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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뭔가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서울대가 목표도 아니고 운명이라고? 무슨 말인가 들어 보니 사연이 많다. 일단 내신 성적이 그렇다. 사실 1학년 때는 내신 평균이 1.1등급으로 높은 편이었다. 그런데 2학년 때는 1.6등급으로 낮아진 것이다.
“사실 저는 1학년 때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어요. 2학년 때도 큰 기복 없이 같은 페이스로 꾸준히 공부했죠. 그런데 내신 성적이 내려간 거예요.”
그도 그럴 것이 2학년으로 올라가자 주변 친구들이 갑자기 열심히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등급이 내려갔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서울대 지원은 어려웠다. 하지만 하연 양은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지 않고 늘 하던 것처럼 3학년 때도 꾸준히 공부를 했다. 결국 내신 평균이 1.4등급으로 올랐다. 하연 양은 “모든 학생들이 3학년 때 더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누가 3학년 때 페이스를 놓치지 않고 꾸준히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것이 하연 양이 말한 첫 번째 운명이다.
구술 면접, 당당함이 무기다
두 번째 운명적인 사건은 구술 면접날 일어났다. 미리 도착해 여유 있게 면접에 들어가려고 일찍 서울대에 도착했다. 그런데 서울대 안에서 길을 잃고 40분도 넘게 헤맨 것이다. 헤매다가 넘어져서 무릎에서 피도 났다. 보이는 경찰차를 얻어 타고 겨우 제시간에 면접 장소에 도착했다. 안도감에 면접 대기실에서 한바탕 울고 면접에 들어갔다. 이쯤 되면 서울대와 악연이라고 할만도 한데, 하연 양은 긍정적인 성격을 가진 학생답게 40분이나 헤맸지만 늦지 않고 면접을 본 건 운명이 아니냐며 활짝 웃었다.
긴장했을 법도 한데 면접 때 참 편안했다고 한다. 고등학교에서 미리 여러 선생님과 함께 모의 면접을 여러 번 해봤기 때문이다.
“모의 면접을 엄청 많이 했어요. 선생님들이 앉아서 예상 질문을 하셨죠. 진지하고 심각한 분위기였어요. 면접 분위기에 적응을 할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실제 면접이 오히려 편했죠. 즐거웠어요.”
두 명의 면접관은 성적에 대한 질문을 했다. 성적이 좋지 않은 과목을 지적하며 그 이유를 물었다. 무조건 교수님이 가르쳐 주시면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다고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대답했더니 교수님들이 웃으셨단다.
면접에서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면접관은 학생들이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기 위해 날카로운 압박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 당당한 태도로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하연 양의 당당한 태도는 면접에서 빛을 발했다. 인상 깊게 읽은 책인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우주론 강의(이석영, 사이언스북스)’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도 그랬다. 책의 작가와 책 내용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했더니 교수님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한 분이 제가 말한 책의 내용이 틀린 말이라는 지적을 했어요. 당황하지 않고 저는 이렇게 이해했는데 뭐가 틀린 건지 물었죠. 그리고 제 책에 틀린 부분을 표시해서 가르쳐 달라고 이야기 했어요. ‘나중에 교수님께 더 잘 배우겠다’고 했더니 교수님이 ‘나중에?’라며 웃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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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걱정하던 아이
호기심이 많은 하연 양은 꿈도 많았다. 기상청에서 일하고 싶은 때도 있었고 지질학자가 되고 싶은 때도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밝은 성격의 쾌활한 아이였지만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해서 걱정이 많았다. ‘투모로우’ 같은 재난 영화를 보다가 지구 온난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인류가 멸망하면 어떻게 하나 나날이 걱정이었다. 그래서 지구과학 분야의 책도 읽고 인
터넷으로 조사도 많이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에서 주최하는 지구과학 캠프에 참여했다. 마침 지구 온난화에 대해 연구하는 교수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새로운 지식도 배웠다. 학교에서 못해본 실험도 많이 했다.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혼자 ‘과학관련 글 요약하기’도 시작했다. 과학동아의 과학기사나 인터넷에 나와 있는 과학자료를 읽고 요약하는 활동이었다. 처음에는 권유로 시작했지만 곧 재미를 붙였다. 덕분에 최신 과학뉴스와 과학지식도 익히고 글쓰기 능력도 길렀다.
자기주도적 학습
토요일마다 친구들과 모여 과학 주제를 정하고 조사해서 서로 발표하는 활동을 했다. 점차 범위가 넓어져 선생님께 허락을 받고 친구들끼리 과학실에서 실험도 했다. 그러다가 2학년 때는 정식 동아리로 승격됐다.
하연 양은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했다. 고등학교에 들어온 이후 단 한 번도 사교육을 받지 않고 흔한 독서실도 다니지 않았다. 모든 공부는 학교에서 해결했다.
“학교에서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따로 ‘심화반’으로 관리해줘요. 항상 여기에서 공부했죠. 공부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그러다 보니 공부에 지칠 때도 자신을 다잡고 다시 공부하게 되죠.”
고 3이라는 힘든 시기에 공부를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연 양은 지칠 때마다 “선생님이 힘을 팍팍 주셨다”며 “선생님이 해주신 명언이나 조언, 지금 이런 상황이니 앞으로 이렇게 하면 꼭 된다는 말이 힘이 됐다”고 한다. 또 힘들 때는 졸업한 이후를 생각하며 꾹 참고 이겨냈다고 한다. 지금은 졸업하면 하려고 마음먹었던 ‘춤, 노래, 영어’를 열심히 익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