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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신성 박씨"

“학생은 성과 본이 어디입니까?”

“밀양 박씨입니다.”

“성과 본이 어디라구요?”

“밀양 박씨라구요.”

“성과 본이 어디입니까?” 내가 세 번째 같은 질문을 하자 학생이 어리둥절 해 한다.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주요 원소는 수소, 탄소, 질소, 산소, 황, 그리고 인이다. 원자개수로 치면 수소가 전체의 63%를 차지하고 질량으로 치면 산소가 전체의 26%를 차지하는 ‘짱’ 원소다. 그 외 철, 마그네슘, 나트륨(소듐)과 같이 작은 양이지만 꼭 필요한 원소도 여럿 있다. 그러면, 이런 원소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크고 작은 별이 원소의 기원

우선, 우주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수소 원자는 우주 초기, 우주의 나이가 1초일 때부터 대략 3분이 될 동안 만들어졌다. 빅뱅이론을 세운 조지 가모프 교수는 뜨거운 초기 우주에서 작은 입자들이 고속으로 만나 어떻게 수소와 헬륨 원자핵을 최초로 만들었는지 알아냈다. 우리 몸의 핵심 요소이자, 기구를 띄우기 위해 종종 집어넣는 기체, 미래 자동차 연료로 각광을 받고, 우주 전체 물질 질량의 70%를 차지하는 수소는 우주 초기 처음 3분간 만들어지고, 온 우주에 고루 뿌려진 뒤 오늘날 우리 몸속에 자리잡았다는 것이 현대 우주론적 이해다.

그러면 수소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어디에서 만들어졌을까? 탄소, 질소, 산소는 태양과 같은 작은 별 안에서 만들어졌다. 우리은하 내에는 태양과 같은 작은 별이 약 1000억개 존재하고, 보이는 우주 내엔 우리은하와 같은 은하가 또 1000억 개 이상 존재한다. 작은 별들은 뜨거운 중심부에서 수소를 연료로 핵융합발전을 해 빛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헬륨을 생산한다. 수소가 고갈되면 헬륨을 핵융합하여 탄소를, 다시 탄소를 이용하여 산소 등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소들의 일부는 우주공간에 퍼져나가고, 일부는 수명을 다하는 별의 핵을 이루며 최후를 장식한다. 작은 별의 최후는 주로 단단한 탄소 덩어리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다이아몬드를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죽은 별을 탐사해 보길 권한다. 다만, 중력이 워낙 세서 일단 착륙하면 다시 돌아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그냥 그곳에서 다이아몬드와 함께 평생 살아야 할 것이다.

산소보다 더 무거운 황, 인, 마그네슘, 철 등은 태양보다 대략 10배 이상 무거운 별에서 만들어졌다. 무거운 별은 작은 별보다 짧고 굵은 삶을 산다. 작은 별들이 약 100억 년 안팎으로 살 수 있는 것에 비해 큰 별들은 1000만 년 정도로 짧게 산다. 하지만 내부가 워낙 고온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산소보다 무거운 원소도 연료로 쓸 수 있고 다양한 핵융합반응을 통해 무거운 원소들을 만든다. 철까지 만든 후 무거운 별들은 초신성 폭발을 한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초신성 폭발에서 만들어진다.

70억 지구인은 모두 같은 초신성의 후예

큰 별이 초신성 폭발과 함께 일생을 마감할때, 일부 물질은 폭발의 잔해인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안에 갇히지만, 대부분은 우주 공간으로 돌아간다. 만일 초신성이 자기가 만든 귀한 원소들을 우주에 나누어주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 후에 태어난 젊은 별은 초기우주가 만든 수소와 헬륨 등 극히 단순한 원소 외에는 갖지 못한 채 태어날 것이다. 태양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면 태양계에선 생명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주는 무기물 우주가 된다. 우주가 시작하고 팽창하고, 별과 행성이 만들어지고, 은하가 탄생하고... 하지만 평화로워 보이는 우주엔 무기물 외에는 다른 어떤 숨쉬는 것도 있을 수 없다. 생명이 없는 우주가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 몸속의 원소 중 수소는 초기우주가, 다른 원소는 작고 큰 별들이 주었다. 특히 산소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거의 대부분 태양이 태어나기 전 그러니까 약 46억 년 전 어느 날, 이 근처에서 살다가 초신성폭발과 함께 생을 마감한 이름모를 어느 거대한 별에 의해 만들어졌을 것이다. 70억 지구인은 모두 한 별의 흔적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우린 모두 한 우주 안에서 태어난 형제라고 우기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누가 따지면 달리 변명할 도리는 없지만, 그래도 신기하지 않은가. 우리 몸의 구성 요소를 대충이 아닌 이런 정밀도를 가지고 이해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쯤 강의하고 나서, 학생에게 다시 물어본다.

“학생은 성과 본이 무엇입니까?”

지혜로운 우리 학생, 곧 수줍게 답한다.

“초신성 박씨입니다.”

2012년 6월 과학동아 정보

  • 에디터 김상연 | 글 이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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