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톡의 서비스 품질을 일부러 떨어뜨리지 않았습니까. 증거가 있습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원래 지원하지 않는 고객의 서비스가 안되는 건 당연한 겁니다.”
지난 6월 14일 오전 국회에서 나온 얘기다. 정치인들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다. 한 벤처기업 대표가 불을 지폈고 이동통신사들이 화답했다.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보이스톡 논란과 망중립성 토론회’에서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이동통신사들이 ‘보이스톡’ 통화품질을 고의로 떨어뜨리고 있다”며 ‘증거’까지 제시했다. 이동통신사들은 말도 안되는 논리라며 반박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보이스톡이란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 카카오가 6월 초부터 시범서비스 중인 보이스톡은 흔히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라고 불리는 서비스다. 이동통신망은 음성통화망과 데이터를 주고 받는 데이터망이 분리돼 있다. 보통 우리가 휴대전화로 통화하면 음성통화망을 이용한다. 반면 mVoIP는 음성을 데이터 패킷(이동통신 네트워크로 전송하기 쉽게 자른 데이터 조각)으로 바꿔 데이터망으로 전달한다. 이렇게 전달받은 데이터를 다시 mVoIP 프로그램이 음성으로 바꾼다. ‘마이피플’, ‘스카이프’, ‘바이버’ 등이 대표적인 mVoIP 서비스다.
보이스톡 공방의 진실은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서비스를 시작한 6월 4일에는 데이터 손실률이 1% 가량이었지만 이후 12%, 20%, 최대 50%까지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음성 데이터가 이동통신 데이터 망을 통해 전달되다가 끊어지는 게 데이터 손실률이다. 카카오는 음성 데이터 패킷을 이동통신사가 일부러 차단시켜 보이스톡의 통화품질을 나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동통신사는 이 주장을 반박했다. 요금제에 따라 mVoIP를 사용하지 못하는 고객이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분석 결과라는 설명이다. 이를 테면 SK텔레콤은 고객중 3세대(3G)의 경우 ‘44요금제(4만 4000원)’, LTE의 경우 ‘42요금제(4만 2000원)’ 이하 가입자에게 mVoIP 서비스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어차피 허용되지 않는 고객의 보이스톡 패킷을 차단한 것은 가입자와의 계약에 따른 것으로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카오와 이동통신사가 보이스톡 차단을 놓고 ‘으르렁거리는’ 이유는 mVoIP가 무료통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해진 범위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한계는 있지만 mVoIP로 통화하면 별도 통화료가 들지는 않는다. mVoIP를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 이동통신사의 음성통화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대다수 스마트폰 사용자가 쓰는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이 달가울 리가 없다.
요금제 따른 mVoIP 차단, 어떻게 가능할까
이동통신사는 요금제에 따라 어떻게 mVoIP를 차단할 수 있을까. 이동통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가입자 정보와 ‘딥패킷인스펙션(DPI)’이라는 패킷감청 시스템 덕분이다. 이동통신 서비스를 받으려면 가입자의 인적 정보와 사용하는 단말기 정보를 이동통신사에 제출해야 한다. 이 정보를 중심으로 어떤 요금제를 쓰고 있는 가입자가 어떤 망을 이용하는지를 먼저 인식한다.
DPI시스템은 이용자가 데이터 통신을 하면 어떤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에서 패킷이 발생하는지 분석해 준다. 이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거나 서비스를 차단하는 등 데이터망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를 보이스톡에 대입해 보면 이렇다. 44요금제를 이용하는 SK텔레콤 3G 가입자가 보이스톡 연결을 시도하면 DPI가 보이스톡에서 발생하는 패킷을 인식한다. 가입자 정보를 통해 mVoIP 이용 불가 고객으로 확인되면 패킷이 차단된다. 연결되다가도 끊기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DPI가 실시간으로 가입자 확인과 패킷 차단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통화를 시작할 때는 몰랐는데 조금 있다가 알아채고 패킷을 차단하는 것이다.
무료통화 보이스톡의 ‘정체’
특정 요금제 이상 가입자는 mVoIP를 쓸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에 가입했다고 mVoIP를 무제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음성 데이터는 크기를 줄이기 위해 패킷으로 압축하는데, 1분 길이 음성의 패킷 용량은 일반적으로 0.5메가바이트(MB)로 압축된다. 만일 SK텔레콤 54요금제 3G가입자라면 mVoIP로 400분 가량을 무료통화할 수 있는 셈이다(표참고).
보이스톡은 1분 정도의 음성을 0.35~0.45메가바이트(MB)로 압축할 수 있어 음성 패킷 압축률이 다른 mVoIP에 비해 더욱 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이스톡을 이용하면 무료통화를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압축 효율이 좋아지면 통신망 사정이 좋지 않아도 패킷이 전송될 확률을 더 높이기 때문에 통화품질이 좋아진다.
이런 이유로 이동통신사와 보이스톡의 갈등은 어쩌면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보이스톡 논란이 발생하기 전에도 이미 카카오톡이 이동통신망 부하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돼 논란이 된 적 있다. 메시지에서 무료통화 mVoIP까지 확대된 카카오 논란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