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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비과학에 맞선다

과학동아가 선정한 이달의 책


 
리처드 도킨스가 돌아왔다. ‘만들어진 신’ 등 제목부터 노골적인 책을 펴내며 과학의 이름으로 종교를 비판해온 그다. 그런데 새로 낸 책은 제목이 유순하다.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여기에는 심지어 ‘마법’이라는, 평소의 도킨스라면 쓰지 않을 말까지 들어 있다. 심경 변화가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도킨스는 모두가 읽을 수 있는 편하고 쉬운 책으로 이전까지 해오던 논쟁을 다시 하려는 듯 하다. 거기에는 여전히 공고한 과학의 적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는 신화와 미신 등 비과학적 요소의 공격에 맞서 과학을 수호하려는 전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마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 도킨스는 마법을 여러 번 언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네 명이 카드 놀이를 하려고 모였다고 해보자. 마술사가 패를 돌렸는데 각각의 사람들에게 하트, 클로버, 스페이드, 다이아몬드 카드가 몰려 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마술사는 당연히 마법이라고 우길 것이고, 속 편한 사람들은 그냥 우연이라고 하고 눈을 돌려버릴 것이다. 가장 납득하기 쉽고 그럴 듯한 설명은 마술사가 속임수를 썼다는 것이다. 도킨스는 철학자 데 이비드 흄의 말을 빌어 “기적이 불가능하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대신 “기적을 개연성이 낮은 사건으로(즉 일어날 확률이 낮은 사건으로) 보고 다른 가능성과 비교해 보자”고 주장한다.

‘파티마의 기적’도 마찬가지다. 1917년, 포르투갈 파티마에서 소녀 세 명이 마리아가 기적을 행할 거라고 주장했다. 이 말을 믿은 사람들이 약속한 날이 되자 7만 명이나 모여들었다. 이후 일어난 일은 증언이 엇갈린다. 누군가는 태양이 춤추는 듯 보였다고 하고 누군가는 태양이 짓누르듯 뜯어져 내렸다고 했다. 어쨌든 7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목격했다. 이걸 믿어야 할까.

도킨스는 카드 놀이와 마찬가지로, 1)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났거나 2)7만 명이 동시에 환각을 경험했거나 3)사건이 과장됐거나 조작된 세 경우로 원인을 구분해 하나하나 따져본다. 세 번째가 그나마 가장 일어나기 쉽다. 누군가 천재적인 사기꾼이 있거나 영향력 있는 언론에서 대형 오보를 내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적을 ‘개연성이 낮은 일’로 바꿔보면 굳이 기적이 일어났다고 주장할 이유가 사라진다. 말장난 같지만, 도킨스 주장의 핵심을 요약하자면 대략 이렇다. “일어날 법 하지 않은 일이라면 그냥 일어나지 않으면 그만 아닌가? 왜 굳이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하는가?”

도킨스는 생물의 다양성과 진화, 천체의 특성,기상 현상의 원리 등 현실의 모습을 설명하며 거기에 얽힌 신화와 미신 이야기를 먼저 소개한다. 그리고 “정말(really) 그럴까”라며 과학적인 설명을 이어간다. 이것은 신화와 미신의 세계가 과학과 합리성의 현실(reality)로 변해가는 과정과 비슷하다. 마치 마법과 같다. 이것이 도킨스가 책 제목에 마법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다. 그가 보기에, 비과학이 자랑하는 온갖 기적은 비유라는 마법이다.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이성복, ‘남해 금산’ 부분)라는 시 구절을 읽고, 정말로 돌속에 들어간 남녀를 상상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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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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