 예전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 교수는 요즘 의대나 법대를 선호하는 현상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10년 뒤를 내다보지 못하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미 법대는 인기가 많이 떨어졌어요. 매년 변호사가 쏟아지니까요. 10년 뒤를 생각해보면 과연 지금처럼 인기가 있을까요. 우수한 공대를 졸업한 학생들은 이미 평균에서 법대를 넘어섰다고 봐요. 더구나 공대를 나와서는 정말 크게 성공할 가능성도 많잖아요. 10년 뒤를 보고 전공을 선택해 보세요.”

신 교수는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과 참 격의없이 잘 지낸다. 어떤 학생을 연구실에 받고 싶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똑똑하고 성실한 학생”이라며 웃었다. “대학원생을 뽑을 때 스펙은 많이 보지 않아요. 학점이 좀 낮아도 열정이 있는 학생이 더 큰 일을 하거든요. 모범생처럼 남들 다 예측하는 미래는 쓸모가 없어요. 남들이 보지 못하는 미래를 볼 줄 아는 학생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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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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