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뭔가를 만질 때 어떤 느낌을 가질까. 지금까지는 거의 아무 느낌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적당한 센서와 액추에이터, 소프트웨어만 있다면 로봇도 감각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적어도 만져보기만 해도 어떤 재료인지 구별하는 능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비터비공대 연구팀은 질감을 느끼는 감촉에 따라 물질을 구분하는 능력이 인간보다 나은 로봇을 개발해 6월 18일 뉴로로보틱스 최신호에 공개했다.
이 로봇에는 인간의 손가락 끝을 흉내낸 촉각 센서가 달렸다. 또 인간이 물질을 탐색하는 방식을 모방하는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활용했다. 센서는 물체의 온도까지 구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센서의 이름을 ‘바이오택(BioTac)’으로 지었다. 바이오택은 부드러운 피부로 감쌌으며 내부를 액체로 채웠다.
피부 표면에는 진동도 느낄 수 있도록 지문을 새겨넣었다. 바이오택이 물질을 구분하는 핵심 원리는 진동 감지와 수학적 모델인 ‘베이즈 정리’다. 우선 진동 감지는 손가락 안쪽에 설치된 청음기로 한다. 로봇 손가락이 물질을 스치면 피부가 다양한 형태로 진동하는데 이를 감지하는 것이다.
베이즈 정리는 유사한 물질로 습득한 이전 경험을 토대로 확률적으로 어떤 물질인지 판단하는 알고리즘에 활용됐다. 연구를 주도한 제너럴 룁 교수는 “옷가게와 문구점, 컴퓨터 가게에서 수집한 117가지 재료로 로봇을 훈련시킨 후 무작위로 한 개의 재료를 탐색케 했는데 정확하게 물체를 구별한 확률이 약 95%였다”며 이는 사람의 능력보다 더 정확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로봇이 어떤 질감인지 구별하는 능력에선 사람보다 뛰어났지만 사람이 어떤 질감을 선호하는지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며 “다양한 제품의 감촉을 평가하는 전문가가 필요한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