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모 대리는 요즘 불룩 튀어나온 뱃살 때문에 자신감을 상실했다. 잦은 회식과 운동 부족으로 입사 1년 만에 체중이 무려 10kg이나 불어나면서 인격을 상징한다는 ‘배둘레햄’이 생겼기 때문이다. 입사 초기 여직원들에게 ‘샤프남’ 소리를 들었지만 이제는 눈길조차 받지 못하는 ‘아저씨’가 되어 있었다. 폭탄주와 삼겹살, 2차로 맥주와 통닭을 폭풍흡입하고 퇴근하는 길. 가판대 잡지가 눈에 띈다. 개그맨 윤형빈과 김국진의 복근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우리도 했습니다. 여러분은 당연히 할 수 있죠. 남자들은 다 식스팩 하나씩 있잖아요. 없으면 남자 아니잖아요. 그냥 애기지.” 얼마 전 윤형빈 씨가 트윗에 날린 ‘망언’이다. 트윗 하나로 우리나라 남자 대다수를 애기로 만들어 버린 당돌함에 발끈했다. 오냐, 나도 만들어주마. 원 대리는 ‘왕(王)’자 모양으로 접힌 뱃살을 보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 원 대리는 복근을 보다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기 전, 여러 전문가들을 찾았다. 복근은 다른 근육보다 두 배 이상의 노력이 있어야 밖으로 드러낼 수 있었다.
근육이 만들어지는 원리
원 대리는 헬스장으로 향했다. 복근 의욕이 충만한 원 대리는 윗몸 일으키기를 빨리 시작하고 싶었지만 트레이너는 월요일 가슴, 화요일 다리, 수요일 팔과 어깨 등으로 운동 부위를 나누어서 하라고 권했다. 복근운동도 이틀에 한 번 정도 하란다. 선택과 집중을 원했던 원 대리는 실망했다. 가슴 근육 운동을 한 원 대리. 갑자기 가슴 근육이 커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웬걸, 부풀었던 근육은 금방 사라졌고 뻐근한 가슴통증만 남았다.
우리 몸에는 약 600여 개의 크고 작은 근육이 있다. 근육은 사람이 의식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수의근과 대뇌 자율신경계에 의해 움직이는 불수의근으로 나뉜다. 내장기관, 혈관,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이 불수의근에 속하며 뼈에 붙어 있는 골격근이 수의근에 해당한다. 운동을 통해 크기를 키울 수 있는 근육은 수의근이다.
근육은 가느다란 근섬유의 다발로 이루어져 있다. 근섬유는 근원섬유로, 근원섬유는 액틴과 미오신이라는 단백질로 이뤄져 있다. 액틴과 미오신이 결합했다 떨어지면서 근육이 수축하거나 이완한다. 수축과 이완의 반복이 근육의 성장을 결정짓는다.
원 대리의 가슴 근육이 운동 후 잠깐 부풀었던 이유는 혈압이 상승했기 때문. 일명 ‘펌핑효과’라고 하는데 운동을 한 부위의 혈관에 혈액이 몰려 일시적으로 근육이 커진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연예인들이 방송을 앞두고 근육을 부풀리기 위해 급하게 팔굽혀펴기를 하는 이유도 펌핑효과를 노린 눈속임(?)에 해당한다. 가슴 근육의 통증은 기존 근육이 버틸 수 없는 힘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자 근육이 찢어지며 염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상처가 아물 듯,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휴식을 취하면 상처 입은 근섬유가 회복하면서 크기가 커진다. 부위 별로 운동을 한 뒤 2~3일 휴식을 취해야 하는 이유다. 임종필 서울종합예술학교 웰빙건강지도학과 겸임교수(JP GYM 대표)는 “근육이 상처를 입
은 뒤 회복하는데 대략 72시간 정도 걸린다”며 “충분히 쉬고 근육을 구성하는 수분, 단백질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복근의 특징
➊ 누구나 ‘식스팩’을 만들 수 있을까 헬스장 이튿날, 원 대리는 뻐근한 가슴을 뒤로한 채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며 헬스장 곳곳에 걸려있는 모델의 식스팩을 살펴봤다. 감탄사를 날리던 중 사진 속 모델의 복근 모양이 각기 다른 것을 발견했다. 정확하게 식스팩이 자리 잡은 복근이 있는 반면 어떤 모델은 4개, 심지어 8개의 복근이 있는 모델도 있었다. 개그맨 김형빈 씨의 복근은 6개로 나뉘었지만 배용준의 복근은 4개로 나뉜다. 운동 방법에 따라 복근 속 초콜릿의 개수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것일까.
복근은 가로무늬인 복횡근, 세로무늬인 복직근과 함께 갈비 쪽으로 뻗어있는 내복사근과 외복사근으로 이루어진다. 흔히 말하는 식스팩은 복횡근과 복직근으로 이루어지는데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복근의 모양과 개수도 차이가 있다. 김창근 한국체육대 운동건강관리학과 교수는 “훈련을 한다고 복근에 있는 ‘팩’의 개수가 늘거나 줄어들지 않는다”며 “태생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을 통해 복근을 도드라지게 보일 수는 있지만 정확하게 6개를 만드는 것은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유전자에 달려있는 것이다.
➋ 복근은 마라톤 근육, 꾸준히 운동해야 나타나 성질 급한 원 대리는 한 달간 복근 운동을 했음에도 식스팩이 나타나지 않자 슬슬 지쳐갔다. 가슴이나 팔, 허벅지 근육은 운동 효과가 나타나 근육이 붙기 시작했다. 유산소 운동을 병행했는데도 뱃살은 좀처럼 빠지지 않았고 가려진 복근은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가슴근육과 함께 볼록나온 배 때문에 몸매는 더욱 ‘아저씨’처럼 보였다.
근육은 붉은 ‘지근’과 하얀 ‘속근’으로 나뉜다. 지근은 미오글로빈 함유가 높아 붉은 색을 띈다. 쉽게 지치지 않는 근육으로마라톤 선수들이 갖고 있는 슬림한 근육에 해당한다. 속근은 미오글로빈 함유가 적으며 성장속도가 빠른 반면 쉽게 지친다. 단거리 달리기나 역도, 보디빌더 선수들은 속근이 발달했다. 아쉽게도 복근은 지근의 비율이 높다. 속근보다 만들어지는 속도가 느려 오랫동안 꾸준히 운동해야 모양이 나타난다.
그러나 한 번 생긴 지근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지방을 연소하는 양도 많아 운동을 잠깐 쉰다 하더라도 살이 덜 찌고 근육을 다시 만들기 쉽다. 임종필 교수는 “최소 3개월 이상은 운동에 전념해야 복근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복근을 덮고 있는 지방도 걷어내야 한다. 복근이 드러나려면 체지방률을 10% 이하로 낮춰야 하는데 뱃살은 움직임이 거의 없는 부분이라 지방이 잘 빠지지 않는다. 내장에 낀 내장지방도 문제다. 피하지방과 각종 성인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내장지방을 없애려면 올바른 식습관과 함께 유산소 운동이 필수적이다.
미국 듀크대 운동생리학과 크리스 슬렌츠 교수팀은 평소 운동을 하지 않는 196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8개월 간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하게 한 뒤 내장지방 감소량을 조사했다. 그 결과 유산소 운동을 한 그룹이 다른 그룹보다 내장지방 연소량이 평균 67%나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김창근 교수는 “적절한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면 복근 밖을 싸고 있는 피하 지방은 물론 내장에 숨어있는 내장지방까지 없앨 수 있다”며 “복근을 키우는 운동을 만날 해도 지방을 없애지 않으면 복근은 평생 지방 속에 숨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➌ 여성 복근과 남성 복근의 차이는 원 대리는 열심히 복근 운동을 하고 있는 여성을 발견했다. 뱃살이 없어서인지 복근이 보였다. 여성은 남성보다 마른 사람이 많으니 복근을 더 드러내기 쉬울까, 아니면 체지방률이 남성보다 높으니 복근을 드러내기 어렵지 않을까.
남성과 여성 복근의 차이는 없다. 다만 성 호르몬으로 인해 크기는 차이가 난다. 평균적으로 남성의 체중에서 근육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40%. 근육에서 단백질 합성이 이루어지는데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고 근육에서 단백질이 분해되는 것을 막는다. 남성 호르몬이 많으면 그만큼 근력, 근육의 크기도 증가한다는 것. 2010년 미스터앤미즈코리아선발대회 여자 보디피트니스부문 우승을 차지한 박수희 씨는 “여성의 경우 남성호르몬 부족으로 우람한 근육을 만들기는 어렵다”며 “근력운동을 한다고 여성 근육이 울퉁불퉁해 지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