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빵 반죽·발효·굽기의 3박자

70년대 중반 식생활 개선 운동의 하나로 '아침에 빵먹기'를 권장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스운 일이지만, 당시에는 쌀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간편하게 한기를 때우거나, 간식으로 빵을 많이 먹는다. 우리의 주식인 쌀과 맞먹을 만한 자리를 차지한 빵은 어디서 어떻게 온 것일까. 맛있는 빵의 비결은 무엇일까.

빵의 기원


곡식 가루에 이스트를 넣어 부풀려 굽거나 찐 음식을 빵이라고 한다. 빵이라는 말은 스페인어인 pan이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해지면서 생긴 단어. 세계 최초로 빵을 먹은 사람은 기원전 2천년경의 이집트인이다. 이집트인들은 빵굽는 기술을 비밀로 간직하고 다른 나라에 전해주지 않아, 당시 이웃 나라 사람들은 이집트인을 ‘빵을 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언제 빵이 전해졌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 구한말 비밀리에 입국한 선교사들이 숯불 위에 시루를 엎어놓고 그 위에 빵을 구웠다고 전해진다.

빵의 종류

각 나라마다 나름대로 독특한 빵을 갖고 있다. 프랑스에는 막대모양의 딱딱한 빵 바게트, 독일의 아침식사용 빵인 브레첸, 막대같이 가늘고 긴 모양의 이탈리아 빵 그리시니 등이 대표적이다.

프랑스식 빵은 밀가루와 이스트, 소금만으로 만드는 반면, 미국식은 설탕, 우유, 유지 등을 섞는다. 또 굽는 두께에 따라 겉을 얇고 부드럽게 구워 속살을 먹는 빵을 미국식이라고 하고 겉쪽을 두껍게 굽는 것은 유럽식이라고 한다. 식빵도 빵의 윗부분을 산모양으로 부풀린 것은 영국식빵이고, 판판하게 구운 것은 미국식빵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빵이 딱딱해지는 현상을 빵의 노화라고 한다. 이것은 전분이 생전분으로 다시 변하는 베타( β)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당분이 적은 유럽식 빵은 노화가 빠르고 당분이 많은 미국식 빵은 노화가 느리다.

맛은 재료가 좌우

밀가루

빵맛의 대부분은 밀가루의 품질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밀가루는 포함하고 있는 단백질의 양에 따라 강력분(12%이상), 중력분, 박력분(7%정도)으로 구분된다. 물에 녹지 않는 단백질이 대부분이지만 수용성 단백질도 있다. 물에 녹지 않는 단백질이 물을 흡수해 점착성 구조물인 글루텐을 형성하는 것이다. 식빵처럼 쫄깃쫄깃한 빵은 글루텐이 많이 형성되는 강력분을 사용한 것이고, 카스테라나 케익 빵 같이 부드러운 빵은 박력분으로 만든 것이다.

설탕

이스트의 ‘밥’이다. 이스트가 제 역할을 하려면 설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스트가 신진대사에 사용하고 남은 나머지가 빵의 단맛을 낸다. 구어낸 빵껍질이 갈색으로 변하는 것도 설탕이 오븐에서 카라멜화되기 때문이다.

소금

소금은 글루텐 막을 강화하는 작용을 한다. 즉 밀가루 반죽의 점성과 탄성을 높여준다. 그러나 많이 첨가하면 이스트의 발효작용을 억제하기도 한다.

이스트(효모)

빵을 부풀리는데 사용한다. 이스트는 빵반죽 속에 들어있는 당을 먹고 대사산물로 알코올과 탄산가스를 발생시킨다. 이과정을 발효라고 하는데, 이때 발생한 탄산가스가 빵반죽을 팽창시킨다. 또 발효때 생성되는 알코올, 알데히드, 케톤, 유기산들은 빵의 독특한 향을 부여한다.

1683년 네덜란드의 레벤후크가 자신이 만든 현미경으로 최초로 이스트균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것을 계기로 이스트균의 분리 배양이 가능해지고 빵 발효에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스트(Saccharomyces cerevisiae)는 엽록소가 없는 단세포 식물이다. 식물학상 곰팡이류에 속하지만 균사체가 없기 때문에 곰팡이와는 구분된다. 폭 0.004-0.006mm, 길이 0.005-0.007mm의 크기를 가진 길쭉한 모양을 갖고 있다.

베이킹 파우더 같은 화학팽창제를 사용해도 빵을 부풀릴 수 있는데, 이스트를 사용한 빵을 발효빵, 화학팽창제를 사용해 급히 부풀린 빵은 무발효빵이라고 한다.

반죽

반죽의 목적은 모든 원료를 균일하게 분산시키고 글루텐막을 충분히 형성시키는데 있다. 원료를 균일하게 혼합한 후 충분히 이기면 흐트러져 있던 단백질의 작은 입자들이 점차 길게 늘어서다가 나중에는 가로, 세로로 그물코 같은 글루텐 조직을 형성한다. 글루텐의 그물눈 사이사이에는 전분과 지방입자가 끼어 막이 형성된다. 글루텐막은 이스트의 효소에 의해 생성된 탄산가스가 반죽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붙잡는 역할을 한다.

발효

반죽할 때 형성된 글루텐막이 탄산가스에 의해 팽창되는 과정. 빵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공정이다. 글루텐 섬유들이 부드러워지면서 기공이 점차 미세하게 돼 빵반죽의 팽창속도가 빨라진다. 이 과정을 글루텐 숙성이라고한다.

글루텐 숙성이 불충분하면 글루텐 막이 두꺼워 가스 보존력이 약해진다. 이렇게 되면 부피가 적은 무거운 빵이 되고, 반대로 숙성이 지나치면 글루텐 막이 약해 반죽이 찢어지면서 기공이 서로 뭉쳐 조직이 거친 빵이 된다. 발효를 여러번 하는 이유는 반죽 전체에 글루텐막이 고르게 형성돼 균일하게 기포가 만들어지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발효과정


굽기

굽기를 시작해 처음 10-15분 동안은 주변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수증기압이 증가하기 때문에 반죽이 더욱 부푼다. 그런 다음 반죽은 중심부터 온도가 올라가 빵이 구워지기 시작한다. 이스트가 활성을 잃게 되는 온도 55℃가 되면 전분입자가 녹기시작해 겔을 형성하고 65℃ 정도에서 완전히 익게 된다. 동시에 글루텐은 전분이 익으면서 수분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응고, 변성한다. 마지막으로 빵 표면에 있던 설탕이 카라멜화 되면서 빵 껍질이 노릇노릇하게 변한다.
 

(표)굽기 중에 일어나는 반죽의 반응


식생활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균주들

동서양을 막론하고 효모나 곰팡이, 세균을 이용해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왔다. 이러한 발효식품들은 미생물의 작용으로 새로운 성분이 합성돼 영양이 높아지고, 저장성이 우수해진다. 술, 빵, 식초, 간장, 된장, 고추장, 치즈, 버터, 요구르트, 김치, 젓갈 모두 중요한 발효식품이다. 보통 발효식품은 한가지 또는 두가지 이상의 미생물을 사용해 만든다.

우유식빵 만들기

이번 '뜯어봅시다'에서 알아본 빵은 빵제조에서 가장 기본인 식빵을 모델로 삼았다. 가정에서 직접 빵을 만들어보자.

재료

밀가루-강력분 3백75g, 이스트 15g, 버터 30g, 소금 8g, 설탕 23g, 우유 2백70ml

만드는법

1. 밀가루를 체친다
2. 체친 밀가루에 설탕, 소금, 이스트를 넣는다.
3.우유를 넣고 반죽하다가 버터를 조금씩 넣는다.
4. 1차 발효 40분
5. 중간발효 15분
6. 빵 반죽을 기름 바른 식빵틀에 넣고 젖은 행주로 덮은 뒤 40분간 2차발효
7. 오븐 1백80℃에서 25분 굽는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7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곽수진 기자

🎓️ 진로 추천

  • 식품학·식품공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화학·화학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