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학년도 수시 모집에서 서울과학고(과학영재학교)는 93명이 서울대 특기자 전형에 무더기로 합격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사실 전국에서 영재라고 불리던 학생들이 모인 곳이니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3~4단계에 걸쳐 서류와 시험으로 영재성 검증을 받고 마지막에는 이불까지 짊어지고 기숙사에 입소해 2박 3일 동안의 수학·과학고문(?)을 이겨낸 학생만 서울과학고에 합격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과학영재반, 과학실험반, 대학에서 운영하는 과학영재반을 이수하고 각종 수학과학경시대회, 과학전람회, 과학토론대회, 과학탐구발표대회 등으로 전국을 휩쓸고 다닌 아이들 중 가장 내공이 센 120명이었다. 이미 대학 저학년 수준의 공부를 한 수학, 과학에 매우 뛰어난 학생들이었다. 그 동안 국내 및 국제 올림피아드를 평정하며 독보적 우수성을 드러냈다. 2012 국제 올림피아드 출전자가 대부분 확정됐다. 화학 분야는 다섯 명 중 네 명, 물리는 네 명 중 두 명, 생물도 네 명 중 두 명이 서울과학고 재학생이다.
<;표 1>;은 지난 5년간 전국 과학고 중 평균 10명 이상 서울대를 합격시킨 학교들의 명단이다. 상위권과 중하위권에서 서울대 합격자 수는 배 이상 차이가 난다. 물론 조기졸업으로 KAIST나 포스텍, 연세대 등 상위권 대학에 많이 진학시키는 학교도 있고 의대 진학을 집중적으로 선택하는 곳도 있다. 뿐만 아니라 우수학생들이 집중적으로 입학하는 과학고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재학 중 성적 향상도와 관계없이 서울대 입시 결과만으로 과학고의 순위를 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일반 학교와 비교하면 과학고의 위상은 더욱 높아진다. 서울대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고교 10개 중 과학고가 4개다. 게다가 연세대, KAIST, 포스텍, 고려대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 더욱 그러하다.
과학고로 미리 진로를 결정하고 대학 수준의 강의와 학습, 개별 연구로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일종의 매력적인 대입전략이다.


과학영재교와 과학고 입시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수학·과학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 자연계로 진로를 확정한 학생들은 일단 과학영재학교를 염두에 둔다. 2003년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시작으로 2009년 서울과학고, 경기과학고, 2010년 대구과학고 등이 새롭게 과학영재학교로 바뀌면서 현재 전국에 4개가 있다. 과학영재학교는 중 1부터 지원할 기회를 준다. 과학고와 달리 학점제라 조기 졸업이 어렵고, 영재성 검사부터 인성검사까지 다양한 면을 심층적으로 평가해 과학자로 크게 성공할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한다. 과학고와 달리 교육과정을 매우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고 교육청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다. <;표 2>;처럼 4개교 총 모집인원이 480명인데 매년 18:1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지난해 전체 경쟁률은 19.5:1이었다. 보통 4월부터 원서를 접수해 최종 합격자 발표는 7월 말에 한다.
과학고는 전국에 19개교가 있다. 입학정원이 적게는 40명(제주과학고)부터 160명(세종과학고)까지 다양하다. 전국적으로 1460명 정도 뽑는다. 대부분 과학고는 7월 말에 지원받지만 9월 초에 지원을 받는 곳도 있다. 과학고는 조기 졸업이 가능하며, 전문교과 80단위 이상, 일반교과 72단위 이상을 이수해야 하는 등 교육청의 관리와 감독을 받는 점에서 영재학교와 다르다.
과학고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기본적으로는 수학, 과학 교과 중심으로 학교 내신 성적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은 서류평가+면접으로 실시된다. 수상 실적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내신 성적이 매우 우수하거나 다양한 수학·과학 경험이 있는 학생에게 유리하다. 학교 수학·과학 활동과 관련된 동아리 활동도 중요하다. 아울러 지원자의 생각과 가치관이 드러나는 학습계획서가 눈에 띈다. 서류평가에 대비해 수학 및 과학 등에 자신의 영재성을 보여줄 수 있는 각종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면접에서는 자기주도학습 능력, 과학과 수학에 대한 열정 정도, 독서나 봉사활동 등과 관련된 내용 등 다양한 질문을 하기 때문에 소통 능력도 중요하다.
과학창의성전형은 서류평가+과학캠프로 실시된다. 1박2일 이상의 캠프에서 수학·과학 창의성을 확인하는 활동을 한다. 과학캠프에서는 실험탐구능력과 과제수행능력, 과학적 표현력 등을 평가한다. 최근 교과지식 평가보다는 응용력이 더 강조되는 추세다. 교과서 과학실험 원리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설 설정부터 결론까지 도출하는 실험과정을 직접 설계하면서 연습하는 것이 좋다. 과학적 개념과 용어를 써서 체계적인 실험보고서도 작성해야 한다.
과학영재학교나 과학고 입시전형은 전체적으로 비슷하지만 평가 방법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지원하고자 하는 학교의 전형 방식과 출제 경향에 맞춰 대비해야 한다.
수학·과학 우수자 중 의대를 목표로 하는 학생은 과학고와 일반고 진학 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겪는다. 최상위권 의대는 학생부 성적(내신성적), 논술실력, 수능 성적이 완벽에 가까워야 합격할 수 있는데 과학고에서는 내신성적을 잘 받기 어렵고 수능 시험 중심의 공부 또한 어렵기 때문이다.
과학고는 정부가 기초과학 육성을 목적으로 세운 학교고 일반고에 비해 정부 지원을 집중적으로 받기 때문에 재학생의 의대 진학에 긍정적으로 나설 수 없다.

과학고에서는 뭘 배울까?
한국과학영재학교는 3년간 165학점을 이수해야한다. 국어 14학점, 사회 18학점, 영어 14학점 등으로 일반고 자연계보다 단위수가 적다. 그러나 수학과 과학은 필수와 선택을 합쳐 73학점이며, 창의 기초 연구 6학점, 소집단 자율 연구 16학점, 졸업 연구 8학점 등 창의연구활동이 30학점이다. 연구활동도 대부분 수리과학 관련 연구이므로 수학과 과학에 관련된 교과의 총 이수 단위가 103단위에 이른다. 이와 같이 과학영재학교는 수학과 과학에 집중적으로 시간이 배정돼 있다.
과학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과학고는 수학, 과학교과 이수 단위가 70%에 이르지만 국어와 사회는 10%도 안 된다. 교육과정은 과학고의 특성을 살린 수준 높은 전문교과(고급 수학, 고급 물리, 고급 화학, 고급 생명과학, 고급 지구과학 등)를 편성해 지적인 호기심과 도전정신을 높이도록 하고 있다. 문제해결을 통한 탐구활동이 가능하도록 물리실험, 화학실험, 생명과학실험, 지구과학실험 등 수준 높은 실제 실험 기회를 제공한다.
정규 수업 말고도 다양한 창의성 교육, 고급과정 연구 활동, 실험 실습과정, 탐구활동 등을 운영한다. R&E 과정도 있다. 대학 교수 및 박사급 연구 인력의 전문적 지도와 과학기술 첨단 시설 설비를 활용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다양한 과학 동아리 활동을 통한 탐구활동, 해외 이공계 대학 탐방 등 다양한 경험과 수월성 교육이 이뤄지도록 힘쓰고 있다.
이와 같이 과학영재교나 과학고는 수학, 과학 교과를 집중적으로 배우기 때문에 수학이나 과학에 영재성이 없다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간혹 수학, 과학적 능력과 관계 없이 중학교 성적이 좋다고 무조건 과학영재교나 과학고에 진학했다가는 수업을 듣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이는 대학입시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